위탁 운영 방식으로 채권과 주식에 투자
美 시그니처은행 등 합하면 2783억 달해
최근 매각했다면서 현재 자료공개는 거부

20일 전세계적인 신용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약 32억 달러(4조2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20일 전세계적인 신용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CS)를 약 32억 달러(4조2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AP=연합뉴스

국민연금공단이 크레디트스위스(CS) 채권을 1359억원어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 1위 은행 UBS가 CS를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투자금 전액 손실은 면했지만 원금을 지켜내긴 어려울 전망이다.

20일 국민연금이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CS 투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위탁 운용 방식으로 보유 중인 CS 채권이 1359억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보유한 지난해 말 기준 CS 주식은 732억원어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국민연금은 채권 손실 우려에 대해 "위탁운용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위탁운용사의 고유 권한"이라면서도"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해 해당 채권을 보유한 운용사와 소통해 위험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은 최근 파산이 결정된 미국 뉴욕주 시그니처은행 주식에도 35억원어치를 위탁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할 처지다. 시그니처은행은 현재 거래 정지 조치로 매도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CS 사태와 함께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은행 등 이번 위기의 은행들에 직·간접 투자한 규모는 총 2783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특히 지난해부터 건전성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받은 CS에 대해 스크리닝 과정 없이 위탁 투자가 진행된 것에 대해선 국민연금도 비난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관건은 국민연금이 UBS가 CS 인수 과정에서 완전한 대손상각(write-down)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티어 1(tier 1) 채권을 얼마나 보유해 왔느냐다. 대손상각은 특정 채권의 회수가 불가능할 때 채권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기금운용본부 한 관계자는 "자료공개 정책상 최근 보유현황을 공개하지 않으나 올해 중 위탁 투자 대부분을 이미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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