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팩트 탐구]
노조 위한 희생?‧‧‧사진 속 인물들은 비노조 직원들
B직원 “회사 부당함 알린다면서 노조가 사진 이용”
"방송국이 노조측 입장만 듣고 선정적 보도한 것"

최근 MBC가 보도한 KB국민은행 콜센터 용역업체(KS한국고용정보)의 ‘삐삐머리 갑질’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조가 사내 이벤트 참여 사진을 당사자 동의 없이 매체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갑질 피해자가 돼버렸다.
24일 여성경제신문에 제보한 KB국민은행 콜센터 50대 직원 B씨는 노조 목적을 위해 비노조 직원들이 이용됐다고 토로했다. “노조 직원도 해당 사진이 언론에 노출되는 건 반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진이 있어야 인터뷰가 진행된다고 했답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2일 MBC의 KS한국고용정보 갑질 보도에서부터 시작됐다. 회사가 업무와 상관없는 이벤트를 콜센터 직원에게 반강제적으로 시켰다는 것이다.
MBC는 KS한국고용정보가 빼빼로데이를 기념해 삐삐머리를 한 채 찍은 사진을 더 많이 공유하는 직원에게 간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속 제보자는 간식이 팀별로 지급됐기 때문에 수치심이 들어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또 회사가 직원들에게 어버이날 기념 카네이션 분장, 마스크에 ‘새해 복’ 스티커 붙이기 등을 반강제적으로 시켰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보도 이후, 노조원이 방송에 사진 제보로 노출된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다녔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방송 나가고 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라고요. 동의도 없이 남의 사진을 사용한 게 인권 유린 아니냐고 따져 물었어요.”
방송 보도 후에도 노조는 사진 속 당사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사진이 SNS를 통해 퍼지고 나서야 알게 됐다.
“모자이크 철저히 해서 내보내기로 했다더군요. 그런데 자기들이 보기에도 사진이 너무 크게 나온 거예요. 지인이면 다 알아볼 수 있게.”
현재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KS한국고용정보지회는 주요 은행에 콜센터 직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라며 임금·단체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이번 일을 계기로 KB국민은행에 용역회사를 철저히 감독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직원도 아이디어 함께 모아 한 일···강제성 없어
참여율 저조한 팀에 간식비 미지급? 거짓
B씨는 회사의 갑질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회사와 근로자가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진행했고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해 찍은 사진이라는 것이다. 또 회사가 참여율이 저조한 팀에 간식비를 주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강제성은 없었어요. 머리 서로 땋아주고 단체톡 방에 올리고. 50대, 60대들이 많아요. 게다가 10년 넘게 일한 동료도 있고. 물론 가족 같은 분위기는 맞아요. 그렇다고 우리가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다 하진 않아요.”
어버이날 카네이션 분장 강요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회사가 코로나19로 잘 만나지 못하는 가족에게 안부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포토존만 만들어줬다는 것.
심지어 동료의 잘못된 상담을 찾아내면 1000원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은 근로자가 제안한 프로모션이었다고 한다. 실수를 줄이자는 취지로 재밌게 시작한 이벤트였다는 것이다.

직원도 회사도 상처‧‧‧사내 이벤트 중단 결정
회사 “직원 인권 유린한 회사 돼버렸다” 토로
콜센터 직원들은 이미 직장에서 갑질 당하는 사람들로 기정사실화 됐다. 곳곳에서 안부를 염려하는 전화도 받았다.
“가족‧친지들이 왜 그런 회사 다니냐고 전화도 많이 오고 있고. 죄지은 것도 아닌데 자식들 보기도 부끄럽고요. 힘든 콜센터에서 일한다고 늘 걱정하는 엄마 볼까 봐 불안해하는 직원도 있고요.”
보도 이후 회사 분위기는 급냉각됐다고 한다. 또 어떤 일로 뉴스에 제보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노조 만들어진 지 한 달 정도 됐어요. 그전에는 너무 재밌었어요. 요즘은 서로 말을 아껴요. 노조원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이죠. 우리 이야기를 사실과 다르게 또 제보해 이용할 수 있으니까요.”
KS한국고용정보는 보도 다음 날 회의를 통해 사내 이벤트를 일체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직원 위해 시작한 행사가 갑질로 둔갑해버렸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언론사가 거짓을 사실인양 믿고 변명을 해보라는 식으로 취재했다"면서 불편함도 드러냈다.
KS한국고용정보 관계자는 본지에 “삐삐머리 안 했다고 간식비를 안 줬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이벤트 참여율이 높은 팀에 회사가 약소하게나마 보상을 한 건 사실이다”라면서 “그러나 참여를 아예 안 한 팀도 있다. 참여희망자만 한 거다. 이게 갑질이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도 다른 분들 머리 직접 땋아주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더라. 이벤트 거부했던 직원이라면 이해할 수 있겠다”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는 업종인 만큼 근로자 사기진작을 위해 별도로 시간과 비용을 들이며 시작한 사내 행사였다. 그것 때문에 지금은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모멸감을 준 회사가 돼버렸다”라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