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탈선 1호선 출근길 혼잡
밀집도 높은 공간 "불안하다" 반응
"이태원 참사 한국 사회 트라우마"

7일 오전 8시 소사역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혜선 인턴기자
7일 오전 8시 소사역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김혜선 인턴기자

"열차에 사람이 꽉 차 있는데도 더 타려고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고 순간 이태원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또 그때처럼 사고가 날까 혹은 누가 다칠까 무서웠습니다."
- 7일 오전 1호선을 이용한 A씨

서울 영등포역 무궁화호의 탈선 사고 여파로 지난 7일 1호선 상하선 열차가 지연되면서 월요일 출근길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열차 내 밀집도가 높아지자 이태원 사고가 떠올랐다며 1호선 열차 이용을 자제하라는 SNS 문자도 빗발쳤다. 이 같은 예민한 반응에 이태원 참사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6일 오후 8시 45분 용산에서 출발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을 진입하던 중 선로 이탈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1호선 남영역부터 구로역 간 전동열차 구간에 일반열차를 함께 운행하여 1호선의 상하선 열차가 지연 운행 중이라고 7일 오전 9시에 공지했다.

이날 1호선 지연 운행에 평소보다 열차 내 밀집도가 더 높았다. 오전 8시 1호선 소사역 플랫폼. 대기 중이던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던 열차에 바로 탑승하지 못했다. 열차에서 내리려는 사람들은 "내립니다. (사람들) 내리고 타세요"라며 소리쳤고,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쉽게 길을 비켜주지 않을뿐더러 열차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이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하며 비명을 지르는 이용객도 있었다. 

"무궁화호 탈선 여파로 1호선 전철 운행이 원활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도 그렇고 일련의 사건들이 암시하는 것이 무엇이냐. 또다시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날 트위터에는 1호선의 과밀집 상황을 보고 이태원 참사가 떠올랐다는 게시물이 적지 않았다. "불안하다"는 감정이 공통적이었다. 1호선이 혼잡하고 위험하니 "1호선 타지 말라"는 게시물은 9일 기준으로 326개의 '좋아요'를 받았다.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휩싸인 한국 사회
"장기적·근접적 안전 인프라 구축 필요해"

전문가는 1호선의 과밀집 상황을 경계하는 현상에 대해 이태원 참사의 트라우마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1호선을 타지 말라고 주의 당부한 행위가 이태원 사고의 잔상이라는 것이다. 

박선철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관련 영상이나 사진을 많이 접한 사람들은 트라우마 상황을 직접 목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그는 "유사한 트라우마에 노출됐던 사람들은 비슷한 상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장기적이고 재난 상황에 가깝게 다가갈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훈 성균관대 상담교육학과 교수는 "자연 재난에 익숙한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와 같이 사회 재난이 많았다"며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재난이 일어났기에 사회적으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태원 사고를 겪으면서 사람이 모이는 것에 공포와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데, 사람이 모이는 건 사회생활에 필요한 부분이라 사고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 고통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트라우마는 자연스럽게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하고 잊히지만, 유사한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정서가 약한 사람의 경우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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