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조사요구서 제출, 국회의원 4분의 1 이상 동의로 가능
야권 연대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도 특검법 통과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실시를 강하게 요구하며 강제수사가 가능한 특검 카드까지 꺼내든 가운데 여당인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의 필요성과 시기에 대해 상황을 봐가며 상의하겠다는 신중론을 유지했다. 이에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공조해 국정조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야는 7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원내대표 회동을 열고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논의했지만, 시기와 방법 등에서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견만 확인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으로선 아직 국정조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고 전체적인 진행 상황 등을 봐가면서 국정조사 필요성이나 범위 등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반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오늘 회동을 감안해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국민의힘이 계속 거부하면 우리라도 다른 야당과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일에도 국민의힘이 국정조사를 거부할 경우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과 함께 범야권 국정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정조사 수용 마지노선을 금일까지로 못 박았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까지는 최대한 인내하며 설득하겠지만 국민의힘이 끝까지 진실로 가는 길을 거부한다면 정의당, 무소속 의원들과 힘을 모아 국민이 명령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내일 제출해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규명하겠다”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이 동시 진행된 경우는 차고 넘친다”고 엄포를 놓았다.
국민의힘 동의와 별개로 국정조사는 실시될 수 있다.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은 국회 재적의원(299명)의 4분의 1 이상 동의로도 가능하다. 169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국정조사 계획서를 본회의에서 단독으로 의결할 요건을 갖췄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결단만으로도 국정조사는 가능하다. 국정조사 요구서 접수 이후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또는 상임위원회(조사위원회)를 확정할 권한이 국회의장에게 있다.
민주당은 오는 9일 정의당과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고 이달 24일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구서에는 대통령실·행정안전부·경찰·서울시·용산구 등 이번 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부처와 기관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사 범위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특검법을 국회가 통과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오고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법률로 확정된다.
현재 국회의석 수는 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 정의당 6석, 무소속 7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이다.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과 군소정당 의원들을 포함해도, 정의당 없이는 180석 확보가 불가능한 가운데 정의당은 야권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정조사를 회피하려는 여러 흐름이 있는데, 지금 수사하는 기관을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국정조사를 우선해야 한다”라며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다만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다른 조사들도 무엇이든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