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정부 책임론 제기하며 경찰청장·행안부 장관 파면 촉구
나경원 "누가 책임 져야 한다는 말은 정리된 다음 얘기해야"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의 부실 대응이 제기되며 ‘추모 정국’이 ‘정부 책임론’으로 반전되는 가운데 윤희근 경찰청장과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의 경질이 거론된다. 전문가는 이 장관과 윤 청장의 사퇴가 늦어진다면 윤석열 대통령에게까지 불똥이 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청은 1일, 사고 당일(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최초 신고부터 10시 11분 신고까지 총 11건의 이태원 참사 관련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112신고 전화 11건 중 신고자가 ‘압사’를 언급한 통화는 6건이었다.
또 1일 SBS 보도를 통해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정책 참고자료’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일각에서는 과거 정보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며 정리한 사찰문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면서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 파면을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국민들은 이 엄중한 시기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있다”며 “책임을 덜어내기 위해 사건을 축소, 은폐, 조작하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고 윤희근 경찰청장도 즉각 파면하시길 바란다”며 “파면은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 의미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법처리 대상이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거취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원내지도부는 ‘선 수습 후 조치’ 기조를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이상민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직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이 장관과 이 청장은 본인들의 거취를 판단하고 있을 텐데 문제는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정확한 방향”이라며 “사고 직후라 과격한 제안이 많이 나오는데 사회 운영 시스템에 맞는, 작동 가능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지금은 애도 기간이고 사건 수습과 유족 보호, 위로가 급선무이지만 그 기간이 지나면 철저한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권 차기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어쨌든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이 먼저”라며 “지금 장관이 그만둬야 한다, 누가 그만둬야 한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런 말씀은 정리된 다음에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책임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부적절한 발언에 이어 대응이 미숙했다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는 지적에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철저한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만 답했다.
그러나 녹취록 공개로 민심이 악화된 상황에서 문책에 시간을 끈다면 윤 대통령과 여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계속해서 (경찰청장과 행안부 장관을) 교체하지 않거나 시간을 끈다면 임명권자인 대통령까지도 (부정적 여론이) 옮겨붙을 수 있다”라며 “세월호 참사 때처럼 인양 문제가 남았거나 찾아야 할 증거가 남아있다면 수습이 필요하겠지만 녹취록까지 다 나온 상황에서 책임자가 책임지는 일 말고 남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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