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친일 프레임, 지지층에게 어필 가능"

더불어민주당이 한미일 합동 훈련을 놓고 여당을 겨냥해 ‘친일 프레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종북 공세로 맞섰지만,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식민사관’ 논란이 일며 정치권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는 야권의 ‘친일 프레임’을 두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라고 분석했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동해 공해상에서 이뤄진 한미일 합동 훈련이다. 이 대표가 한미일 합동 훈련에 대해 지난 7일 당 회의에서 “굴욕외교에 이은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10일에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을 켜고 “우리 국민이 용인할 수 없는 자위대가 한반도에 침투하고, 욱일승천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군함이 욱일기를 걸고 군사훈련에 동참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7년 9월, 욱일기를 단 해상자위대 전투함이 인천항에 들어와 우리 해군 인천해역방어사령부와 친선행사를 가진 바 있다. 또 한미일 잠수함 훈련은 지난 2017년 10월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일 국방 장관 대잠전 훈련 합의에 따른 것이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야당의 친일 공세에 여당은 즉각 ‘극단적 친북 행위’라고 반박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0일 논평을 내고 “반일 감정을 조장해 자유민주주의 국가 연대를 깨뜨리려는 묻지마식 친북 행위는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국방의 기본도 저버리는 반국가적 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한반도에 인공기는 걸려도 되는 것이냐.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극단적인 친일이 아니라 극단적인 친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1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를 올렸다. 별도의 배경 설명 없이,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발언으로 알려진 짧은 한 문장만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한 ‘한줄 공약’ 형태와 유사하다.
전문가는 이 대표가 국정감사 기간에 ‘친일’ 공세를 반복하는 배경에는 핵심 지지층 결집을 위한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져도 야당이 중도층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는데 핵심 지지층까지 빠져나갈 위험이 있다”며 “핵심 지지층에게 어필 가능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친일 프레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국정감사는 정권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이기에 야당을 위한 정치 행위지만 윤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한 지 다섯 달도 안 된 상태에서 국정감사를 시작하니 따질 것이 별로 없을 수밖에 없다”라며 “야당이 어떤 면에서는 방어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되니 주도권 회복을 위해서라도 국정감사와 무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권은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논란을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도 확대했다. 성일종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넓은 바다에서 동쪽에 있는 북한의 잠수함 기지를 통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발사할 때 일본과 한국, 미국이 가진 전략자산을 함께 동원해 막아야한다”며 “이재명 대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을텐데 자기의 사법 리스크, 여러 가지를 피하기 위해 친일 프레임을 꺼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친일 공세가 정 비대위원장의 ‘식민사관’ 논란으로 옮겨붙으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 측에 놀아났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정 비대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조선 왕조는 무능하고 무지했다. 백성의 고혈을 마지막 한방울까지 짜내다가 망했다. 일본은 국운을 걸고 청나라와 러시아를 무력으로 제압했고, 쓰러져가는 조선 왕조를 집어삼켰다”라고 주장했다.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식민사관 논란이 불거지자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 비대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재명의 덫에 놀아나는 천박한 발언”이라며 “정 비대위원장은 당장 이 망언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