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기업 지분 포기‧‧‧자본유출 성격과 달라”
학계 “장기적인 투자자금 유출, 전방위 달러 유출”

원‧달러 환율이 1399원을 터치하자 국내 외환위기 우려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전방위적인 달러화 유출이 나타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조차 계획하고 있던 기업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국내 달러예금액도 감소세를 탔다. 올 초 대비 약 6조원이 감소했다. 주식시장 자금 유출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경제신문은 2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을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달러화는 749억 달러로 이전 달보다(764억7000만 달러) 15억7000만 달러 감소한 것으로 확인했다.
이는 지난 1월 잔액인 789억2000만 달러보다 40억2000만 달러나 감소한 액수다. 올 초에 비해 달러화 예금 잔액이 한화로 5조5898억원 규모 이상이 감소한 것이다.
이 기간 달러화를 포함한 엔화, 유로화, 위안화 등 총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882억7천만 달러로 지난 1월말(931억7000만 달러)보다 49억 달러(한화 6조8134만원) 줄었다.
거주자 외화예금은 내국인과 국내 기업, 국내 6개월 이상 거주한 외국인, 국내 진출 외국 기업 등의 국내 외화예금을 가리킨다.

한국은행은 이번 외화 예금액 감소에 대해 외국인의 직접 투자자금 회수와 일부 기업의 수입 결제 대금 인출이 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의 금리인상이나 고환율 상황과는 관련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증권 투자 자금 유출과는 다른 것으로 외국인이 국내기업 지분을 취득하려다가 인수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하고 나간 것”이라면서 “개별기업에 대한 투자 협상 전략이 바뀌면서 회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금융 전문가는 결과적으로 자본유출과 같은 성격이라고 해석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경기 상황 안 좋다 보니 10~20년 유지될 수 있는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일시적인 주식투자 자금이 빠져나간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이 장기적인 투자처로는 불안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달러가치 치솟자 외국인 자금 회수
국내 주식시장서도 7조 넘게 팔아
자금 유출 불안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 기조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준은 지난 3월 25bp 인상을 시작으로 5월 50bp, 6월과 7월 75bp 인상하면서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이달 FOMC에서의 100bp 인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연준의 금리인상은 달러화 가치를 치솟게 했다. 글로벌 자금이 달러화로 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지표로 나타낸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5월부터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 19일에는 110을 넘어섰다.(110.051)
이러한 ‘강달러’ 현상은 신흥국의 자본유출로 외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화폐 가치가 낮아진 국가에서 투자금이 청산되는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신흥국에 대한 투자금 회수에 기름을 붓고 있다.

한국도 강달러로 인한 환율 상승과 자본 유출이 현재진행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1399원까지 터치, 2009년 3월 31일(고가 기준 1422원) 이후 13년 5개월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18일부터 9월 19일까지 6개월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해외자본은 총 7조8150억원이 빠져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