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입비용 증가가 주요 적자 원인
이창용 환율 방치 시그널···NDF 매도 급증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1350.8원)을 경신한 3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연고점(1350.8원)을 경신한 31일 오전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무역수지가 5개월째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가운데 외국인들의 투기를 부추기는 달러 대비 원화 약세 현상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경제 난국 돌파가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일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은 지난해보다 6.6% 증가한 566억 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수입은 28.2% 늘어난 661억 5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이를 합한 무역수지는 94억 7000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역별로 아세안(21.7%), 미국(13.7%), 유럽연합(7.3%), 인도(27.1%) 등의 수출이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은 1년 전보다 5.4% 위축했다. 중남미 대상 수출도 4.1% 줄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의 성장세 회복 지연으로 수출이 소폭 감소했다"면서 "높은 에너지 가격과 하절기의 수요 확대에 따라서 수입(비용)이 급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흑자를 바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환율 상승 국면에서 수출을 압도한 수입비용 상승이 8월 무역수지 적자 원인이 됐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1~7월 중 무역수지는 전년 동기 대비 341억 달러 감소했다. 이 가운데 단가요인으로 인한 감소가 395억 달러를 차지해 물량 증가 54억 달러를 압도하는 추세다.

6%를 넘어선 인플레이션율은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상품가격의 상승은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이에 더해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해 수입비용이 상승하고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원자재 수입비용 적자를 상쇄해온 반도체·LCD·자동차의 수출이 둔화된 것도 무역수지 악화 원인이다. 그러나 한은은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윤용준 한은 국제무역팀장은 "무역적자의 대부분이 수입 급증에 기인하는 만큼 원자재 가격이 안정될 경우 무역수지가 상당폭 개선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1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환담을 나누고 있다. /기획재정부

한은 고환율 위험 쉽게 본 결과
NDF 시장선 2분기 내내 매도세
외국인엔 차익···국내 은행 손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물가와 환율 상승에 대한 경계심이 약하다. "자본유출과 환율 사이의 움직임이 그렇게 기계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금융 데이터 상엔 이미 차액결제선물환(NDF:Non-Deliverable Forward)을 이용한 외국인들의 투기적 거래가 감지되고 있다.

NDF 거래란 당사자 간에 만기 시 당초 약속된 환율로 특정 통화를 매매하는 선물환 거래와는 달리 만기 시 약속된 환율과 실제 환율 간 차액만을 결제하는 거래다. 원화 결제 거래 없이도 선물환 거래가 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에 투기적 거래가 발생할 경우 국내 외환시장 교란 원인이 된다.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이 100원가량 급등세를 나타낸 가운데 NDF 시장에서 역외 투자자는 마이너스 99억 5000만 달러까지 순매도 규모를 확대했다. 지난 5월에는 89억 5000만 달러, 1300원 대를 돌파한 6월엔 12억 달러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성 NDF 매매 거래를 늘릴 때 국내 은행이 그 손실분을 메꾸기 위해 현물환 매입을 증가시킨 것이다. 이는 곧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유가 상승, 중국 경기 침체와 별개로 환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외환 시장에서 투기적 수요가 자극받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이 고환율을 방치하겠다는 시그널을 외국인들에게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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