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시작과 함께 이번주 내 협정체결 오보
긴축 바쁜 美 통화량 늘리는 정책 불가능
한은 "사실무근"···피마 레포 논의 와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여성경제신문DB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 전경 /여성경제신문DB

윤석열 대통령이 환율 문제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언급할 예정인 가운데, 한국은행에선 미국연방준비제도(Fed)와 600억 달러 규모 통화스와프를 협의 중이라는 통신사 보도가 나오면서 소동이 벌어졌다.

21일 서울외국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한·미 통화스와프가 이번 주 내 체결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1390원에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9시 15분 1388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앞서 연합인포맥스는 8시 40분경 "한은이 미국 연준과 통화스와프를 협의 중"이라며 "이르면 이번 주 내 체결이 전망된다"는 보도를 냈다.

외환시장에서도 대통령실과 기획재정부 등 모든 관계부처가 전사적으로 한·미 통화스와프 성사를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오전 9시 50분경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자료를 냈다.

한국은행 곽상곤 국제협력국 금융협력팀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협의 중인 것은 맞으나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평상시에도 외환시장 안정화 노력 차원에서 대화하는 것이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준 규정에 따르면 한국은 통화스와프를 한시적으로 재개설할 수 있는 '비상설 통화스와프' 국가로 분류된다.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3월 한국은 호주,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스웨덴, 덴마크와 노르웨이, 뉴질랜드 등과 함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다.

연준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국 등 14개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지만 2010년 대부분 협정을 종료했다. 연준과 상설 통화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국가는 현재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영국, 스위스, 일본 등 5곳뿐이다.

한·미 통화스와프는 원화를 달러와 직접 맞바꾸는 방식이라 채권 시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통화정책과 상충한다. 달러 스와프 라인 개설은 연준이 통화정책 차원에서 고려하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수의 국가와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던 것은 양적완화 정책과 이익 계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환율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정상회담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환율 의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 시 정상회담 모습. /대통령실

반대로 연준은 현재 달러를 거둬들이는 고강도 긴축으로 전개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상설 통화스와프 국가를 추가로 지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시적 통화스와프 역시 연준이 지정한 그룹과 동시에 체결하는 구조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통화스와프 체결 노력이 심리적 안정을 줄 수도 있지만, 실망감이 시장을 덮칠 경우가 더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한편에선 한국은행이 '피마 레포'(FIMA Repo)를 논의 중인 것이 와전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지난해 말 도입된 '피마 레포 제도'는 한은이 보유한 미 국채를 연준에 담보처럼 맡기는 대신 한도 내에서 미국 기준금리 상단(9월 자이언트스텝 시 3.25%) 수준의 금리로 달러를 끌어다 쓰는 '긴급 카드'로 분류된다. 이 제도 역시 거래한도가 600억 달러로 한국이 코로나19 사태 당시 체결한 통화스와프와 같은 규모다.

그럼에도 정상회담이 가까워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통화스와프 체결 압박은 커지는 양상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이 또 금리 인상을 하면 환율 시장이 불안정해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한덕수 총리는 "달러의 가용성을 높인다는 면에서 도움이 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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