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여야 대표와 좋은 자리 모시겠다"
李 "형식·절차 구애 없이"

'대선 맞수'였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만간 회동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취임 일성으로 제안한 1 대 1 ‘영수회담’ 대신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자는 입장을 고수해 양측의 온도차가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이 대표를 예방한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통해 이 대표와 3분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가까운 시일 내 여야 당 대표들과 좋은 자리를 만들어 모시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가능한 한 빨리, 형식과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만나면 좋겠다. 그래서 최대한 협력하는 모습을 갖자”고 윤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당 대표 당선 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께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영수회담을 요청 드린다”고 독대를 거듭 요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를 우회적으로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수석은 기자들과 만나 “당의 총재가 아니니 영수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대통령과 당대표 만남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며 “당장 날짜는 정하지 않았다. 여러 일정을 보면서 논의해서 (정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표면적으로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통령께서 당 대표 취임을 축하해주셨고, 이 대표도 감사하다 얘기하며 민생입법과 관련해 서로 협조하자는 말을 나눈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동을 앞둔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관계에서는 통상적으로 긴장감이 흐른다. 야당 측에서 불편한 건의가 나오기 마련이고, 사전 교감이 없으면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8년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한 것이 유일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수회담을 안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우 이 대표와 대선에서 0.73%p 표차로 간신히 이겼고, 현재 지지율은 대선 득표율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이후 1년도 안 돼서 당 대표 경선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한 거물급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수회담이 성사된다면 이 대표의 존재감만 부각될 수 있다. 대통령실 입장으로선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반면 여야 대표와 함께 만나면 여당 대표가 대통령의 지원군이 될 수 있고, 발언권이 공평하게 할당돼 주목도가 흩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날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양자 영수회담에 대한 어떤 부담이 있는 건 사실로 보인다"며 "협상이 예스, 노로 담판 짓는 형식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의석 수를 봐선 다자회동에 정의당이 참석한다 해도 캐스팅보트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양당구도로 좁혀질 것"이라며 "사전에 양측이 온도차를 보인 것은 전략적으로 '떠 보기' 내지는 힘겨루기로 보여진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