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단독 후보로 황 사장 적극 추천
"탈원전 반대운동 불참 인사 못 믿겠다"
친원전 목소리 아무리 내도 의심 눈총

윤석열 정부 원자력 산업을 이끌 한국수력원자력 신임 사장으로 황주호 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선임되면서 원자력계가 들끓고 있다. 친(親)원전 인사로 분류되지만 문재인 정부 기간 적극적인 탈원전 반대 운동을 하지 않았던 인물이란 이유에서다.
22일 한수원에 따르면 황 사장은 오후 취임식과 함께 임기 3년의 여정을 시작했다. 10여 년 만에 비(非)관료 출신이 한수원을 이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원자력계 내부에선 황 사장 이력을 문제 삼는 등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탈원전 반대 운동을 주도해온 원전계 한 시민단체(에너지흥사단)는 황 사장이 정재훈 전임 사장과 한수원 혁신성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것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인사의 귀환으로 규정했다.
에너지흥사단 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탈원전 정책 폐기를 못박으면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재인 정부의 한수원형 뉴딜종합계획에 자문역을 맡았던 인사를 추천했다"면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사장 후보를 복수로 압축한 뒤 주주총회를 통해 한 명으로 최종 결정을 해야 함에도 산업부가 자체적으로 한 명으로 결정해 보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인선 과정을 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위원장으로 있는 공운위 단계에서부터 황 사장이 단독 후보로 선정됐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보면 "탈원전 정책 폐기"와 함께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조화시켜 탄소중립을 추진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황 사장 반대론자들은 "신재생 친화적 인사가 어떻게 탈원전 폐지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상충 개념 아냐
바람 잘 날 없는 원전계···오해 풀고 가야
원자력계 내부에서 제기되는 황 사장의 성향을 둘러싼 논쟁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사용후 핵연료 전문가로서 처리-후-처분(파이로프로세싱)보다 직접-처분(땅에 묻는) 방식을 선호해왔다는 것과 △정재훈 전 한수원 사장이 추진한 신재생 사업을 포함한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지지해 왔다는 점이다.
먼저 직접-처분 방식에 국한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제정을 주장해온 것에 대해 반핵 운동의 빌미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원자력계 한 전문가는 "미국에서 공부한 학자들은 넓은 땅에 묻는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미국도 노선을 바꿔 4세대 원자로 개발과 병행한 재처리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국제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력 논란이 되는 '신재생에너지 육성'이 '탈원전 폐기' 정책과 상충되는 성격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혁신센터 연구위원은 "재생에너지 또는 원전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며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앞으로의 세상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의 시대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에너지 수단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양수발전, 청정수소 정도로 제한돼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력망 확충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 △신규원전 건설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재훈 전 사장과 마찬가지로 친원전이면서도 탈원전 반대 입장을 여전히 밝히지 않은 황 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원자력계 원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자력계가 원래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라며 "학계와 산업계가 모두 알아주는 전문가로서 자격 요건은 충분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황 사장은 이날 경북 경주 한수원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원전 수출 10기를 목표로 해외 시장을 개척해 다시 한번 기적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원자력 안전과 원전산업 경쟁력 제고 △미래 성장 기반 강화 △친환경 에너지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