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으로 얻은 반년 임기 소신 피력 기회 활용
태양광 사업 등 못다 한 이야기 페북 포스팅
원자력 주력의 종합에너지 기업 구상 전해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이 지난 7월 1일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왼쪽)이 지난 7월 1일 폴란드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임기 만료 후 직무 수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공식 임기는 끝났지만 후임 인선이 미뤄지면서 직무를 반년 가까이 추가로 수행해야 할 상황인데, 정 사장은 이를 자신의 소신을 피력할 기회로 삼고 있다. 

4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사장 공모 마감(6월 17일) 50여 일째를 맞았지만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1일 5배수로 압축된 뒤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후보 압축 발표 차례지만 안건은 상정조차 못한 상태다. 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종호 전 한수원 기술본부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선 재공모 이야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정 사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 4월 4일부로 만료된 상태지만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돼 있다. 10월 이후에 신임 사장이 선정된다면 추가 직무 기간은 반년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마지막 스퍼트' 기간으로 규정한 정 사장은 페이스북에 못다 한 이야기를 써 올리며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100조원 규모 동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원전 수출 행보가 가장 대표적이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초엔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을 수행해 폴란드를 방문해 안나 모스크바 기후환경부 장관 및 리샤르드 테를레츠키 하원 부의장 등을 만나 원전·방위산업·첨단산업 등의 분야에서 양국간 포괄적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와 동시에 한수원 주최로 폴란드 바르샤바 현지에서 원전기업인 300여 명을 초청한 '한국원전과 첨단산업의 밤' 행사를 열고 아이엘에프 컨설팅 엔지니어스(ILF),  BAKS,  RAFAKO 등 현지기업 세 곳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폴란드 전력 당국은 연내 노형을 결정할 예정인데, 3세대 가압수로형 원자로인 웨스팅하우스의 AP1000과 한수원의 APR1000(또는 APR1400)이 맞붙고 있다. 정 사장은 현지 기업들에게 "한국은 주어진 공기와 예산으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라고 강조하면서 세일즈를 펼쳤다.

8월 1일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과 경주를 방문한 정재훈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8월 1일 한국수력원자력 임직원들과 경주를 방문한 정재훈 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2030년엔 외화 벌어오는 회사 될 것으로 전망"
"SMR 가장 먼저 추진했지만 몰라줘도 괜
찮아"


정 사장은 종합에너지 업체로 변모하는 한수원의 상황을 페이스북 상에 보고하는 시간도 가졌다. 정 사장은 주민 의견 청취부터 시작해 인허가 단계에 이른 영동·홍천·포천 양수발전소를 언급하며 "수력발전의 상황을 보니 코끝이 찡해진다"며 "도합 1.8GW에 이르는 대공사로 각 지역별로도 1조원이 넘는 사업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애착을 보였다.

탈원전론자란 비판을 받으면서도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집중한 배경도 전했다. 정 사장은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의무비율인 25%를 달성하기 위해 태양광 사업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사업자는 RPS 의무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직접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도입하거나 다른 발전사업자로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재훈 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혁신형 SMR의 2019년 모형.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정재훈 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혁신형 SMR의 2019년 모형. /정재훈 사장 페이스북

정 사장은 임기 중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온 소형모듈형원자로(SMR)와 얽힌 사연도 밝혔다. 그는 "2021년 초에 SMR을 제대로 추진할 분위기가 잡히지 않아서 직접 의원회관을 돌며 김영식 의원을 비롯한 여야 의원님들을 5~6명씩 각각 모셔서 혁신형 SMR 국회포럼을 출범시켰다"며 "그 결과 SMR 추진 분위기는 상당히 고무됐고 2022년 5월 정부예타도 통과됐다"고 전했다.

특히 정 사장은 "현재는 학계의 모든 분들이 SMR을 자신이 추진하였다고 주장하시고 있어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도 "언론에서도 3년여 전부터 SMR 본격 추진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한수원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괜찮다"라고 했다.

국책 사업인 무탄소전원 강화를 위한 수소융·복합사업과 관련해선 △전주는 음식물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고 △창원은 도심 속의 여러 공공시설을 동시에 활용하는 분산형 모델이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삼척은 수소생산 연구개발과 주거단지 연계 △파주·포항은 스마트팜과 충전소 활용 프로젝트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은 취임 초부터 "한수원은 원자력을 주력사업으로 하되 종합에너지 업체로 도약해야 한다"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인사다. 그는 "앞으로도 원자력·에너지 관련 포스팅을 이어 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2030년까지는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마지막 스퍼트를 계속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