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처, 5년간 ‘3건 중 2건’ 조종자 미확인
전문가 “분단국가로서 위험, 보안 강화 필요”
원안위 “비행시간 짧아 조종사 찾기 어려워”

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불법 드론 적발 건수가 늘고 있지만 관리부처는 적발된 3건 중 2건은 조종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진(중국의 민간용 무인기)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트위터 캡처
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불법 드론 적발 건수가 늘고 있지만 관리부처는 적발된 3건 중 2건은 조종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사진(중국의 민간용 무인기)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트위터 캡처

국내 원자력발전소 주변 상공을 비행하는 불법 드론 적발 건수가 늘고 있다. 관리부처는 적발된 3건 중 2건은 조종자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유사시 최대 취약점이 될 수 있는 원전 시설 관리에 빈틈이 생긴 것 아니냐며 국가 안보 침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여성경제신문은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원전 주변 불법 드론 비행 적발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적발 건수는 120건으로 이 중 조종자 미확인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종결 처리한 건수는 77건(64.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했다. 원전 관리주체인 원안위와 한수원이 불법 드론 조종자 절반 이상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원전 주변의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다. 특히 고리원전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62건이 적발됐다. 올해부터 해당 원전에 드론 탐지장비(RF스캐너)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원전 주변 불법 드론 비행 적발 현황’ 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적발 건수는 총 120건이다. 이 중 조종자 미확인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종결 처리한 건수는 77건(64.2%)에 이른다. /이정문 의원실
‘최근 5년간 원전 주변 불법 드론 비행 적발 현황’ 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적발 건수는 총 120건이다. 이 중 조종자 미확인으로 처벌하지 못하고 종결 처리한 건수는 77건(64.2%)에 이른다. /이정문 의원실

이에 따라 실제 불법 드론 비행 건수는 적발 건수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매년 2곳의 원전에 RF스캐너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내년까지 모든 원전에 드론 탐지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정문 의원은 “드론 탐지 장비 도입을 통해 원전 주변 불법 드론 비행 적발 건수는 증가했으나, 실제 드론 근처에 있는 조종자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대다수가 현장에서 종결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조종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원전 주변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항공안전법 제127조에 따르면 해당 구역에서 비행하고자 하는 경우 사전 비행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불법 드론 조종자에 대해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만을 부과하고 있다.

원전 주변의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다. /자료=이정문 의원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원전 주변의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다. /자료=이정문 의원실,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영국 “취미용 드론 국가시설 테러 경계”
무인항공기 대처부대 배치 등 연구 몰두


해외에서는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드론 테러’를 주시하고 있다. 2016년 영국 조사기관 옥스퍼드리서치그룹은 ‘영국에 대한 비국가 활동 세력의 악의적인 드론 사용’ 보고서에서 일반인이 사용하는 취미용 드론으로도 충분히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가 9.11테러와 같은 대규모 살상을 위한 드론 테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본 정부도 경시청에 무인항공기 대처 부대를 창설해 국가주요시설에 비행 제한 구역 설정 등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2015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재가동 정책에 항의하는 남성이 총리관저 옥상에 드론을 날려 세슘 테러를 벌인 이후다. 지난 3월 중순에는 일본 ADIZ에 중국 드론 BZK-007이 일본 ADIZ에 진입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비행기 활주로에 드론이 무단 비행하면서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던 사례가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9월~2021년 8월 말까지 인천 공항 반경 9.3km 이내인 관제권에서 불법 드론을 적발한 건수는 170건이다. 이 중 드론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을 중단한 사례는 11건이다.

원전 주변의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고 그중 고리원전(사진)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62건이 적발됐다. /연합뉴스
원전 주변의 불법 드론 적발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2017년 2건에서 올해 7월까지는 88건이 발견됐고 그중 고리원전(사진)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62건이 적발됐다. /연합뉴스

원안위 “레저용 드론 많아 적발 건↑”
‘묻혀 있는’ 드론 이슈 “위험한 상황”


국가주요시설인 원전에 불법 드론 비행이 늘고 있지만 원전 관리주체는 충분한 경비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원안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드론이 취미활동이나 레저 용도로 사용되면서 원전 주변이 비행금지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잘 모르고 조종하는 분들이 많아졌고 적발 건수도 증가했다”면서 “현행법에 따라 원전 주변에 한수원 소속 특수 경비가 경계 근무를 서고 있으며 드론 발견 시 경찰과 군에 즉각 신고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드론 비행시간이 30분도 안 되게 짧다보니 경찰이 출동했을 때는 이미 비행이 끝난 이후”라면서 “조종사를 찾기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병령 원안위 비상임위원은 “적국으로부터 공격받았을 때 원전 시설이 취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드론이 날아다닌다는 것은 위험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 원전 관리 주체들이 비행기 충돌에는 관심을 두고 있어도 드론에는 관심이 덜하다. 위원회에도 상정되지 않은 것을 보면 해당 이슈가 묻혀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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