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 보험약관이 피해보상 책임 지정
삼성화재 "대리운전 특약 없인 보상 안해"
운전한 죄?···대리기사 본지에 억울함 호소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량들 /연합뉴스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침수된 차량들 /연합뉴스

집중 폭우로 각 보험사마다 1000여 건에 달하는 차량 침수 사고 신고가 속출하는 가운데, 보험사간 보험금 지급 떠넘기기로 애꿎은 대리운전 기사가 침수차 보상을 해야 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11일 여성경제신문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폭우에 의해 침수된 고객의 고급 외제차에 대해 대리기사가 운전 중인 차량이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 해당 차량을 운전 중이던 대리기사가 2억5000만원에 달하는 피해보상 책임을 안게 됐다.

앞서 8일 저녁 11시경 성남시에 거주하는 A씨는 이매역 근처에서 술자리를 가진 뒤 대리기사를 호출해 귀가에 나섰다. 하지만 도중 폭우를 만나 차량은 서현역 2번 출구 부근에서 멈춰섰고 물에 잠겼다.

침수 즉시 A씨는 콜센터를 통해 사고를 접수했다. 보험사 측은 "차주가 직접 운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 처리를 못해 주겠다"고 회신했다. 그러면서 "보상은 대리운전 기사에게 받으라"고 답했다. 

보험사 측은 대리운전 시 발생하는 사고를 보상받기 위해선 '대리운전 중 사고보상 특약'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운전자 범위 한정특약에만 가입한 경우 차주의 자동차보험으론 보상처리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리기사가 가입한 보험은 일종의 '자차 보험'처럼 운영된다. 사고를 내면 대리기사가 자신의 차를 파손한 것으로 간주해 대리기사 부담금이 먼저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차주 A씨 차량의 가액은 2억5000만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A씨는 대리운전자나 대리운전업체를 대상으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제보자는 "대리기사 B씨가 가입한 보험은 업계 최저 수준인 3000만원밖에 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이라며 "3000만원을 넘는 보상액은 대리기사가 떠안게 될 처지"라고 말했다.

졸지에 2억5000만원의 날벼락을 맞게 된 대리기사 B씨는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B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손님을 안전하게 모시려는 중 폭우를 만난 것이 피해를 보상해야 할 죄가 되느냐"며 "3만원을 벌려고 나갔다가 평생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리기사가 운전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보상할 방법이 없다"며 "해당 대리운전업체가 자차에 가입된 회사라면 그쪽에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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