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닷컴버블‧글로벌 금융위기 이어 네 번째
1350원대 진입 예상…달러 강세 사이클 끝나야 안정화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1300원 돌파’를 한국 경제에 닥친 금융 위기 시그널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환율 1300원 돌파’를 한국 경제에 닥친 금융 위기 시그널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돌파했다. 달러화 강세에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 국내주식 순매도 급증으로 환율은 1350원까지도 전망된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서 출발했다. 장 초반 1298.8원에서 1300.8원까지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오후 2시 44분 기준 1297.90원으로 소강상태를 보였다.

‘환율 1300원 돌파’를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닥친 금융 위기 시그널로 본다. 때마다 한국 경제사에서 대표적인 금융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먼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을 받았던 1997년 말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 터치 직전까지 갔다. 여성경제신문이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997년 12월 8일 1342.4원을 시작으로 한국은 원‧달러 환율 1300원 시대를 맞았다. 1997년 12월 23일 1995원 최고점을 찍은 후 1998년 7월 22일(1300원)에야 1년여의 위기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한국은 2000년대 초반 미국의 닷컴버블 붕괴와 일본의 제로금리 정책으로 또 한 번의 경제위기를 맞는다. 2001년 4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1년여 동안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너머에서 유지됐다. 2001년 4월 4일(1365.2원)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900원대 안정세를 이어가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다시 1300원과 만나게 된다. 2008년 11월 4일(1300원)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1570.3원 최고가를 찍는다. 2009년 4월 30일 이후나 돼야 1300원대에서 빠져나온다.

한국은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주연
한국은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최주연

닷컴버블과 유사…미 통화스와프 체결 대안


한국은 지난 23일 1300원의 늪에 다시 빠지게 됐다.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사태,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안전자산선호가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수입물가와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외 국가는 달러 가격 상승으로 차입 비용 증가, 수입 물가 상승,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자본유출로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지금의 위기를 닷컴버블 붕괴 시기와 유사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달러화 강세를 비롯해 위안화 약세, 무역수지 적자,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 등이 '환율 1300원' 돌파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데 당시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을 뚫고 1350원까지 터치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러강세 싸이클이 끝나고 스스로 꺾여야 환율 급등세가 완화될 수 있다”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금융시장 안정화에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리 인상도 해법 아니다?‧‧‧“흐름 바꿀 수 없을 것”


고환율을 비롯해 고금리, 고물가에 대한 해법으로 기준금리 인상도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 21일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다음 달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시사한 바 있다.

학계에서는 금리격차를 좁히기 위해 다음 달 있을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1.75%에서 2.25%까지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 초반과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서민과 중소‧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을 ‘쫓아가는 게’ 의미 없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 관계자는 “하반기에 미국과 금리역전은 물론이고 갈수록 금리 폭은 더 커질 것”이라면서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내달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여건 상 그럴 수 없지 않나”라고 ‘빅스텝’ 처방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를 따라가는 것이 의미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강세를 둔화정도 시킬 수 있을 것”이라면서 “흐름은 바꿀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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