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친윤석열)계 핵심 인물로 분류되는 장제원 의원이 주도한 미래혁신포럼과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주도한 혁신위원회가 27일 가동됐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미래혁신포럼에 참석한 가운데 당내 세력 구도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미래혁신포럼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해 윤한홍·박성중·박성민 의원 등 친윤계 의원 상당수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럼에서 ‘혁신의 길을 묻다’를 주제로 강연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원래 뿌리가 대통령 정당이었기 때문에 많은 소속 의원이 오로지 대통령만 쳐다보고서 사는 집단이 아닌가”라며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크게 발전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장제원 의원이 포럼에 김 전 비대위원장을 연사로 초청한 것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결국 이준석 대표를 포위하겠다는, 이준석 고립 작전이다”라고 평가했다.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 의원도 포럼에 참석했다. 안 의원은 회원이 아니지만 예정에 없던 축사를 했다. 축사에서 안 의원은 “단순히 재정·금융 정책만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복합 위기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 것인가, 그 혜안을 들으러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지금 대한민국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포럼 가입 가능성도 내비쳤다. 포럼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안 의원은 “정당 내부의 어떤 파워게임 같은 것은 관심 없다”라면서도 “필요하다면 가입은 할 테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실행에 옮길지 그걸 보고 (포럼 가입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선 날을 세웠다. 안 의원은 이 대표의 ‘간장’ 발언에 대해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 대표가) 속이 타나 보죠”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다음 주 ‘간장’ 한 사발 해야겠다”고 적었다. 간장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간철수’(간보는 안철수 의원)와 장제원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대표와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안 의원은 최고위원 추천 인사 2명 중 1명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을 추천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선배로 친윤계로 분류된다. 이 대표가 이를 반대했지만 안 의원도 의견을 굽히지 않으며 교착상태에 머물러 있다. 

한편 27일 오후에는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원회도 1차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혁신위는 이 대표가 지난 지방선거 승리 직후 출범을 공언한 조직으로 당내 개혁 과제 전반을 다룰 예정이다. 

혁신위를 둘러싼 공방도 계속됐다. 친윤계 김정재 의원은 이날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나와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는 13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대표가 혁신위원 5명을 지명했다”면서 “혁신위는 ‘이준석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의원은 제가 지명했다는 5명이 누구인지 조속히 밝혀야 한다”며 “‘혁신위 이준석 사조직론’을 내세워 끝까지 흔들려는 모습이 의아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전문가는 당내 계파 형성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계파가 긍정적인 순기능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영국의 경우 양당제 하위 내각제를 하고 있는데 의회를 지배하는 정당이 행정부도 지배하게 된다면 독재의 가능성이 발생한다”며 “그러나 영국 정당 내에 계파들이 있기에 독재로 흐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도 마찬가지로 자민당이 계속 집권하지만 일당독재로 흐르지 않는 이유가 계파 정치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