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첩보 확인한 靑고위 관계자 전언
월북 의사 표현에 "단서 아닌 참고자료"

2020년 9월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27일 이른 아침 북측 등산곶이 보이는 연평도 앞바다에서 해병대원들이 해상 정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SI(Special Intelligence·특별취급정보) 공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가운데 당시 공무원을 발견한 북한군 선원의 최초 교신 내용이 밝혀졌다.

2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 우리 군은 북한군 선원이 실종된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를 발견하고 육지의 북한군 본부에 보고한 것을 감청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 선원은 일단 자기 배로 구조할지 여부를 망설이기도 했다고 한다. SI 첩보 내용을 확인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최초 교신 내용을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관계자의 전언을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일시 및 장소: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서해 등산곶 인근

북한군 선원: "사람 발견, 구명조끼 입었다. 남조선 꺼다... 살아있다... 건집니까, 안 건집니까"

북한군 선원: "부유물 뭔가 하나 탔는데 겨우 몸이 걸쳐져 있는, 한 사람이 누워있을 만한 것도 아니다... 발도 담그고 있고 무릎 이하가 잠겼다"

북한군 본부: "가까이 가지 말고 방독면 써라"

이후 약 한시간 뒤 A씨는 공무원 이씨를 먼 거리에 놔둔 채 심문을 했다. 이때 이씨가 이름·나이·거주지 등을 밝히고 월북 의사도 표현한 정황이 SI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SI 부분은 보안 등급이 높은 기밀로 취급되는 데다 정보 자산 노출 우려도 있어 본지는 밝힐 수 없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월북 의사를 표현했다는 SI에 대해 "월북을 규정할 참고 자료다. 단서일 수가 없다"며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는데 군이 판단한다. 이걸 이렇게 한 쪽으로 정리된다고 못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이어 "SI가 처음부터 시간대별 내용으로 완성된 것도 아니다. 중간중간 빈 부분이 많다"며 "SI 외에 나머지 월북 정황도 해경이 보는데 수사는 객관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의 공무원 심문 이후 저녁 9시가 지난 때의 대화를 이어서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군 선원: "어떻게 처리할까요? 살리라는 겁니까, 죽이라는 겁니까?"

북한군 본부: "쏘라. 762(AK 소총 7.62mm)로 하라"

북한군 선원: "예? 정말 762로 하란 말입니까"...  (탕탕탕)...  "총격을 가했다. 소각했다"

당초 우리 군은 이러한 총격과 소각 정황을 토대로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지만, SI 상에서는 정확한 태운 목적물이 없어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아 사흘 뒤 "시신 소각이 추정된다"고 수정 발표했다. 북측이 부유물만 태웠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서주석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종자를 발견한 북한군 부대와 상급부대 간 교신을 담은 이 SI는 여러 정보를 담고 있었다"면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등에 내용이 소상히 보고됐는데 실종자는 발견 당시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을 타고 있었으며 북한군의 질문에 본인의 개인 신상정보와 함께 월북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 전 1차장은 "SI에서 신상정보가 언급됐기 때문에 우리는 바로 그 실종자가 발견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SI 내용을 제가 구체적으로 설명을 드리기는 좀 그렇다"고 했다.

'이씨가 북한군을 마주친 두려움에 월북 의사를 거짓으로 표명했을 수도 있지 않냐'는 지적에는 "이례적으로 아주 긴 SI 첩보가 당시에 있었고 그 내용 중에 당시 상황이 전달됐는데 전체 SI를 보면 (월북) 정황을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군이 상급부대로 보고하는 과정에서) 이름, 나이, 거주지 등을 포함해서 월북 의사가 보고가 됐었다"고 전했다.

앞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0일 SI를 공개하는 문제에 대해 "여당이 공개하자고 하면 공개하자"며 "제가 지금 이걸 가지고 꺼릴 게 뭐 있느냐"고 말했다.

이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기자들과 만나 "SI를 공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아니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부분을 공개하면 간편하게 해결된다"며 "SI 공개보단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부분을 공개하자고 역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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