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소‧대피리로 전통 넘어 새 기법
개성‧자아 보이는 창작곡 다작‧연주
“BTS 곡 커버는 모험” 대중과 가까이
극과 극의 만남···음악적 케미가 무기

영화, 음악, 패션 등 한국의 세계화가 말뿐이 아닌 현실이 된 요즘, 피리 음률을 기반으로 한 국악 창작그룹 뮤르가 ‘조선 재즈’를 들고나왔다. 대중에게 행복과 위로를 전달하고 싶다는 두 아티스트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물었다.
“뮤뮤뮤뮤르, 뮤르, 뮤르, 뮤직(music), 레스트(rest), 리프레쉬(refresh). 우리의 음악으로 일상의 휴식과 기분전환을 드리고 싶은 국악 창작그룹 뮤르입니다.”
뮤르에 대한 첫인상은 밝음이었다. 여느 신인 아이돌그룹처럼 활짝 웃으며 (살짝은 수줍게도) 자신들을 소개했다. 뮤르는 생황, 태평소, 노래, 작곡을 맡고 있는 팀의 ‘대장’ 허새롬과 피리와 대피리를 주로 연주하는 지혜리로 이뤄진 2인조 국악 여성밴드다. 최근 KBS2 인기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에서 글로벌 스타 방탄소년단의 ‘페이크 러브’를 국악기로 연주, 편곡, 노래해 반향을 일으켰다.
“사실 방탄소년단 곡 커버는 모험이고 도전이었어요. 저조차도 국악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사람이었으니까요.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도 중장년층이 많고요. 하지만 또 한 번 용기를 내봤죠.”(허새롬)

뮤르의 아이돌 곡 커버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MBN <조선판스타>에서 원더걸스의 ‘So Hot’을 노래해 먼저 관심을 받았다. 이 오디션에서는 최종 3등으로 당당하게 이름을 올렸다.
뮤르는 ‘조선 재즈’를 내세운 만큼 국악과 재즈를 접목한 곡들을 다수 창작했다. 두 장르의 만남은 이색적인 만큼 특별하다. 장르의 근원적인 감성, 슬픔과 한이 묘하게 만나 어우러진다. 팀에서 작곡을 맡고 있는 허새롬의 취향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국악을 했고 그래서 음악 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던 중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도 생겼고 정말 다양하게 들었어요. 재즈부터 아이돌 음악까지. 듣다 보니 태평소로도 새롭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부분들이 들려왔습니다. 실제 국악기로 표현해보니 재즈가 되더라고요. 주변에서부터 ‘국악 재즈’라고 불러주셨어요.”(허새롬)

국악기 통한 개성 표현 갈증…창작곡 쓰게 돼
뮤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제한적인 전통곡에 대한 갈증에서부터 팀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전통곡을 배우고 연습해왔어요. 그런데 저희 악기로 연주할 수 있는 창작곡이 부족한 거예요. 우리의 개성 그리고 자아를 드러낼 수 있는 곡들이 턱없이 부족했죠. 우리 입맛대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창작을 시작했습니다.”(허새롬)
뮤르는 2017년 결성돼 매달 한 곡씩 음원을 발매하는 ‘다달달달 프로젝트’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까지 56곡을 발매했고 57번째 곡 녹음을 마쳤다. 지혜리는 음악 장르에 대한 편식은 없지만 최근에는 뉴에이지 장르로 자신을 표현하고 있다.
“뉴에이지에 관심이 많아요. 대피리, 생황 등으로 구성되는 곡을 언니가 써주고 있어요. 사계절 기준으로 12곡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지혜리)
갈수록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재즈풍 음악을 많이 했는데 앞으로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곡 부자’로서 어디 가서도 준비돼 있는 뮤지션으로 발돋움하고 싶어요.”(허새롬)
전무후무한 장르의 창조. 그렇다면 새로운 연주 기법,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기법을 어떻게 만들어야겠다는 것보다는 음악에 맞춰서 악기를 연주해요. 그러면 기법들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그거 어떻게 부는 거야? 어떻게 소리 냈어? 묻는데 그때서야 아, 내가 새로운 기법으로 연주했구나 하고 알게 된답니다.”(지혜리)
뮤르는 무대 위를 즐기는 ‘꾼’이다. 고독한 예술가라기보다 관객과 소통을 즐기는 퍼포머이기도 했다. 무대 위에서 이들은 공연 중 관객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관객분들과 첫 대면 때 교감이 정말 중요해요. 사실은 '안녕하세요'에서부터 시작되죠. 인사에서 마음을 못 열었다 하면 태평소로 첫 곡 ‘가리봉 블루스’를 연주합니다. 크고 묵직하게요.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 거죠.”(허새롬)
“무대 위 멘트가 정말 중요해요. 관객 반응 차이가 달라집니다.”(지혜리)
그렇다고 이들이 무대 위에서 ‘멘트’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연주는 이미 몸으로 체득한 단계이기 때문이다. 또 연주자가 다운되면 관객도 다운되기 때문에 업 시키는 게 연주자의 역할 중 하나라고.

반대가 끌리는 이유…6년 차 뮤르의 ‘힘’
허새롬과 지혜리의 인연은 중학생 때부터 시작됐다. 6년째 같은 팀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인연으로만 봤을 때는 21년째다.
“처음에는 중고등학교 선후배로 알게 됐어요.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이 친구는 1학년. 사실 학교 다닐 때 한마디도 안 해봤어요. 음악생활 하다 보니 팀으로 만나게 되고 새 음악에 대한 뜻을 모으다 보니 함께 활동하게 됐네요.”(허새롬)
이들은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한 존재라고 인지하고 있었다. 음악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언니가 있어서 팀에 들어왔어요. 정말 주저하지 않고. 언니는 학창 시절에도 끼가 많아서 되게 유명했어요. 저는 조용한 아이였고요. 항상 부러움의 대상이었어요. 활동하고 깊이 만나게 되면서 되게 여린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됐죠. 눈물이 많고 인간적으로도 매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당연히 음악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고요.”(지혜리)
“학교 다닐 때 말은 한 마디 안 했지만 기억은 나요. 되게 조용하고 착실한 후배였죠. 제가 있던 팀이 굉장히 빡센 팀으로 유명했는데 들어온다고 해서 놀랐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내면이 단단하고 제가 배울 점이 많더라고요. 저는 여리기도 하지만 즉흥적인 면도 있는데 이 친구가 그것을 잘 잡아주는 것 같아요.”(허새롬)
음악적으로도 서로는 서로에게 영향받고 있다.
“혜리 씨를 봤을 때 여성스럽지만 의외로 굉장히 굵고 묵직한 소리를 잘 내요. 놀랄 때가 많아요.”(허새롬)
“원체 저는 음악표현이 여리여리한 느낌이었어요. 국악기로 묵직하고 에너지 있게 표현하는 ‘대장’ 보면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지혜리)
이들은 서로 소중한 만큼 사생활에서 꼭 지켜야 할 선은 지키고 있다. 또 서로의 생각을 늘 들여다보고 소통하려 한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의견을 수용하는 편이라고. 이제는 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됐다.
“언니는 제게 초콜릿 같은 사람이에요. 참고로 저는 하루에 초콜릿을 한 개라도 못 먹으면 에너지가 빠지는 사람이랍니다.”(지혜리)
허새롬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끝내 말을 이어갔다.
“항상 같이 있다 보니 내 곁에 늘 있을 것 같은 존재요.”(허새롬)

음악이 일이 아닌 놀이가 되는 그날까지
뮤르는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고민도 많다. 앞으로는 커버 곡이나 잘 알려진 명곡을 국악기로 연주하는 시도도 자주 하고 싶다. 관객이 뮤르 곡을 들으면서 즐길 수 있길 바란다. 외국인에게 우리 전통을 위주로 보여줄지, 서양음악과 접목한 모습을 보여줄지도 고민이다.
결국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것들이었다. 뮤르는 관객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국악이 반짝 인기를 가질 수 있는 장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꾸준히 하다 보면 여태 만들어놓은 곡들이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은 잘 쌓아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허새롬)
이제 막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뮤르. 두 아티스트에게 마지막으로 지금 가장 골몰하고 있는 것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닮아 보이는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두 사람의 마지막 답은 굳이 분리해서 적지 않기로 했다.
“음악이 삶 자체가 되길 바랍니다. 일이 아닌, 즐길 수 있는 것 그 자체요. 결국 삶을 즐기고 싶어요. 음악 하면서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지가 현재 가장 골몰하고 있는 것입니다.”
뮤르는 그들 자체가 음악이었고 쉼이자 기분전환이었다. 그들이 원하듯 더 많은 관객과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국악인, 퍼포머, 아티스트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조선 재즈의 탄생을 환영해 마지않는다. 젊은 그들에게 꽃길이 펼쳐지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