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람 인스타툰 작가]
'공감' 키워드로 2030 사로잡아
'교과서 낙서'에서 일상 만화까지

'여경TV' 유튜브 채널

"SNS에서 빤스만 입은 캐릭터 만화가 난리라고?"

강아람 작가는 인스타그램에서 '일상 공감 만화'를 그리고 있다. 진한 빨간색과 검정색의 대비되는 색감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팬티만 입은' 캐릭터는 머릿속에 강하게 남아 인기가 대단하다. 그의 웹툰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구독자만 5000명 가까이 될 정도다. 여성경제신문이 '차세대 웹툰 리더'로 급부상한 강아람 작가를 만났다.

인스타툰의 주된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강 작가의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람툰' 혹은 '@ram__toon'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강아람 작가 제공
인스타툰의 주된 인기 비결은 '공감'이다. 강 작가의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람툰' 혹은 '@ram__toon'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강아람 작가 제공

최근 2030 세대에서 '인스타툰'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툰은 '인스타그램'과 '웹툰'의 합성어로 2030 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연재되고 있는 만화를 의미한다. 정식 웹툰 플랫폼과 달리 누구나 게시물을 올릴 수 있어 웹툰 작가를 꿈꾸는 많은 사람이 오르는 '시험대' 정도로 통한다.

사실 일상을 다룬 콘텐츠는 차고 넘친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인스타툰이 일상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고, 유튜브에서는 '브이로그'(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가 물밀 듯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람툰'은 다르다. 람툰은 '남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재미가 있다. 강 작가가 본인의 만화를 '그림일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SNS에서 '멋지고 우아한'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만, 강 작가는 본인의 우스꽝스러운 부분까지 람툰에 녹여내기 때문이다.

강아람 작가의 '최애' 에피소드는 '유연성 안 좋은 사람' 제목 에피소드다. ​​​​​ /강아람 작가 제공
강아람 작가의 '최애' 에피소드는 '유연성 안 좋은 사람' 제목 에피소드다. ​​​​​ /강아람 작가 제공

람툰은 '쇼핑할 때 공감'이나 '무기력증 극복 방법' 등 다양한 일상 에피소드를 다룬다. 만화 속에서 강 작가는 알바를 하기에 앞서 소심한 성격을 걱정했지만 이내 '자본주의 미소'(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을 위해 짓는 미소)를 띠는 솔직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강 작가가 꼽은 '최애' 에피소드는 '유연성 안 좋은 사람' 제목 에피소드다.

"저는 어려서부터 유연성이 엄청나게 안 좋은 '뻣뻣한 사람'이었어요.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스트레칭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상체를 발끝까지 앞으로 접는 유연성 테스트 시간이었어요. 다른 학생들은 잘만 하는데 저만 몸이 안 내려 가지더라고요. 선생님이 그걸 보고는 제가 설렁설렁한다고 생각했는지 직접 와서 제 몸을 눌러주셨는데, 몸이 내려가지기는 커녕 누른 상태에서 앞으로 쭉 밀려난 적이 있어요. 이게 생각이 나서 기억을 떠올려 만화로 그렸는데, 많은 분들이 재밌어해 주시더라고요."

만화를 그리고 있는 강아람 작가. /강아람 작가 제공
만화를 그리고 있는 강아람 작가. /강아람 작가 제공

만년필 대신 붓을 들다

람툰은 작가의 일상과 추억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특히 강 작가의 장점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스토리텔링에 있다.

강 작가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말귀를 잘 알아먹고 눈치가 빨라 남들이 어떤 말을 좋아할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야 할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람툰에서는 이런 강 작가의 특기가 여실히 드러나 댓글창에는 '이야기가 너무 재밌다', '스토리텔링의 귀재' 등 칭찬이 쏟아진다.

그런데 미술 분야에서는 큰 강점이 없던 강 작가가 어떻게 스토리텔링 하나만으로 인스타그램이라는 시험대에 올라 5000명 관중을 만들 수 있었을까.

강 작가는 이 이유에 대해 본인을 '낙서쟁이'라고 설명했다. 

강아람 작가가 그린 낙서. /.강아람 작가 제공
강아람 작가가 그린 낙서. /.강아람 작가 제공

강 작가는 학창 시절 사용하던 교과서가 낙서로 빼곡할 정도로 낙서를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그린 낙서를 친구들에게 보여주는 게 그 시절 인생의 낙"이라면서 "친구들 교과서는 필기로 빼곡할 때 제 교과서는 그림으로 가득했다"며 웃었다.

친한 친구의 동아리 공연을 보면서도 스케치북을 놓지 않을 정도였다고 했다. 강 작가는 "친구가 풍물패 동아리 공연을 준비했다고 해서 구경을 갔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그림으로 그린 적이 있다"며 "어릴 적 생각 없이 했던 일 하나하나가 모여 '작가 강아람'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했다.

이후 디자인학과를 복수전공하면서 여러가지 디자인을 배우며 그림 실력을 다졌다고 했다.

강아람 작가가 사용했던 교과서(왼쪽)과 강 작가가 그린 풍물패 공연 그림(오른쪽). /강아람 작가 제공
강아람 작가가 사용했던 교과서(왼쪽)과 강 작가가 그린 풍물패 공연 그림(오른쪽). /강아람 작가 제공

만화계 이단아, 인스타그램으로 나가다

강 작가는 본인의 출발점을 인스타그램으로 정했다. 강 작가가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먹었을 당시 인스타툰은 이미 만화 작가들이 너도나도 참여해, 새롭게 시작하는 작가들이 성공하기 힘든 '레드오션'이었다고 한다. 이에 강 작가는 본인의 만화에 '두 가지 장치'를 고안했다고 했다.

첫 번째는 특이점이다. 람툰의 주인공은 '팬티만 입고 있는 빨간' 캐릭터다.

강 작가는 만화를 그리기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왔다고 전했다. 캐릭터 그리는 법부터 전문가를 찾아 강의를 요청했다고 했다. 만화 연재와 마찬가지로 인스타그램에서 일러스트 전문가를 찾았고, 마침 클래스(수업)를 열고 있어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강 작가는 캐릭터 구상부터 남다르게 접근했다. '내 캐릭터가 다른 만화와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아예 캐릭터에 옷을 입히지 않기로 했다고. 강 작가는 "팬티만 입고 있는 것이 람툰만의 아이덴티티가 될 수 있을뿐더러, 옷을 따로 그리지 않아도 돼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아람 작가가 연재하는 람툰의 주인공은 팬티만 입고 있다. /강아람 작가 제공
강아람 작가가 연재하는 람툰의 주인공은 팬티만 입고 있다. /강아람 작가 제공

강 작가는 "실제로 캐릭터가 팬티만 입고 있는 것을 기억해주는 분이 많다"면서 "'실제로도 팬티만 입고 있는 거 아니냐'는 농담조의 댓글이나 메시지가 오기도 한다. 저는 옷을 잘 입고 다니니 걱정 안 하셔도 된다"며 웃었다.

람툰의 또 다른 장치는 '시리즈물'이다. 강 작가는 "제주도에 한 달 동안 살았을 때의 이야기를 담은 '제주 한달살이' 시리즈를 연재한 적이 있다. 그때만 구독자가 1000명이 넘게 늘었다"며 "일상 에피소드 사이에 간혹 시리즈물을 넣어 연재한다. 뒷 내용이 궁금해 구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창작의 고뇌, 소통으로 메꾸다

강 작가는 람툰을 연재하면서 가장 힘든 점으로 '소재 고갈'을 꼽았다. 강 작가는 "람툰은 주 3회 연재를 목표로 평균 2~3회를 올리고 있다. 아무래도 매주 연재하니 소재 고갈이 될 때가 있다"며 "항상 재밌고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보니 부담감 때문에 소재에 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강 작가는 '독자와의 소통'을 꼽았다. 강 작가는 "'다이렉트 메시지(DM, Direct Message)'를 통해 작가와 독자가 직접적으로 소통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게 인스타툰의 큰 장점 중 하나"라며 "독자들이 투표할 수 있는 창구를 열거나 독자와 메시지를 통해 영감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만화를 그리고 있는 강아람 작가. /강아람 작가 제공
만화를 그리고 있는 강아람 작가. /강아람 작가 제공

또 강 작가는 "독자의 메시지가 영감이 될 뿐 아니라 만화를 연재하는 데에 큰 힘과 응원이 된다"며 "지금보다 팔로워가 훨씬 적었던 시절에 어떤 분이 술을 마시고 장문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 '람툰을 보면서 공감하고, 위로를 많이 받는다. 힐링이 된다'는 메시지였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차세대 웹툰 리더' 강아람 작가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정식 웹툰 플랫폼에서 다른 장르의 웹툰을 연재하는 것을 넘어 피규어의 한 종류인 '아트토이'까지 만들고 싶다고 했다. 강 작가는 "앞으로 그림이나 스토리 짜는 실력이 더 늘게 된다면 '일상툰' 말고도 정식 웹툰 플랫폼에서 다른 장르의 웹툰을 투고해보고 싶다"면서도 "현재 '아트토이'도 만들고 싶어서 아트토이 클래스를 매주 다니고 있다. 웹툰뿐 아니라 다방면으로 예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 만화는 인스타그램에서 '람툰' 혹은 '@ram__toon'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