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원의 성과 인권]
TV속 연예인의 모습이 기준이어선 곤란
건강한 몸·마음 만들기 위한 노력이어야

여성의 평생 숙제가 ‘다이어트’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이 나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는 말일 것으로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나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강의가 주업인 나는 거의 바지 정장을 입는 편이다. 그러다가도 썩 내키진 않지만 간혹 치마 정장을 입어야 되나 고민하게 되는 강의도 있다. 그래서 몇 년 전에 사서 한두 번 입었던 원피스를 꺼내 입어 본다.
아! 이를 어쩐다. ‘빅 세일’을 하거나 백화점 판매대에 엎어져 있는 옷이 아니라 큰 맘 먹고 사서 고이 입고 드라이해 보관한 원피스와 정장의 재킷 단추가 채워지지 않는다. 어떤 옷을 입어도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
과연 내가 몇 년 전의 몸으로 돌아가 이 옷을 또 입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불가능한 망상이라는 결론에 이르자 과감하게 재활용 수거함에 옷을 던진다. 그러고 나서 남아 있는 옷을 보니 박스형 티셔츠와 고무줄이 들어간 바지뿐이다.
중년의 내 몸은 왜 이런 변화를 겪는 것일까? 일단 체중 증가뿐 아니라 고지혈증과 천식이 악화되고 있다. 옷의 처분과 함께 일단 내 몸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처박아 뒀던 체중계를 거실 한쪽에 꺼내 놓는다.
공영방송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40~50대 여성의 건강 적신호인 복부비만에 대해 방송하고 있었다. 그 프로그램은 복부비만의 원인부터 운동과 식이요법까지 설명했다. 과거엔 비만이었지만 지금은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해서 몇십kg을 감량했다며 헐렁해진 바지를 입어보고 자랑한다. “그 힘든 일을 해내다니… 참 독하다 독해!” 부러움과 함께 옆 채널로 돌려 본다.
옆 채널의 홈쇼핑에서는 ‘이 식품만 먹으면 저절로 뱃살이 줄어든다’며 쇼핑호스트는 ‘before 와 after’ 사진을 보여준다. 절대적으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 나에게 쇼핑호스트의 유혹을 떨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이제 먹는 걸로 복부비만을 해결해 보자!” 하면서 목돈을 들여 다이어트 식품이라는 것을 구매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TV에 등장한 수십kg을 뺀 사례와 달리 내 몸에는 1%의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방송국과 홈쇼핑의 합작에 내가 넘어갔네’ 하는 ‘빡침’과 함께 ‘어떤 약이나 식품을 먹어도 운동, 식이요법과 함께 해야 되는구나’를 알게 됐다.
“그래, 시간도 일정하게 낼 수 없는 상황이니 계단 60층 걷기를 해보는 거야.” 그러나 60층 걷기 결심은 완벽한 실패로 끝나버렸다. 딱 첫날만 성공하고 그 다음 날은 40층, 그 다음 날은 20층을 완주했다. 방학이 시작될 때의 꽉 찬 결심처럼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다. 매일이 내 나약한 의지를 실험케 되는 운동 계획이었다. 어떻게든 운동하지 않을 이유를 찾아 요리조리 핑계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바빠서’ ‘더워서’ ‘코로나라서’ 등의 이유를 들고 나의 체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었다.
‘그래, 내 몸에 투자해야지. 공짜가 어딨어. 돈이 들어가면 아까워서라도 하겠지···. 큰 맘 먹고 거금을 들여 필라테스에 등록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10회를 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부디 좀 성실하게 운동해 주기를 스스로에게 바랄 뿐이다.
건강한 몸은 내가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조건일 것이다. 그래서 건강한 신체를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관리해 주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나의 몸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스트레스를 받고 부정적인 자기인식을 하는 이유를 살펴보자면 나의 건강 적신호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외모 지상주의’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해 외모가 개인의 가치와 능력, 우열 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외모가 절대적 기준이라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비만을 건강의 적신호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정상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는 것을 문제 삼고, 미디어에서 추앙하는 그 미의 기준에 부합하게 돈과 시간을 쓰는 데 아끼지 않는다. 동경하는 연예인의 군더더기 없는 늘씬한 몸, 근육질 몸이 이상적이라 여기고,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기관리가 안 된 부끄러운 몸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회다. 우리 사회는 그런 사회다. 그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왜 이렇게 변해 가는 내 몸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내가 운동을 잘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생각해 본다. TV 속에 등장하는 다른 몸들과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타인에게 보여지는 나를 위해 운동하는 게 아니라 나이와 함께 변하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수용하면서 건강한 마음과 몸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맞겠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