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너도나도 물적 분할 후 상장···주가 ‘뚝’?
정치권 “소액주주 보호 강화” 제도 마련 한목소리
LG화학 "연 수조원 투자 위해 자회사 상장 불가피"

경영학의 창시자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해 “고객을 만들고 지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은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에 활력을 만들고 일자리도 창출한다. 그런데 기업에 투자한 주주는 왜 기업과 갈등할까?

한국 사회가 기업을 국민 모두의 것으로 간주하는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내비게이션은 ‘공공’이라는 최고 선(善)을 향해 쾌속 질주해 왔다. 정치는 사회 구성원의 사고방식과 윤리 틀마저 그렇게 빚고 있다.

엄한 ‘공공’ 잣대에 따라 대기업은 너와 나, 우리 모두의 삼성, LG, SK가 됐다. 최대 이익과 최소 이익, 혹은 손실의 선택지가 있다면 셋 중 주주의 재산에 손실이 없는 쪽을 선택해야 여론의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이 같은 상황을 보고 뭐라 이야기할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민간주도 성장을 골자로 한 새 경제정책 방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기업실적보다 뒤떨어진 정치경제 체제"라며 법제 손질을 예고한 바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촉발된 지배구조 논쟁을 되짚어보고 기업법제 선진화 방향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① LG엔솔 상장에 성난 개미…정치권 '달래기 경주'
② 선진 입법례선 낯선 ‘우리들식’ 주주 보상 
③ 경제엔 도움 되지만···물적분할 상장 그림자
④ 尹 국정과제에 숨은 반기업적 지배구조
⑤ 민간 일자리 가로막는 출자총액 제한 해법은

 

LG화학이 주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2차전지 테마주로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이 2021년 1월 105만원 최고가 선점 이후 2022년 6월 30일 기준 종가 57만 2000원으로 ‘반타작’이 났다. “이게 다, LG엔솔이 빠져나간 탓이다!”

LG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핵심 사업 부문이었던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자회사를 내놓았다. LG화학은 2021년 1월 15일 105만원 최고가 선점 이후 우하향 추세를 지속했다. /네이버금융 캡처
LG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핵심 사업 부문이었던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자회사를 내놓았다. LG화학은 2021년 1월 15일 105만원 최고가 선점 이후 우하향 추세를 지속했다. /네이버금융 캡처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이 잇따르면서 자회사 상장 시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정치권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정치권은 분할된 '알짜' 자회사를 상장할 때 모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사업부),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백신사업부)가 대표적이라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알짜’ 빠져나간 LG화학, 주가 하락세?


LG화학은 지난 2020년 12월 1일 핵심 사업 부문이었던 배터리사업부를 분리해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자회사를 내놓았다. 14개월 후인 2022년 1월 27일 상장을 완료했고 LG화학 개인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LG화학에 2차전지 테마주로 투자한 주주 입장에서 LG화학은 ‘앙꼬 없는 찐빵’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LG화학은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 이후(2020년 12월 1일) 최고가를 찍었다. LG화학은 2020년 3월, 최저가 23만원부터 지속적으로 올라 2021년 1월 15일에 105만원을 돌파했다. (이 기간 많은 투자자들이 수익을 실현했다.) 약 3주 후인 2월 5일에도 최고가에 살짝 못 미치는 104만원을 돌파했다.

이후 LG화학은 떨어지는 코스피와 함께 우하향 추세를 지속했다. 2022년 6월 30일 기준 종가는 57만2000원이다. 현재와 과거를 단순 비교하자면 LG화학은 '반타작'이 났다.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이 잇따르면서 자회사 상장 시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정치권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사업부),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백신사업부)가 대표적이다. /LG화학, SK케미칼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이 잇따르면서 자회사 상장 시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정치권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사업부), SK케미칼-SK바이오사이언스(백신사업부)가 대표적이다. /LG화학, SK케미칼

물적분할 후 상장 이슈에는 SK케미칼도 함께 거론된다. SK케미칼은 백신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고 2021년 3월 상장했다. SK케미칼은 2021년 2월 5일 31만1582원 최고가를 찍었다. 2022년 6월 20일 종가 기준 9만4600원이다.

한편 '알짜' 사업부의 분할이 주가 하락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도 팽팽하게 맞선다. LG화학과 SK케미칼의 '반타작'이 금리인상, 글로벌 공급망 둔화로 인한 저성장 등 대내외적인 영향에 의한 것이라는 것. 최근 국내 증시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으로 코스피 지수 2400선이 붕괴되면서 전체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8월 20일 36만2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9만8700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1월 28일 59만8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41만1500원이다. /네이버금융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8월 20일 36만2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9만8700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1월 28일 59만8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41만1500원이다. /네이버금융

모회사에서 떨어져 나온 ‘알짜’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21년 8월 20일 36만2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9만8700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022년 1월 28일 59만8000원 최고가 이후 6월 20일 종가 기준 41만1500원이다. ‘알짜’ 주주 또한 주가 하락세에 고군분투 중이다.

주식투자 열풍에 떠오른 ‘표심’ 잡기
가계, 지난해 국내 주식 87조 취득


‘개미(소액주주)’ 보호 방안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과 국회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제기된 방안들은 국내 주식 투자자 급증과 관련이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공개한 2021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는 국내 주식 87조6000억원어치를 취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2년간 0%대 금리에 예‧적금으로 재미를 보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은 너도나도 주식,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못 먹어도 고’ ‘가즈아’ 등이 유행어를 앞세운 2030의 주식투자 열풍이 극심했다. ‘빚투’도 사회적 문제로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액주주 보호 공약은 사람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개미(소액주주)’ 보호 방안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관심을 가졌다. /자료=권재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소수주주 보호방안 검토」
‘개미(소액주주)’ 보호 방안은 20대 대통령선거 후보들도 관심을 가졌다. /자료=권재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소수주주 보호방안 검토」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모회사‧자회사 동시상장 금지 △물적분할 반대 주주에 주식매수청구권 부여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 부여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 공모주 우선 배정 등 개미에게 솔깃한 공약을 제안했다.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신주인수권 부여와 물적분할된 자회사 상장 금지 공약을 내걸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새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소액주주 권리보호 강화를 도모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인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지난해 10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기업집단 소속의 계열회사 분할 시 발행주식총수의 최대 100분의 3만큼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고 회사 또는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 같은 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올해 3월까지도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상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 보호의무 추가 △물적분할 시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원 부여 △분할된 회사 주주에게 모집 주식 총수의 50% 이상 우선 배정 의무 △계열회사 분할 시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소액주주 보호 의지에 따라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변론 “자금 확보 위한 선택”
소액 투자자 탈출 기회 있었다 해명


이 과정을 겪은 모회사는 자회사 상장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외부에서 차입하기엔 회사 신용도 하락이, 채권의 경우 국내에서 필요한 만큼 큰 규모의 발행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LG화학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배터리사업 분야는 공장과 설비 투자에 연간 수조원씩 투자가 필요하며 현재도 진행 중이다”면서 “회사 자금을 확보하고 모회사의 나머지 사업 분야(친환경 소재, 글로벌 신약, 전지소재 투자 등)에도 여유 있는 자금운용을 위해 (LG엔솔을) 자회사로 분리해 상장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르고 내리고 영향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두 회사가 커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주가 추이를 보더라도 분사 예고 시점과 결의된 때 주가가 올라가기도 했다. 이후 상장까지도 시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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