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준의 마이 골프 레시피 51회]
프로 선수들 290야드 떨어진 벙커 고민
적합 난이도, 스타플레이어가 핵심 요소
대회를 축제처럼 즐기는 갤러리도 기본

위드 코로나 시대에 갤러리를 동반한 골프 대회들이 속속 개최되고 있다. 이번주 칼럼에서는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맞이하여 더욱 다채로워진 골프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요소들을 분석해 보겠다.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베터골프존닷컴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베터골프존닷컴

#1. 대회 개최에 적합한 코스환경

티피씨(TPC), 즉 토너먼트 플레이어스 클럽이라 불리는 골프장은 PGA투어 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만들어진 코스이다. TPC는 미 PGA투어에서 직접 관리하는 코스로 총 30여 개의 회원제와 대중제/리조트 코스가 미국을 포함한 북미 대륙에 분포되어 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두 곳은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플로리다 주의 TPC 소우그래스와 피닉스 오픈을 개최하는 애리조나 주의 TPC 스코츠데일이다.

PGA투어가 주관하는 대회 개최를 위해 TPC 코스 설계에 반영하는 두가지 요소는 코스 난이도와 갤러리의 편의성이다. 평균 295야드에 육박하는 PGA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브 거리를 코스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페어웨이 벙커의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선수들이 티 샷으로 벙커를 넘겨 칠 것인가 아니면 벙커 앞에 레이 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거리는 몇 야드일까? PGA투어에서 코스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스티브 웬즈로프(Steve Wenzloff)는 더 CJ컵 개최를 위해 필자와 함께 한국에서 일할 당시, 같은 질문을 한 내게 이 거리를 290야드라고 했다.

현재 PGA투어의 드라이브 비거리 순위 100위가 299.9야드를 기록한 웹 심슨이니, 이런 괴물 같은 선수들을 고민하게 만들기 위해선 280야드 거리에 위치한 벙커로도 부족한 것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코스는 점점 길어질 수밖에 없고, 거리로 난이도를 해결할 수 없는 홀들은 러프를 길고 빽빽하게 길러 미스 샷을 한 선수들을 골탕 먹일 수밖에 없다.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익스피어런스스콧스데일닷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 /익스피어런스스콧스데일닷컴

#2. 스타 플레이어

TV 중계를 통해 연초(年初)에 개최되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 오픈을 본 사람은 두 번 놀란다. 스타 플레이어들의 화려한 경기력에 한 번 놀라고, 어마어마한 대회 규모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1932년부터 90년째 개최되고 있는 유서 깊은 대회에서 가장 유명한 홀은 16번 파3 홀이다. ‘잔디밭 위에서 벌어지는 최고의 쇼’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 홀은 1997년 타이거 우즈가 홀인원을 해서 더욱 유명해졌다. 이곳에 2011년 최초로 홀 전체를 둘러싸는 콜로세움이 세워졌다. 로마에 있는 원형 경기장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이 붙은 이 홀에 세워진 관람 공간은 그 규모가 해마다 늘어나 2020년에는 수용인원이 1만 7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숨을 죽이고 선수들을 관찰해야 하는 다른 대회와 달리 이 홀에 선수들이 도착하면 어마어마한 함성이 그들을 맞이한다. 스타 플레이어들과 갤러리들 간의 이런 관계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TPC 스코츠데일 16번 홀의 전통이 된 것이다. 이 홀에서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들은 자진해서 갤러리의 함성을 유도한다. 그리고 그들은 홀인원을 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프레지던츠 컵 /조단스피에츠골프닷컴
프레지던츠 컵 /조단스피에츠골프닷컴

# 환호하는 갤러리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갤러리 숫자를 기록한 대회는 2015년 프레지던츠 컵이었다. 나흘 동안 총 1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것이 최고의 기록이었다. 대회장인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 골프클럽이 수도권인 인천 송도에 위치했고, 세계적인 스타 플레이어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미국의 피닉스 오픈을 방문하는 갤러리 수는 얼마나 될까? 공중에서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보더라도 사진 속 인파의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대회기간 중 많게는 70만 명, 토요일 하루만 20만 명이 모인 적도 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남녀 프로 대회의 일년 갤러리 수를 총 합산해도 피닉스 오픈의 갤러리 숫자에 못 미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대회의 성공 여부는 갤러리의 숫자와 참여도가 중요하다.  프로 대회는 결국 관객의 성원을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것이므로 TV 시청률과 더불어 현장을 방문하는 갤러리들이 만드는 갤러리 문화가 대회를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

미 PGA투어가 주관하는 골프대회나 마스터즈와 US오픈 같은 메이저 대회에 가보면 이들이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의 수준을 넘어 지역문화 축제인 것을 알 수 있다. 갤러리로 방문한 이들 중에는 골퍼가 아닌 사람들도 많다. 가족단위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싱그러운 자연환경을 만끽하며 맛난 음식을 먹고 피크닉에 온 듯 골프 외 다른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골프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찾고 싶은 재미있는 축제가 됐을 때 골프대회는 더 많은 대중을 골프로 편입시킬 수 있다.

골프대회는 지역 축제

이번 주엔 경기도 이천의 블랙스톤 GC에서 KB금융 리브챔피언십이 열린다. KB금융그룹이 주최하고 한국프로골프협회가 주관하는 대회를 가족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5월의 골프 축제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천연잔디 위에서 어린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터를 운영하고 MZ세대를 위한 이색 포토존, 대회장을 처음 찾은 팬들을 위한 골프 해설 프로그램도 진행한다고 하니 기대해 봄 직하다.

또 한가지 특색 있는 이벤트는 ‘KB GREEN WAVE ZONE’이다. 대회기간 중 선수들의 티 샷이 17번 홀에 위치한 해당 존에 안착될 때마다 꿀벌을 이용해 농사를 지은 농가의 ‘여주 금사 참외’를 10kg씩 구매해 여주 지역 꿀벌 피해 농가를 지원한다고 한다. 선수들이 친 티 샷 모두가 그린 웨이브 존에 안착하면 좋겠다.

대회 개최코스인 이천 블랙스톤 GC는 전형적인 산지형 코스여서 홀과 홀 사이의 이동 동선에 가파른 오르막 내리막이 많다. 2012년 유러피언 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을 관람하러 현장을 방문했을 때 많은 갤러리들이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고 선수들의 동선과도 뒤엉켜 크고 작은 혼선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번 축제에서는 경기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한 사전준비가 됐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쪼록 가족을 동반한 골프 팬들이 멋진 경기와 더불어 초여름의 화창한 날씨도 만끽하기를 기원해 본다.

오상준 아시아골프인문학연구소 대표

한국인 최초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대학에서 골프코스 설계 부문 석사 및 컬럼비아대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클럽 조성공사 등에 참여했다.

2015 프레지던츠컵과 더CJ컵 국제대회 운영을 담당했으며, 미국 GOLF매거진 세계100대코스 선정위원, 싱가폴 아시아골프산업연맹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골프에세이 '골프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다면'을 출간했고, 유튜브 '마이 골프 레시피'와 강연 등을 통해 다양한 골프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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