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식 연합·개헌안·여론조사 수용
국힘 "끈 놓지 않아"… 막판 가능성 저조 의견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대권 가도의 판세가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 결렬' 국면을 뒤집기 위한 최후의 승부수 띄우기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안철수 대선후보 측과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으론 DJP식 연합, 분권형 개헌안 제시, 여론조사 방식 전격 수용 등이 거론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28일 선대본부 회의에서 "사실상 (단일화) 결렬이라 보도하는 언론도 있지만 '언제든 안철수 후보가 만나자면 차 돌려서 가겠다'는 것이 윤 후보의 진심"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어려워진 것을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전에도 사실 끊어졌다고 했는데 이어진 부분도 있고, 시간이 며칠 있으니까 야권통합 단일화의 끈을 저희가 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초접전 양상을 보이면서 4자구도에서 승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각에서 단일화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선거가 9일 남은 상황에서 가능성이 있는 단일화 시나리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정치권 안팎에선 크게 세가지 정도를 꼽는다. 우선 후보간 직접 담판이 거론된다. 양측 대리인들의 협상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 방식이 설득력이 높다고 일각에선 말한다.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총리직과 경제부처 장관 지명권 등을 약속하며 결단을 끌어냈다. 이는 27일 윤 후보 측에서 제안했다가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집권 시 인수위 단계부터 대등한 자격의 공동 인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보다 더 수준이 높은 카드다.
분권형 개헌안 제시는 안 후보가 언급했던 사안에 화답하는 것이다. 앞서 안 후보는 25일 4차 TV토론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손보는 개헌안에 대해 △결선 투표제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개혁 등을 제시했다.
다만 민주당이 27일 해당 제안을 담은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선수를 쳤기 때문에, 윤 후보로서는 보다 구체적 실행 계획 선언으로 진정성을 내비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이밖에 안 후보가 제안했던 여론조사 방식 경선을 윤 후보가 수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안 후보가 종료 선언을 한 터라 되돌리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은 사전투표 시작일인 3월 4일을 단일화 2차 기한으로 보고 다음 협상에 대비하고 있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에 사퇴 안내문만 게시된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날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시 협상 테이블에 어떤 방안을 올릴 지 검토 중인데 현재 확답을 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도 본지에 "28일 저녁 의총을 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다만 단일화 1차 기한이었던 28일 투표용지 인쇄일이 지나면서 단일화 효과는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화 불씨는 이미 꺼졌다는 지적도 있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출발 무등의 아침'에 출연해 "윤 후보의 27일 기자회견은 사실상 최종 통보"라며 "문자 전문을 다 공개했다는 것을 보면 이미 단일화 협상이라는 것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최종적으로 그 결렬의 책임이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에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한 정치적인 포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은 안철수 후보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야권 성향의 지지층들 그리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지지층들에게 사표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투표 전환, 윤 후보 선택을 압박하고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단일화가 깨지면 윤 후보에게 오히려 득이 된다"며 "안 후보 완주로 이재명에 등을 돌린 여권 지지층이 흡수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 표를 분석하면 전체 중 대략 30%가 이재명, 28%가 윤석열, 7~8%가 심상정 지지층에 속하기 때문"이라며 "남은 건 정권교체 여론이 윤 후보를 투표하는 것으로 연결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