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민통합 정치개혁안’ 채택
李, 安-沈-金에 선거제개혁 동참 요청
김종인 前위원장 선대위 합류 가능성도

제 20대 대통령선거를 9일 앞두고 대선 지형 ‘무게추’가 또다시 흔들리고 있다. 투표용지 인쇄일(28일) 전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으면서 '대선 합종연횡'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정치개혁을 고리로 군소 정당 후보와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 등 중도보수 원로를 포섭해 통합정부를 추진하기 위한 외연확장에 속도를 내면서 '단일화의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당은 27일 늦은 저녁,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발표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도입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결선투표제 개헌 △여야정 정책협력위원회 구성을 통한 국정기본계획 수립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초당적 국가안보회의’ 구성 등이 핵심 내용이다.
당론으로 채택된 국민통합 정치개혁안은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구상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민주당은 당론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당내 국민통합헌정개혁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의총 직후 결의문을 통해 “집권당·다수당이었음에도 정치교체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고 정치를 바꾸겠다”며 “안철수의 새로운 정치, 심상정의 진보정치, 김동연의 새로운물결도 같은 방향이다. 다당제와 정치개혁을 찬성하는 정치세력은 모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치개혁안 카드를 통해 정치개혁을 골자로 안철수·심상정 후보와 연대 고리를 만들어 이른바 ‘반(反)윤석열 연대’ 효과를 기대한다.
덧붙여 민주당은 개헌론자인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게 민주당 선대위 공동 국가비전위원장을 맡아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나라가 잘되고 진정성이 있게 한다면, 도와줄 수 있지만 아직은 모르겠다. 두고 보겠다”며 일단 숙고의 뜻을 표했다. 이 후보는 김 전 위원장에 이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의 면담을 통해 합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의 정치개혁 외연 확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26일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 등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가 완주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후보는 군소 후보들과의 연대를 통해 통합정부론을 선거 막판 프레임으로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 후보가 정치개혁안을 내세우지만, 군소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남에서 “정치개혁에 동의하는 안철수·심상정·김동연 후보의 생각에 우리가 공감을 표시하고 약속함으로써 실제 윤석열 후보를 담론으로 포위해 가는 구도를 만드는 게 나쁘지 않다”며 “중도와 부동층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 후보 역시 경남 유세에서 “선거 때만 되면 서로 합치고 누구를 눌러서 포기시키지 말아야 한다”며 후보 단일화에는 선을 그었다.
선거 막판에 민주당이 ‘정치개혁’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안 후보와 심 후보 등 군소 후보들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내비치면서도, 25일 TV토론에서 심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개혁’ 구상에 대해 “과연 의원총회를 열고, 통과는 할 수 있을지”를 지적하자 곧바로 의총이 소집됐던 만큼 변화는 예상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정치개혁 주요 내용은 심상정·안철수·김동연 후보가 옛날부터 주장해 왔던 것”이라며 “윤석열 후보 쪽 선거전략 ‘세대포위론’에 맞서서 이 후보는 다당제나 총리추천제 등을 통해서 안철수·심상정·김동연까지 아우르는 ‘반 윤석열 연대’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후보들의 이해관계와 관계 없이 정치개혁은 시대적 과제지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을 가졌다. 엄 소장은 “정치개혁은 2016년에 민주당이 180석 얻었을 때 바로 했어야 했다. 위성정당은 당시의 미래통합당이 먼저 위성정당을 했다고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그랬든 아니든 위성정당 안 만들고 밀고 나갔으면 다당제 기반이 실현됐을 것”이라면서 “이제와서 정치개혁을 말하는 것은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정치개혁은 당연히 그렇게 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양당은 선거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오리발을 내밀어서 정치개혁이 실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