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25일 '수탁위 지침 개정'이 관건
대표직서 사퇴해도 2년내 소송 제기 가능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재계가 다중대표소송 대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먹튀 스톡옵션 매각'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카카오페이, 광주 건설현장 참사 책임이 있는 HDC현대산업개발 임원진이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5일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 지침' 개정안을 심의·의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엔 주주대표소송을 '대표소송'으로 바꾸는 내용도 담겼다.
국민연금이 대표소송 요건인 지분 0.01% 이상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과적으로 다중대표소송 대상이 되는 자회사·손회사·증손회사까지 임원도 수천명에 달할 전망이다.
정부의 국민연금 적극적 주주권 행사 로드맵을 보면 2020~2022년경 주주제안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과 대표소송까지 진행한다. 주주제안에 따른 감사위원분리 선출 의무화는 지난해 막을 올렸으니, 올해부터는 다중대표소송이 난무하는 춘추전국 시대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상법상 다중대표소송은 해당 자회사·손회사·증손회사 경영진이 퇴임한 상태더라도 2년 내 소급 제기할 수 있다. 즉 정몽규 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과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더라도 카카오와 HDC그룹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마음만 먹으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이번 대표소송은 주주가 아닌 민주노총과 참여연대가 국민연금에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압박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일반주주들의 단체 행동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수천명의 경영진이 타겟이 된 상황이기 때문에 첫 소송을 장식할 상징적인 대상을 찾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