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의결 진행 통과는 무난할 듯
원전=징검다리 에너지?···시한부 승인
환경부 SMR 수출 위해 규정변경 검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0년 12월 프랑스 원자로 제조사 프라마톰을 방문해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20년 12월 프랑스 원자로 제조사 프라마톰을 방문해 헬멧과 마스크를 쓰고 시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원자력 발전을 녹색투자로 분류한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Taxonomy)가 반쪽 짜리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한국의 원자력 정책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양상이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원자력 발전 투자를 환경·기후친화적인 지속가능한 녹색금융으로 분류하면서 탈원전 일변도 정책을 고수해온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일단 유럽의회에서 안건은 과반 이상 찬성으로 무난히 통과될 전망이다. 독일·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덴마크·포르투갈 등 탈원전파가 5개국에 불과한 반면 프랑스를 필두로 핀란드·폴란드·체코 등 12개국이 원전 건설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적 우위에도 이번 안건엔 2045년까지 건설 허가난 원자력 발전만 '녹색투자'로 인정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다시 말해 2046년 전까지 건설 허가가 난 원자력 발전만을 녹색투자로 인정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엔 협상파의 징검다리 에너지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징검다리 에너지론이란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당장 전력생산을 전부 강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경제성을 갖출 때까지 원전을 과도기적 '에너지 믹스' 전략으로 보자는 협상을 위한 논리다. 그러나 에너지 전문가들로부터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아온 실정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마크 제이콥스 환경공학과 교수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태양광·풍력 만으로 전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선 미국의 영토와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그리고 캐나다 인구 거주 지역을 합한 면적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원 비교. 갈색:석탄, 짙은파랑:석유, 보라색:수력, 밝은파랑:천연가스, 노랑:원자력, 회색:신재생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원 비교. 갈색:석탄, 짙은파랑:석유, 보라색:수력, 밝은파랑:천연가스, 노랑:원자력, 회색:신재생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

또 세계의 에너지 사용량 증가를 따라잡는 데만도 매년 독일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땅만큼 풍력 발전이 들어서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밖에도 프랑스의 경우엔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고 신재생 에너지는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말 원자력을 제외한 자체적 녹색금융체계(K-Taxonomy)를 발표했다. 원전 의존율을 2000년 40%에 비해 지난해 29%로 낮춰온 정부 입장에선 미리 정해둔 탈원전 수순이었지만, 택소노미가 금융투자와 관련 산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경솔한 조치였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특히 국제사회에 원자력을 수출할 경우 한국 업체만 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될 우려가 크다. 정부가 소형모듈형원자로(SMR) 등을 글로벌시장을 주도할 전략적 수출 상품으로 보면서도 무리한 탈원전 프레임을 고수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환경부도 입장 바꾸기 수순에 들어갔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올해 환경부 업무계획을 발표한 자리에서 "SMR은 속도감 있게 개발과 실증을 끝낼 수 있도록 민간에서 낮은 이율로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연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기존의 원자력발전의 택소노미 추가 여부에 대해 "폐기물의 안정적 처리 계획과 처리하기 위한 자금·부지 확보 여부 등의 조건이 있어 '실제로 이게 작동되겠느냐'는 지적이 있는 상황이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정한다면 추가가 가능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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