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결정 따라 국제 정치 지형 격변
LNG 배제시 정부도 정책 바꿀 형편
윤석열·안철수는 미국·프랑스 노선
이재명·심상정, 원자력 제외 독일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 VIP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오른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0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한국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 VIP 간담회에서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택소노미'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국내 각당의 후보들이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포함할 지를 두고 격돌하고 있다.

16일 환경 및 에너지 전문가들에 따르면 12월 8일로 예정된 EU 집행위원회의 택소노미 결정 발표가 내년 대선의 운명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원전과 신재생 발전을 병행해 탄소중립을 이루자는 주장인 반면, 이재명·심상정 후보는 신재생 에너지만에 의존한 노선을 걷고 있다.   

택소노미(Taxonomy)란 '무엇을 친환경이라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지'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올해 3월 EU 공동연구센터(JRC)가 원자력을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와 희비가 엇갈렸다.

메탄(CH4)을 주성분으로 하는 LNG를 고온·고압 하에서 수증기(H2O)와 반응시키면 수소(H2)가 생산되지만 동일한 열량을 만들어내는데 석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는 문제점이 있어서다.

지금껏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K-택소노미는 LNG 육성 정책과 다를 바 없었다. 이에 미국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LNG를 포함시킨다면 정부의 신뢰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에 나섰다. 

LNG 빠지고 원자력 포함 가능성 높아져

택소노미 결정을 앞둔 유럽 현지도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프랑스와 핀란드는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8개국과 함께 "유럽인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공동 입장문을 발표했다. 반면 독일과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오스트리아, 스페인, 아일랜드 등 7개국은 LNG가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원전이 포함되는 꼴은 못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EU가 "다른 자원에 비해 50% 이상 탄소를 적게 배출한다면 액체 화석연료도 발전에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보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 주범으로 찍힌 액화천연가스가 차지할 자리는 사라진 반면 원자력이 포함될 가능성은 높아졌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졸속 탈원전 정책부터 수정"
안철수 "수소 전기분해 원자력 필요"
이재명, 효율 높이는 '고속도로' 카드
심상정 "전력 50% 신재생으로 공급"

국내에서도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각당 후보들의 관련 공약이 구체화되고 있다. 먼저 윤석열  후보는 원자력을 이용한 탄소중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의 이같은 입장은 미국과 프랑스의 노선과 부합한다. 그는 지난 6월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연구실을 찾아 "졸속 탈원전 정책이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카이스트 원자력공학과도 따로 찾는 등 원자력계의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전략은 좀 더 구체적이다. 그는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이 환경 보호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면서 전략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꼽았다. 그러면서 전력 공급을 뒷받침할 소형모듈원전(SMR) 등으로의 기술 고도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독일 그룹과 노선이 일치한다. 먼저 이 후보는 전라도와 서해안에 밀집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급하기 위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을 주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생에너지는 통상 생산지와 수요지가 멀어 송·배전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고 계통연결에 어려움은 겪는 경우가 있는데 인공지능(AI) 기반 능동형 송배전망을 전국에 구축해 미래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심상성 정의당 대선후보는 원자력 발전을 저비용 친환경 에너지로 말하는 것 자체를 '원전주의자들의 낡은 표어'로 깎아 내리리고 있다. 동시에 "2030년까지 탄소배출 50% 감축을 법제화하고 재생에너지가 전력생산의 절반을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실현 가능성엔 의문이 제기된다.

인구 밀집도 따른 신재생 가능 용량 관건

'유럽기후법'을 채택해 오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하는 EU국가들은 원자력을 포함할 경우 지금 수준으로도 80%의 탄소중립을 실현 중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지구(IEA)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경우 전력 생산의 50% 이상을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가 하면 아일랜드, 포루투갈도 높은 LNG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프랑스는 대부분의 전력 에너지를 원자력에 의존하며, 핀란드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병행해 탄소중립 목표치를 채우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원 비교. 갈색:석탄, 짙은파랑:석유, 보라색:수력, 밝은파랑:천연가스, 노랑:원자력, 회색:신재생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
독일과 프랑스의 전력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원 비교. 갈색:석탄, 짙은파랑:석유, 보라색:수력, 밝은파랑:천연가스, 노랑:원자력, 회색:신재생에너지.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책 연구기관에서도 신재생에너지 의존 정책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이종호 전문위원은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한 전력공급 시나리오 분석' 논문을 통해 신재생에너지에만 전력을 의존할 경우 2050년까지 설비투자비가 1400조원 가까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놨다. 동시에 연간 발전 비용이 166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황일순 울산과학기술대 석좌 교수는 "인구 밀집도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발전 가능 용량을 따지면 한국은 10% 달성도 어려운 나라"라면서 "택소노미 결정에 따른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변화에 따라 한국의 대선 지형도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