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현의 코인세상 뒤집어 보기]
개인 소유 국보 경매, 일부 비판
간송 후손들 재정난 현실 외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예산도 부족
개인·국가 소유 넘어선 대안 필요

국보DAO NFT 민팅 홈페이지. 목표 민팅 개수와 현재 민팅된 개수, 내 민팅 개수 등이 표시되어 있다. /아톰릭스랩
국보DAO NFT 민팅 홈페이지. 목표 민팅 개수와 현재 민팅된 개수, 내 민팅 개수 등이 표시되어 있다. /아톰릭스랩

간송미술관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 2점에 관한 뉴스를 접하고, 국보도 경매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신기해서 좀 더 알아보니 일제시대부터 우리의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헌신해 왔던 간송(전형필)이라는 선각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간송 후손들의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어려움을 소수의 사람들이 다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지경에 이른 듯하다. 결국 경매에 나온 국보 2점은 어느 돈 많은 기업이나 독지가의 손에 팔리거나, 유찰되어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인수할 수도 있다는 보도도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제 국가가 소유권을 넘겨 받아서 잘 관리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국가의 든든한 재정적 지원 아래 우리 모두의 유산인 국보를 국민 모두의 소유로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막상 해방 이후 한국 정부가 문화유산의 발굴과 보존을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는지 돌이켜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장면과 수도 없이 마주치게 된다. 먹고 살기 바빴던 시절엔 그런 데까지 돈 쓸 여유가 없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자. 그럼 이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자부하는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한 해 유물 구입 예산은 얼마일까?

39억7000만원이다! 세계 10 경제대국이라고 자부하는 국가의 문화재 구입 예산이라고 믿어지는가.

이런 정도의 예산을 가지고 전국에 흩어져 열악한 환경에서 퇴색되어 가고 있는 문화재를 확보하는 건 애초에 역부족이다. 이 예산 가지고는 경매에 나온 국보 1점도 확실히 낙찰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 측의 입장에서는 경매가 유찰되고 나서 싼 가격에 매입하는 딜을 원할 수밖에 없다. 문화재의 가치가 정당하게 시장에서 평가받고 값이 매겨지는 상황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유찰이 되어 헐값에 넘어 오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 과연 그 문화재의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어서 바람직한 일일까?

그렇다고 국보가 돈 많은 한 사람의 손에 들어가는 것도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설사 국보의 해외 유출이 금지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 개인이 국보를 사유 재산으로서의 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서 외부에 공개를 차단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관리가 안될 수도 있다. 지속적인 시민의 관심을 끌어내고 문화재의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의 공공성 측면을 제대로 이해하는 주체가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화재의 공공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개인의 손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간송 미술관과 후손들이 힘겹게 해온 노력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우리는 귀중한 문화재를 보호하고 그 역사적·사회적 의미를 공유하기 위해 개인 소유와 국가 소유를 넘어선 새로운 선택지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문화재 보호에 공감하는 다수의 시민과 커뮤니티의 지지와 지원을 통해 문화재 보호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어야 한다. 개인이나 소수에 의한 배타적 소유가 아니라 공공성의 원칙에 우선적으로 동의하는 다수의 사람에 의해 공동 소유하는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지금도 재단, 사회적 기업, 조합 등의 여러가지 모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재 존재하는 공동 소유를 위한 틀은 그 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점이 많다. 재단에서 운영하는 내용을 재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에 의한 효과적인 거버넌스 체계를 도입하기가 매우 어렵다. 소액을 투자한 개인의 지분을 관리하고 거기에 시장 유동성을 부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국보 DAO. /아톰릭스랩
국보 DAO NFT 민팅 안내문. /아톰릭스랩

이것이 블록체인과 탈중앙화된 자율기구인 '다오(DAO,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등장하는 배경이다. 퍼블릭 블록체인과 이 위에서 동작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및 탈중앙화된 거버넌스 시스템을 결합한 다오는 커뮤니티에 의한 공동 소유 개념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투자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은행과 같은 커스터디를 사용할 필요도 없다. 대부분의 규칙이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규율되기 때문에 분쟁의 여지도 최소화할 수 있다. 출금과 관련된 기능도 다수의 커뮤니티 리더에 의해 분산되어 어느 한 주체가 임의로 '먹튀'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국보DAO(National Treasure DAO, NTDAO)'는 경매에 나온 국보 2점을 커뮤니티의 힘으로 낙찰을 받아서 공동 소유로 관리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경매를 열흘 앞둔 시점에 아이디어가 나왔고, 4일만에 모금을 위한 사이트가 오픈되었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기적같은 속도이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얼마나 효율적인 인프라인지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국보DAO의 NFT를 민팅하기 위한 수수료 형식을 취해 모금이 진행되고 있고, 만일 경매에 참여하기 위한 최소 자금 50억원 상당의 코인량(클레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스마트 컨트랙에 의해 100% 환불이 될 예정이다. 이 모든 과정이 스마트 컨트랙에 의해 처리되고, 모든 트랜잭션은 누구나 쉽게 열람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렇게 민팅된 NFT는 오픈씨 시장을 통해 바로 거래가 가능하다.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이러한 모금 운동의 의미가 단순히 경제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목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금의 과정 자체가 문화재 보호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과정이다. 어느 부자가 그냥 사가지고 가거나 국립중앙박물관이 헐값에 사가겠지 하고 남의 일 보듯이 하다가 이제 내가 능동적인 참여 주체가 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손으로 우리 문화재를 지키겠다는 자긍심을 얻게 된다. 놀라운 것은 커뮤니티의 동참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이더리움이냐 클레이튼이냐 하는 메인체인 간의 세력 경쟁도 뒷전으로 물러난다. 정치적 성향도 중요치 않다. 다수의 고립적으로 분산되어 있던 크립토 커뮤티니들이 서로의 메시지를 서로 전파시키면서 협업을 하기 시작한다. 네 것 내 것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NFT, 코인, 상품을 추가로 기부하기도 한다. 이 모든 노력은 결국 크립토 커뮤니티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다오 모델이 앞으로 직면해야 할 문제는 무수히 많다. 지난 일주일에 넘긴 장벽만도 여러개이지만, 앞으로 닥칠 새로운 문제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다오의 법적 지위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절실하다. 국보DAO는 앞으로 한국 크립토 커뮤니티 발전사에 중요한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이 실험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는 이제 커뮤니티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우현 아톰릭스랩 대표

국내 블록체인 커뮤니티 1세대.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으로, 이후 미국 텍사스주립대(오스틴) 커뮤니케이션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아톰릭스랩 대표로 서울 이더리움 밋업 공동 운영자, 한국이더리움 사용자그룹 운영자를 역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다. 서울 이더리움 밋업과 한국 이더리움 사용자 그룹을 중심으로 이더리움 커뮤니티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18년 아톰릭스랩 설립 후 개인키를 보다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키관리 솔루션과 이에 기반한 Dapp 지갑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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