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 DAO 조직에 소유권 이전돼
권국현 "싱가포르 기반 기부 관련 문제 해결해 입찰 성공"
NFT 발행, 무리 없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국보와 무관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간송미술관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 /간송미술관

"국보를 지키자". 

지난 1월, 간송미술관이 소유한 국보 제73호 '금동삼존불감'이 경매에 나왔다. 사상 처음 국보가 경매에 나온 것이다. 당시 DAO를 구성해 국보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국보 DAO'가 결성됐는데 최종 입찰에는 실패했다.

그런데 최근 레온 김(Leon Kim)으로 알려진 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설립한 Heritage DAO(H-DAO)를 통해 금동삼존불감이 입찰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그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DAO 플랫폼인 크레용(Crayon)의 대표인데 총 56명의 H-DAO 구성원 중 한 명이다. 특히 이번 경매와 간송미술관과의 계약을 주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 감사이자 법무법인 이제 대표 변호사인 권국현 씨는 '국보 기증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국보DAO와 H-DAO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봤다. 여성경제신문이 17일 권 변호사를 만나 H-DAO와 간송미술관의 상호 간 입찰 계약 뒷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란 탈중앙화 자율 조직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처럼 대표나 관리자 혹은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들이 자유롭게 모여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DAO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를 사용해 규칙을 정한다. 때문에 사람의 개입 없이 운영된다. 참여자(투자자)들이 투표를 통해 운영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든 규칙과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하게 거래되고 조직이 부패할 위험성이 적다.

특히 계층구조가 없어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다. 사전에 작성된 규칙을 모든 투자자들이 가입 전 미리 확인하고 투자할 수 있다.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 차이점. /김현우 기자
전통적인 조직과 다오(DAO) 차이점. /김현우 기자

 

—문화재청에 등록된 금동삼존불감에 대한 소유주가 '볼트'인 점이 눈에 띈다. 싱가포르에 거점을 둔 H-DAO의 에이전트 회사라는데, 이 점이 국보 DAO와 가장 큰 차이라고 설명해 주셨는데?

"언론에 '볼트'라고 소개된 업체는 일종의 수탁기관으로 이해할 수 있다. DAO는 근본적으로 법인격이 없으므로 오프라인에서 어떤 계약을 체결하려면 법인격을 가진 주체가 필요하다. 지난 1월 국보 제73호 입찰에 나선 '국보 DAO'의 경우 법인격이 없으므로 모금이 종료되면 누군가 에이전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그런데 본 건에서는 H-DAO의 핵심 관계자가 본인이 소유하고 있던 법인인 볼트를 통해 매매계약을 했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볼트가 소유자로 등록된 것이고 국보 기부와 관련된 법적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는 기부에 관한 법률이 있다. 기부금을 모으려면 서울시 등에 관련 내용을 등록해야 했는데, 만일 간송 측에 DAO를 통해 직접 기부를 하게 되면 법 위반 소지가 있었다. 그런데 H-DAO의 경우 싱가포르에 에이전트 회사 '볼트'를 두다 보니, 이를 통해 국보를 입찰한 후 간송에 기부하는 형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볼트'와 'H-DAO' 중 거래 주체는 정확히 어디인가?

"본건 거래 주체는 H(Heritage)-DAO다. 지난 1월 국보 DAO를 통한 간송미술관 소유 국보 구매를 위한 모금 운동을 할 무렵,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설립된 DAO이다. 국보 경매의 유찰 후에 K옥션과 사적으로 연락해 수의계약으로 국보를 매수했다."

—H-DAO란 정확히 어떤 조직인지?

"H-DAO의 설립 취지는 전 세계의 문화유산을 원래 있던 모습으로 보존하는 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알고 있다. 이후 보존에 성공하면 기념으로 NFT를 발행하거나 메타버스 등에 해당 유물을 콘텐츠 형식으로 구현하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시점에서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권국현 간송미술관 감사 및 법무법인 이제 대표 변호사./여성경제신문
권국현 간송미술관 감사 및 법무법인 이제 대표 변호사./여성경제신문

—결국 H-DAO가 금동삼존불감을 소유한 것인데 DAO는 다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DAO 내부에서의 소유권은 어떻게 구분되는 것인지?

"이 부분이 이해하기 어려운데, 엄밀히 말하면 국보의 49%는 볼트가 소유하고 있고 DAO는 이를 간접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나중에 DAO의 거버넌스가 바뀌어 볼트와의 위탁계약을 해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문화유산에 대해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는 점을 우려해 DAO 스스로 해당 문화유산을 가장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해 줄 수 있는 주체에 51%의 지분을 미리 주는 것으로 설계한 것이다. 이번 간송미술문화재단에 대한 51% 기부거래도 그러한 의미에서 성사된 것이라고 보면 되고 이는 당연히 국보를 소유한 DAO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H-DAO가 국보의 NFT 발행권 유·무에 대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는데 NFT 발행 할 수 있는 것인지?

"언론에서 잘못 소개되고 있는 부분이 국보의 지분 49%를 가지는 것과 NFT 등 발행권이 있는 것을 연결해서 사실 이번에 경매에 나온 국보는 저작권 문제가 없어서 H-DAO에서 소유지분비율과 무관하게 그 국보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얼마든지 NFT를 발행할 수 있다. 또 NFT를 발행하는 것과 국보 실물은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지난 국보 DAO와 H-DAO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는지?

"기본적으로 좋은 취지로 설립된 DAO라는 점에서는 같다. 근본적인 차이는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설립된 것이냐, 아니면 싱가포르법을 준거법으로 설립되었느냐에 있다. 싱가포르가 아무래도 가상자산 분야에 좀 더 관대한 상황이라 국보 DAO가 우려했던 법률적 문제를 일부 해소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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