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로 무대 옮긴 개그맨들, 부캐로 대활약
음악 즐기는 또다른 방법, K팝 열풍에도 한몫
숏폼 콘텐츠 대인기···‘1분 되면 칼같이 끊는다’

유튜브가 최근 2021년 국내 유튜브 최고 인기 동영상 및 크리에이터 순위를 발표했다. 올 한해 가장 인기 있었던 영상들과 크리에이터들을 되짚어본 연말 결산 리스트를 들여다보면 유튜브를 휩쓸었던 트렌드를 정리해볼 수 있다. 

특히 이런 트렌드는 향후 유튜브 및 시청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에게 있어 중요한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특히 ‘부캐’를 내세운 개그맨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유튜브
많은 개그맨들이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특히 ‘부캐’를 내세운 개그맨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유튜브

개그 프로그램 대거 폐지로 갈 곳이 없어진 개그맨들이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기존 해오던 개그 틀을 깨고 자신만의 개그를 장착한 개그맨 크리에이터들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유튜브에 맞는 개그 코드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가장 대표적인 채널로는 올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2위를 차지한 ‘피식대학Psick Univ’이다.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운영하는 이 채널은 ‘B대면 데이트', ‘한사랑 산악회' 등 시리즈를 성공시키며 올해 ‘부캐 열풍'을 선도했다. 최근엔 ‘한사랑 산악회'에 출연하는 배용길(이용주의 부캐), 정광용(정재형의 부캐)의 ‘한사랑 음악회' 시리즈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Peaches)’를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커버한 영상은 최고 인기 동영상 9위를 차지했다. 

급성장 크리에이터 8위에 이름을 올린 ‘빵송국’ 채널도 주목할 만하다. 개그맨 크리에이터인 곽범과 이창호가 운영하는 이 채널 역시 여러 부캐들을 만들어내며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 중에서도 탄(곽범의 부캐)과 제이호(이창호의 부캐)로 이뤄진 2인조 그룹 ‘매드몬스터’는 두 편의 뮤직 비디오를 공개하며 전 세계 ‘포켓몬스터’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올해 최고 인기 동영상은 아이유의 히트곡을 총망라한 딩고뮤직 아이유 킬링보이스 영상이었다. /유튜브
올해 최고 인기 동영상은 아이유의 히트곡을 총망라한 딩고뮤직 아이유 킬링보이스 영상이었다. /유튜브

올 한 해 유튜브에서 유독 강세를 보인 콘텐츠는 음악 관련 콘텐츠였다. 음원을 듣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유튜브 결산 순위를 살펴보면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콘텐츠들이 인기 영상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최고 인기 동영상 1위를 차지한 영상이 바로 딩고뮤직의 ‘킬링보이스’ 영상이었고, 영상 주인공은 아이유였다. ‘킬링보이스’ 시리즈는 가수들이 마이크 하나만 놓인 단출한 스튜디오에 등장해 자신의 히트곡 하이라이트 부분을 쉬지 않고 원테이크로 보여주는 콘텐츠다. 이 영상에서 아이유는 자신의 20대 시절 대표곡들을 연도순으로 불러주며 20대를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유행하는 댄스 챌린지에 참여하는 것도 음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올 여름, 뮤지컬 애니메이션 ‘포텐독'에 등장하는 노래 ‘똥밟았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해당 뮤직비디오 영상이 최고 인기 동영상 2위를 차지했다. 여러 K팝 안무를 오마주한 ‘똥밟았네’ 안무가 인기를 끌면서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커버 댄스 영상을 올려 열풍에 힘을 보탰다.

지난 7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를 발매하면서 유튜브 쇼츠 댄스 챌린지를 진행한 것이 좋은 효과를 얻었다. 국제 수화를 활용한 안무가 화제가 됐고, 전세계 수많은 팬들이 댄스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에 힘입어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는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부터 해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제로투’ 댄스가 올해 본격적으로 한국에도 상륙하면서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제로투 댄스 영상을 올렸다. 그 중 크리에이터 릴카가 제로투 댄스를 배우는 과정을 담은 영상이 많은 인기를 끌면서 최고 인기 동영상 4위에 올랐다.

방탄소년단(BTS)을 위시한 K팝 열풍은 유튜브를 휩쓸었다. /유튜브
방탄소년단(BTS)을 위시한 K팝 열풍은 유튜브를 휩쓸었다. /유튜브

치열한 글로벌 K팝 시장에서도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활약은 독보적이었다. 방탄소년단 ‘버터(Butter)’는 유튜브 24시간 최다 조회수 뮤직비디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버터’는 글로벌 인기곡 차트에서 7주 간이나 머물렀다. ‘퍼미션 투 댄스’ 역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유튜브 24시간 최다 조회수 뮤직비디오 7위에 위치했다.

블랙핑크는 올해 유튜브에서 가장 많은 구독자 수를 보유한 아티스트가 됐다. 블랙핑크 그룹뿐 아니라 각 멤버 솔로 활동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로제 첫 솔로앨범 타이틀곡 ‘온 더 그라운드(On The Ground)’는 발매 직후 한국과 글로벌 인기곡 차트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고, 리사 첫 솔로앨범 타이틀곡 ‘라리사(LALISA)’ 뮤직비디오는 24시간 최다 조회수 뮤직 비디오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 리스트엔 아이유 ‘셀러브리티(Celebrity)’, ‘라일락(LILAC)’ 뮤직비디오가 각각 3위와 5위, 에스파 ‘넥스트 레벨(Next Level)’이 6위, 브레이브걸스 ‘치맛바람'이 8위, 오마이걸 ‘던 던 댄스(Dun Dun Dance)’가 9위, 트와이스 ‘알콜-프리(Alcohol-Free)’가 10위를 차지해 여성 아티스트 강세를 입증했다. 그러나 대망의 1위는 남녀노소 사랑받은 아티스트,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가 차지했다.

브레이브걸스는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대표적 케이스다. /유튜브
브레이브걸스는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역주행의 아이콘이 된 대표적 케이스다. /유튜브

유튜브 내 음악 관련 콘텐츠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바로 ‘역주행’이다.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은 브레이브걸스다. 지난 2월, 2017년도 발매곡인 ‘롤린'이 한 유튜브 영상으로 인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며 역주행의 신화를 썼다. 열기에 힘입어 지난 6월 발매한 미니 앨범 타이틀곡 ‘치맛바람’이 최고 인기 뮤직비디오 8위에 올랐다. 

브레이브걸스와 더불어 올해 역주행 신화를 쓴 그룹은 바로 SG워너비다. 지난 4월,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2000년대를 휩쓸었던 히트곡들을 들려준 이후 해당 곡들이 각종 음원차트에서 역주행하면서 명곡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울림을 준다는 것을 증명했다. 방송에서의 SG워너비 무대 영상을 한 데 모아 편집한 영상은 최고 인기 동영상 8위였다.

지난 6월, 9년만에 완전체로 컴백한 빅마마도 역주행 효과를 누렸다. 빅마마 멤버 이영현은 컴백에 앞서 ODG 채널에 출연해 자신이 가수라는 걸 모르는 청소년 관객 앞에서 2006년 발매곡 ‘연'을 열창했다. 이영현의 가창력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노래를 감상하는 청소년들의 반응이 담긴 영상은 최고 인기 동영상 7위를 기록했다.

유튜브는 올해 유튜브 쇼츠를 베타 서비스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숏폼 콘텐츠 활성화에 힘을 실어줬다. /유튜브
유튜브는 올해 유튜브 쇼츠를 베타 서비스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숏폼 콘텐츠 활성화에 힘을 실어줬다. /유튜브

연예인들의 곡 홍보를 위한 댄스 챌린지 등에 주로 사용되며, 시청자를 위한 짧은 길이의 영상, 그리고 올해 베타 서비스가 론칭된 유튜브 쇼츠도 주목할 만하다. ‘1분 미만', ‘1분만'이라는 이름의 채널이 각각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7위, 급성장 크리에이터 1위에 이름을 올린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1분 미만’은 일상 생활에서 알면 도움되는 꿀팁들을 1분 남짓의 짧은 영상을 통해 핵심만 빠르게 전달해주고 있고, ‘1분만’은 바쁜 현대인들을 위해 재미있고 신기한 세상의 소식을 1분 짜리 영상에 담아 전달하고 있는데, 멘트가 마무리되지 않아도 정확하게 1분에 맞춰 칼같이 영상이 끝나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유튜브 쇼츠 베타 서비스가 론칭되면서 총 10명의 크리에이터가 최고 인기 쇼츠 크리에이터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그 중 4명의 크리에이터가 요리 크리에이터다. ‘1분요리 뚝딱이형’, ‘1분엄마 1 minute mom’ 등이 요리 레시피 전달에 더 방점을 찍고 있다면, ‘요리용디 Yori Yongd’와 ‘쿠왕coo king’은 요리 레시피에 재치 있는 내레이션을 더한 개성 넘치는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등장한 카테고리는 코미디다. 크리에이터 강예찬은 주로 여동생, 때로는 부모님과 함께 재미있는 가족 영상을 선보이고 있고, ‘가나쌍둥이Ghana Twins’ 채널의 쌍둥이 크리에이터는 유창한 한국어로 재미있는 상황극을 선보인다. 가족 채널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댄스 크리에이터로 여러 셀럽들과 콜라보 영상을 진행해온 ‘땡깡DanceKang’, 2017년부터 길거리 마술 영상을 올려오다가 올해 쇼츠를 통해서 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한 ‘쇼킴매직 Show Kim Magic’ 채널도 주목할 만하다.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은 운동을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 개설 후 단숨에 230만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에 올랐다. /유튜브
가수 겸 방송인 김종국은 운동을 소재로 한 유튜브 채널 개설 후 단숨에 230만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에 올랐다. /유튜브

올해는 유독 다양한 유형의 셀럽들이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대표적인 인물은 가수 겸 방송인이자 올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1위에 이름을 올린 김종국이다. 지난 6월에 등장한 이후 단숨에 230만명 이상 구독자를 확보한 김종국은 유튜브를 통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운동 노하우, 여러 셀럽과의 콜라보 영상으로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SBS ‘런닝맨’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배우 송지효와의 콜라보 영상은 최고 인기 동영상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밖에도 배구 선수 김연경의 ‘식빵언니 김연경Bread Unnie’, 개그맨 홍현희의 시매부 천뚱의 ‘천뚱TV’가 각각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5위와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웹툰 작가 기안84의 ‘인생84’, 농구 선수 출신 현주엽의 ‘먹보스 쭈엽이’가 각각 급성장 크리에이터 4위와 10위에 올랐다. 이처럼 다양한 유형의 셀럽들이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구독자들을 확보했다. 김연경의 경우, 국가대표팀 수장으로서 경기에 집중하느라 올해 초부터 8개월간 영상을 올리지 않았음에도 올 한 해 동안 80만명 이상의 새로운 ‘잼잼이'(구독자 애칭)들이 생겨났다.

이외에도 ‘에듀테이터' 크리에이터들로 불리는 지식채널의 성장도 눈에 띈다. 펀드매니저 출신 크리에이터 슈카는 2018년부터 자신의 채널 ‘슈카월드’를 통해 경제 및 시사와 관련한 이슈들에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콘텐츠들을 선보이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고, 올해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4위를 차지했다. 정치학 박사 김지윤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채널 ‘김지윤의 지식Play’를 통해 국제 정치, 미국 문화, 역사 등 다양한 주제와 관련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올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급성장 크리에이터 5위에 올랐다.

크리에이터 진용진의 ‘머니게임’은 ‘가짜 사나이’에 이어 또 하나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았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진용진의 ‘머니게임’은 ‘가짜 사나이’에 이어 또 하나의 오리지널 콘텐츠로 큰 사랑을 받았다. /유튜브

마지막으로 주목할 만한 특징은 오리지널 시리즈가 각광받았다는 것이다. 피지컬갤러리의 ‘가짜 사나이' 시리즈가 크게 흥행한 이후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오리지널 시리즈를 선보이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올해 등장한 여러 오리지널 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인기 동영상에 이름을 올린 시리즈는 바로 크리에이터 진용진이 기획한 ‘머니게임’이었다. 이 시리즈의 첫번째 에피소드 영상은 인기 영상 5위에 올랐으며, 시리즈에 출연했던 참가자 중 한 명인 크리에이터 논리왕 전기는 출연 이후 큰 폭의 구독자 수 증가를 경험하며 최고 인기 크리에이터 3위를 차지했다. 논리왕 전기는 최근 본캐 ‘장지수'로 돌아온 크리에이터가 ‘꽈뚜룹'으로서 마지막으로 선보인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 ‘공범’에 참가자로 출연하기도 했다. 크리에이터 진용진은 ‘머니게임'의 흥행에 힘입어 MBC와 ‘피의 게임'이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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