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에서 시작된 남욱, 정영학 ‘가족사업’
행정적 뒷배 유동규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

대장동 의혹 핵심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남욱 정영학. 1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한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위례신도시 개발과 대장동 개발 사업에 함께 묶여있다. 사실상 모든 의혹의 시작점에 나란히 서 있다고 볼 수 있는데, 팩트경제신문이 이들 세 명이 대장동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벌어들이는 과정을 되짚어봤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은 당초 공공개발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2010년 10월 이 사업을 다시 민관 합동 개발로 방향을 전환했는데, 이 시기에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유동규 전 본부장의 만남이 시작됐다.
○ 이재명 한 몸 유동규···행정적 뒷배
유동규 전 본부장은 이재명 지사의 성남시장직 도전을 적극 도와준 사람 중 한명으로, 분당구 한 아파트의 리모델링추진위원회 조합장이었다. 그는 이후 성남시 시설관리공단(현 성남도시 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지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동규야 이리 와라’면서 바로 티타임에 들어갔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말했다.
2012년 유 전 본부장은 ‘매일경제’(4월 26일자), ‘한겨레’(5월 2일자)와 인터뷰에서 “민관공동개발 방식으로 추진해 성남시와 민간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시 시장은 그의 발언에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지난 5일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대장동 원주민 녹취록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이 “내 말이 곧 이재명의 말”이라고 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6일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2013년에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자 정재창씨로부터 민간개발업체에 유리하게 수익 배당 구조를 설계해주는 대가 등으로 3억 원을 받았다. 정씨는 위례자산관리 대주주로 남 변호사, 정 회계사와 함께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을 진행하며 동업관계를 맺었다. 유동규가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부임하자 대장동 개발 사업 용적률이 150%에서 195%까지 올랐다.
유동규 전 성남 도시 개발공사 본부장은 민관 공동 사업에서 사실상 관의 실무를 책임졌다. 직함은 본부장이었지만 사장보다 위세를 떨쳤다. 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유 전 본부장은 당시 네로황제에 비유될 정도의 위세였다”고 밝혔다.
○ 대장동 닮은꼴 위례
같은 해 11월 19일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의 축소판으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공동 주택 개발 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면서 사업 진행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푸른위례프로젝트(PFV)’를 설립했고 신생 자산 관리사 ‘위례자산관리(AMC)’가 사업을 맡았다. 푸른위례 자산관리 즉 비자금 출납센터 역할을 맡은 ‘위례자산관리’는 위례개발 민간사업자 사업계획서 제출일(2013.11.11) 후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장사자로 선정됐다.
이 외에도 자산관리회사 운영을 민간에 맡겼는데, 이러한 위례신도시 개발사업 진행방식은 화천대유와 같다. 일반적으로 도시개발이 진행부동산목적특수법인을 만든 뒤, 혹은 설립과 동시에 사업을 수행할 자산관리회사를 세운다. 자금관리와 실질적 사업 수행을 위해 자산관리회사가 필요하지만 회계 관리와 이익 배분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례자산관리’는 ‘푸른위례프로젝트’ 설립 보름 전에 세워졌다.
비슷한 시기에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하남, 안산, 의왕에서는 PFV설립과 동시에 AMC를 만들었다. 또한 공사 직원이 자산관리회사로 파견을 나갔고 수익배분 측면에서 초과수익을 민간과 공공이 나누도록 설계했지만 위례에서 민간이 독자적으로 자산관리회사를 꾸려나갔으며 성남시의 몫이 처음부터 정해져있었다.
당시 공모지침엔 자산관리회사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주일 뒤인 지정기일(11월20일)까지 토지매매계약금 340억을 지불해야하며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자동 해지된다고 적혀있지만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위례자산관리에게 지불 기한을 10일 가까이 연장해줬다.
○ 위례에서 시작된 남욱, 정영학 ‘가족사업’
위례자산관리 법인 등기부를 살펴보면 사내이사로 정모씨와 김모씨가 등재돼 있다. 정씨는 2년 뒤 대장동 개발에 투자자로 참여한 남 변호사 배우자이고 김씨는 정 회계사와 주소지가 같아 배우자로 추정되고 있다. MBC 기자였던 남 변호사 부인 정씨는 ‘위례자산관리’와 관계사인 ‘위례투자 2호’에 2013년 11월 4일 이사로 등재된 이후 2014년 8월 25일 사임할 때까지 사내이사로 활동하며 투자금과 배당금을 관리했다. 정씨는 위례투자2호 외에도 위례자산관리, 에이치위례피엠의 사내이사다.
정영학 회계사의 부인으로 알려진 김모씨 역시 위례투자 1호, 위례투자2호, 위례파트너 3호, 에이치위례피엠의 사내이사로 알려졌다.
위례투자 1호, 위례투자2호, 위례파트너3호, 에이치위례피엠은 대장동의 천화동인 1~7호처럼 배당수익을 얻기 위해 만들어진 법인들이다. 이들 법인은 위례자산관리와 같은 주소지에 등록돼있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역시 같은 주소지를 공유했다.
위례자산관리가 1억원을 출자하면서 위례투자 1호, 2호, 위례파트너 3호 관계자들도 1억씩 출자에 참여하여 알짜 보통주를 배당받았다. 성남도시개발이 보통주 5만주를 배당받고 나머지는 위례자산이 독식하는 구조였다.
결국 푸른위례는 성남 수정구 창곡동에 있는 A2-8블록에 총 1137가구 아파트를 건설, 분양하며 301억 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했고 배당금의 절반인 150억 원을 민간 업체가 가져갔다. 위례파트너삼호는 법인등기부등본 상 지난해 12월말 해산했다.

○ 위례에서 판 키운 대장동 사업
2014년 1월 이재명 당시 시장은 성남시 시설관리공단을 합친 성남도시개발공사를 공식 출범시켰다. 유동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옮겼다.
이후 대장동은 민관합작 개발로 진행됐다. 사업이 본격 추진되던 2015년 2월 6일 대장동 사업 담당 부서는 개발사업 2팀에서 개발사업 1팀으로 변경됐다. 통상 재개발사업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가 맡기 마련인데,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끄는 기획본부가 전담하게 된 것이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담당 부서 변경 이유로 “위례 개발을 개발1팀과 진행했으니 이번 대장동 개발도 그 팀과 진행하겠다”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개발 1,2팀의 직속상관(개발본부장)이 아닌 기획본부장이었지만, 대장동 개발 담당 부서를 직접 정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대장동 개발 담당 부서가 개발1팀으로 변경된 날, 화천대유가 설립됐다.
유 전 본부장은 남욱 변호사가 추천한 서강대 후배 정민용 변호사를 투자사업팀장, 정영학 회계사가 추천한 김민걸 회계사를 전략사업실장으로 채용했다. 이어 황무성 초대 성남도공 사장이 사임하고 유 본부장이 사장 직무대행이 돼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또한 유 전 본부장의 자금 세탁에 이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오플렉스 실소유주가 남 변호사로 드러났다. 또한 아이오플렉스는 천화동인 4호(NJ홀딩스), 유원홀딩스, 아이디에셋과 전화번호와 주소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오플렉스는 남 변호사가 소유한 천화동인 4호와 같은 사무실 건물에 있다.
유원홀딩스는 유 전 본부장이 설립과 운영에 관여하고 남 변호사 대학 과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가 공동대표로 있는 부동산 개발업체로 다양한 사업목적의 회사다. 아이디에셋은 정 회계사의 지인인 친동생과 남 변호사 측근의 배우자 유모씨가 공동 대표로 있었다. 정 회계사의 동생은 2018년 8월 아이디에셋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님 변호사와 정 회계사 소유의 부동산 개발 관련 법인들이 모두 유 전 본부장의 유원홀딩스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보여준다.
○ ‘유동규 뇌물’ 정재창 폭로에 입 막으려 120억
이들의 유착관계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에 참여한 정재창 씨와 정 회계사에 의해 폭로됐다. 정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3억 원을 건네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두고 7년 동안 간직했다. 그리고 대장동 개발이 큰 수익을 얻게 되자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압박하며 150억 원을 요구했다.
‘정영학 녹취파일’에 따르면 유 전 본부장은 이 문제를 남 변호사, 정 회계사, 김만배 씨 등과 상의했다. 특히 유 전 본부장에게 줄 돈이 필요한데, 이를 정 회계사 몫에서 떼자는 등의 내용이 녹취록에 담겼다.
유 씨는 사업자 선정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민간 사업자들과 접촉하며 자금 문제를 거론한 점과 민간 사업자에 거액이 돌아가게 한 사실만으로 배임, 사후수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유원홀딩스 공동대표인 정민용 변호사는 검찰에 제출한 20쪽 분량의 자술서 내용 일부가 공개됐다. 공개된 자술서에 유 전 본부장이 ‘내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면서 핵심 인물로 꼽히는 세 명은 각자도생 중이다. 남 변호사는 미국행을 추진했지만, 정 회계사는 관계자에 따르면 주범으로 몰릴까 두려워 녹음과 촬영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한 이후 복통을 이유로 응급실에 갔다가 체포됐다.
서울 중앙지검은 남 변호사가 귀국할 경우 곧바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법무부 출입국 당국에 통보를 요청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