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사회적 민폐 집회'를 '잠재 지지자들 정치적 집회'로 간주
'선 긋기' 놓쳐 지지율 역전…'실수만 안 하는' 전략 한계 노출

미래통합당이 더불어민주당에 4년만에 지지율 역전을 했다는 뉴스를 전한 게 불과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통합당의 기세는 1주일 천하로 막을 내렸습니다. 1주일만에 여론조사 결과가 뒤집힌 것에 대한 큰 의미는 없지만, 내려앉는 그 과정과 요인을 보면 통합당의 미래가 더욱 암울해 보입니다. ‘지지율 몇 % 차이에 대해 너무 확대해석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통합당의 지지율이 어떤 변수에 의해 가라앉는지를 분석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일 발표한 결과(TBS 의뢰, 지난 18~19일 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통합당 지지율은 37.1%로 민주당(38.9%)에 다시 선두 자리를 내줬습니다. 앞서 지난 13일 동일 기관이 의뢰‧발표한 조사(지난 10~12일,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선 통합당은 36.5%를 기록, 33.4%에 불과한 민주당을 3.1%포인트 차이로 따돌린 바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직전이었던 2016년 10월 새누리당 시절을 포함 자유한국당, 통합당으로 이어지면서 한번도 1위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통합당 관계자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2년 후에는…’이라며 내심 대선승리에 대한 기대감도 나올 법합니다. 총선 뒤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여당에 내주고 끌려다니는 수모를 겪고 있는 자당의 현실에 탄식만 하다가 한줄기 희망을 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실수만 안하는’ 희한한 전략에서 나온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이번 지지율 역전은 문재인 정권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부동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건진 반사이익 측면이 컸습니다. 통합당은 오래 전부터 무너진 당의 신뢰도를 만회하기 위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국가경영 비전 제시와 같은 내실 있고 탄탄한 통합당만의 자체 브랜드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수십 년 동안 국가를 경영해본 노하우와 인적 네트워크가 축적된 전통 있는 보수정당인데, 위기에서 탈출하는 전략이 수년째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김종인식 ‘나홀로 개혁의 한계’는 다음 회에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그런 통합당의 고질적인 문제가 이번 지지율 재역전 과정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그 직접적 배경은 바로 전광훈 목사의 광화문 집회 후폭풍이었습니다. 사태 초기 통합당은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황교안 대표 시절 때부터 보여준 강경보수세력 ‘태극기부대’에 대한 어설픈 기대기 전략에서 기인합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일부 개신교 세력과) 놀아난 황교안 체제 통합당이 대가를 지금 치르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황교안 전 대표는 현직 시절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지난해 11월 청와대 앞 단식 투쟁 당시에는 배우자와 함께 인근 전 목사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황 전 대표 자신이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더욱 전광훈 목사 세력에 경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1%를 오락가락하는 한줌 지지율 때문에 20%가 넘는 골리앗 정당이 끌려다니며 지지를 구걸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날선 비판도 나왔지만 황 전 대표는 태극기세력과 확실히 선을 긋지 않고 ‘잠자고 있는’ 지지율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 여파가 이번에도 드러났습니다. 이번 전광훈 목사 광화문 집회는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직격하는 와중에 무리하게 추진된 ‘반사회적인 민폐 집회’에 불과합니다. 그들의 우국충정을 백분 이해하더라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집회는 코로나 재 창궐의 빌미를 준 너무도 해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것은 이미 정치적 주장을 하는 기존의 집회 개념에서 일탈한 일종의 폭력행위입니다.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전날 찜질방 등에서 잠을 자고 집회 뒤 다시 전국으로 숨어들면서 그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전 목사는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채 집회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확진자로 판정돼 큰 비난을 받았습니다. 전광훈 목사 집회는 더 이상 정치적인 행위가 아니라 일종의 테러사건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통합당은 이 집회를 ‘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태극기부대는 어차피 자신들의 잠재적인 지지자들이기 때문에 굳이 광화문 집회를 말릴 이유가 없었습니다. 마치 범죄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습니다. 통합당은 집회 직후 이틀간 '무대응 전략'을 고수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할 때 전광훈 목사 집회는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일탈 행위로 강력하게 비판한다’는 메시지를 내지 않았습니다.
통합당은 태극기부대와 완전히 갈라설 수 있는 이 이틀 동안의 골든타임을 허비하며 여론 눈치 보기에 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는’ 전략입니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입장과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고 여론에 묻어가며 반사이익을 노렸습니다. 이틀 동안 비난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굳이 민주당이 통합당을 비판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집회 참가라는 구실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턱스크’로 돌아다니는 집회 참가자들을 맹비난했습니다.
그제서야 통합당도 움찔했습니다. 태극기부대가 주는 문재인 대통령 비난 메시지 효과보다 코로나19 해악이 더 크게 다가온 것입니다. 통합당은 지난 18일 대변인 논평에서 “전 목사는 공동체의 안위마저 위협하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만 이마저도 겉치레라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합당이 광화문 집회와의 연관성이 제기된 초반에 이를 차단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내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옵니다. 당내 한 초선의원은 “전 목사가 자가격리를 위반하고 집회에 참석한 것은 분명히 잘못이기에 당이 선제적으로 비판 입장을 냈어야 한다”고 일갈했습니다. 당내 핵심 관계자도 “코로나 사태가 워낙 급격하게 발생했다고 해도 선제 대응을 못한 건 아쉽다”고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여전히 ‘집토끼’를 놓칠 것에 대한 우려가 상존합니다. ‘윤미향 사태 때 민주당은 끝까지 자기편을 지켜주었는데 우리도 태극기 세력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윤미향 사태와 태극기 세력을 등가로 보는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시각에 일단 동의할 수 없습니다. 태극기부대가 ‘찐 집토끼’인지 ‘가짜 집토끼’인지도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오로지 남들 실수에 묻어가려는 통합당의 뜬구름 잡기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1주일 천하로 막을 내린 통합당의 지지율 1위가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