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갤럽, 이낙연 17% vs 이재명 19%
'수비형' 미드필더(이낙연)보다 '닥공' 스트라이커(이재명) 선호
깜짝 슛 꽂는 '이낙연식 리베로'로 나서야

차기 대선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56) 경기도지사가 처음으로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낙연 의원은 여권 부동의 대권주자로서 무려 7개월 동안 1위 독주를 해왔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재명 지사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미래통합당에 지지율 1위 역전을 허용한 날 공교롭게도 이 의원도 이 지사에게 역전을 당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어찌 보면 우연의 일치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이낙연=민주당=문재인’이 한 몸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차기 유력주자인 이낙연 의원이 민주당의 지지율을 견인해내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당 원심력에 빨려들어가 지지율이 연동된다는 것은 이 의원의 대권 가도에 부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집니다.
지금까지 이 의원이 대권주자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요인을 몇 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먼저 총리 재임 시절 보여준 안정적인 국정수행 능력입니다. 산불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 현장에 즉시 달려가 민심을 어루만지며 여론을 호의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오랜 정치부 기자 경력과 4선의 의정활동에 전남도지사 등을 거치면서 웬만한 현안은 모두 다뤄봤기 때문에 내각의 쟁점 갈등 사안에 대한 장악력이 높았고 장관 컨트롤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7년 살충제 계란 파동 때 이 총리는 업무파악이 서툴렀던 류영진 식약처장을 공개 질책 하기도 했습니다. 실세장관들의 경우 ‘병풍’ 총리의 군기잡기에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총리가 관가에서도 대권주자로 올라서고 있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저는 보았습니다. 역대 총리들이 대부분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이 의원은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킨 케이스로 여겨집니다.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그가 보여준 ‘사이다식 답변’도 지지율 1위로 오르는 데 상당히 공헌을 했다고 봅니다. 역대 정부 총리나 장관들은 거의 대부분(이해찬 전 총리의 공격적인 답변 태도가 예외적인 경우라고 봅니다) 의원들의 무차별 공격에 기가 죽거나 위축돼 수세적인 답변만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낙연 의원은 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에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일단 국정현안에 밝기 때문에 야당의 질의 의도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뛰어난 논리와 날카로운 재반박으로 야당 의원들을 궁지로 몰아넣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단호한 메시지 설파 능력과 품격있는 언행 등이 갈 곳 없는 국민들의 선호도를 조금씩 높여나갔던 것입니다.
사실 이낙연 의원이 지지율 1위를 구가할 수 있었던 것은, ‘어수룩한 카운터파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미래통합당입니다. 질문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항간의 소문이나 의혹을 나열해놓는 식의 질의는 이 의원에게 오히려 좋은 공격소재였습니다. 능력 없는 야당의 존재가 이 의원 지지율 1위의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여기에다 이 의원 지지율의 상당부분은 문재인 대통령의 ‘달빛 효과’ 덕분이기도 했습니다. 철저하게 몸을 낮추고 문 대통령- 친문세력 노선에 조응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무기력한 야당과 친문의 암묵적 지지가 그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무기력한 상대가 없어져버렸습니다.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기회가 없어져버린 것입니다. 적의 성향이나 특징도 판이하게 달라졌습니다. 이 의원은 바로 이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이낙연 의원이 맞서야 할 ‘적’은 누구일까요? 바로 여권입니다. 그는 최근 일련의 부동산 성추문 이슈 등을 거치면서 자신의 장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문 대통령과 친문의 눈치를 지나치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낙연식의 시원한 사이다 답변이나 단호한 메시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최근 여권의 내부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낙연의 장점이나 존재감은 무기력하게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가 이 자리에까지 온 것은 달빛 효과와 함께 어수룩한 야당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낙연 의원의 최대 적은 바로 내부에 있습니다. 부동산 논란, 성추문 논란 등의 여권 내부 약점이 총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의원이 막아야할 것은 몇 달 전 통합당의 어처구니 없는 질의나 대여공세가 아니라 바로 여권이 불붙인 부동산 성추문 논란을 방어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낙연 의원은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상대 공격의 의도를 미리 파악해서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는 능력은 있지만 그것은 ‘똥볼’ 차는 공격수(야당)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의원이 수비할 상대가 바뀌어버렸습니다. 같은 팀의 다른 수비수가 자책골을 여기저기서 터뜨리니 이 의원도 덩달아 허둥지둥 하고 있는 것입니다. 팀워크부터 재정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수비만 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의 다이내믹한 성향은 공격축구를 선호합니다. 이재명 지사는 시원한 스트라이커입니다. 골을 못 넣어도 끊임없이 적진으로 쳐들어가 슛을 날립니다. 보기에 시원합니다. ‘못 넣어도 좋으니 시원하게 공격하겠다’는 이 지사에게 열광합니다. 그러다 ‘대패’할 수도 있는데 결과는 생각하지도 않고, 일단 보기에 좋으니 이 지사의 ‘닥공’ 스타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최근 일어난 이 지사의 지지율 역전 본질입니다.
이낙연 의원은 이제 자신의 포지션을 바꾸어야 합니다. 전쟁에서도 상대의 전술에 따라 방어 전술이 바뀌듯이 이 의원도 포지션 쉬프트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친문세력을 방어만 해주며 수비 일변도로만 나간다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제부터 이낙연식의 축구를 해야 합니다. ‘영원한 국가대표’ 홍명보의 리베로 스타일은 어떨까요? 수비를 하다가 폭풍 드리블로 깜짝 슛을 넣거나 먼 거리에서 벼락 중거리슛을 꽂아 넣는 홍명보의 리베로 스타일 말입니다. 이낙연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세력이 지정해준 자리에서 벗어나 리베로로 나서야 합니다. 10번 공격해서 한골이라도 넣는 공격수가 나을까요, 시종일관 수비만 하다가 결국 한 골 먹는 수비수가 나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