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김희선 이사장 인터뷰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독립유공자 1만 5825명 중 여성은 472명에 불과합니다.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데 몸을 던져 투쟁하고 희생하기는 여성도 남성 못지않았어요. 그런데도 여성독립운동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심은 너무도 낮았죠.”
광복 75주년, 배화여고 학생들의 3·1 만세운동 100주년을 맞아 열린 ‘제3회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추모문화제’ 기념식 자리에서 만난 김희선 (사)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역사의 뒤안길에 놓인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말을 인용한 김 이사장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서훈받지 못한 수천, 수만의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알려내는 일 역시 이 시대의 큰 과제라 덧붙였다.
Q 어떤 계기로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를 만들게 되었나?
16·17대 국회의원직을 마친 뒤,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등 예닐곱 선생님들과 함께 역사를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어느 날 모임에서 여성독립운동가가 왜 유관순 열사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창피하지만 당시 나 역시도 유관순 열사 외에 다른 여성독립운동가를 알지 못했다. 그날로 당장 역사책을 읽으며 많은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윤희순, 남자현 열사의 이야기를 읽을 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여태 이들을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늦었지만, 이분들을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떠올렸다. 고맙게도 많은 분이 취지에 대해 공감해주고 도와줘서 기념사업회를 창립할 수 있었다.
Q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설립된 지 만 6년이 지났다. 그간 진행했던 사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많은 사업을 진행했으며, 무엇 하나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런데도 흐뭇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바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여성독립운동가를 알리는 강의를 했던 일이다. 장소가 어디든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있다면 한걸음에 달려갔다. 지역의 복지관, 사회단체,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신한대학교까지 적게는 2~3명에서부터 많게는 200명까지, 강의 횟수가 거듭될수록 기념사업회가 하는 일에 대한 응원도 늘었다. 양어깨가 무거워진다.

Q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국내 사업에 대해 소개해 달라.
매년 8월,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추모문화제’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을 통해 사람들에게 항일여성독립가를 비롯한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정신과 의지를 전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올해 창작 독백 대회 심사를 하면서 문득 ‘이 대회가, 이 문화제가 아니었다면 참가자들이 여성독립운동가의 삶과 활동에 관해 공부하고, 기억하는 일이 없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준비해 준 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시민 여러분이 역사를 직접 체험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랩, 시나리오, 초상화 공모, 연극, 유적지 답사 등 여러 프로그램을 추모문화제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Q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초상화 전시회가 국내를 넘어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 진행된다. 이를 추진하게 된 배경과 다른 나라로의 확대 계획이 궁금하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 왜곡 문제에 대한 나라 안팎의 관심은 크다. 반면 당시 여성의 몸으로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수많은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해주는 사람은 없다. 이분들의 염원과 희생에 대해서도 세계만방에 알려내고 싶었다. 상징적인 장소로 미국 백악관이 떠올랐다.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그곳에서 70여 점의 초상화가 죽 늘어선 장면을 상상해보라.
그렇게 독립운동의 역사가 깊은 미국 내 3개 도시에서 초상화 전시회를 기획하던 중,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났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해외에 계신 동포와 현지인에게 여성독립운동가의 삶과 업적을 알리는 일을 쉴 수는 없었다. 많은 응원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미국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중국, 일본 등 여건이 허락하는 한 여러 나라를 돌며 순회 전시회를 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Q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경제적·사회적 불평등으로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든 여성들이 있었다. 독립투사로 때로는 독립운동가의 어머니와 아내, 딸, 며느리로 살며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다. 그녀들의 업적을 단순히 ‘뒷바라지’로 치부하지 말고 국가가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항일여성독립운동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분들의 이름과 활동을 모두 찾아내어 역사가 기억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기념사업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게 사업을 지속해나가다 보면, 국정교과서에 ‘항일여성독립운동가’ 목차가 생기지 않을까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