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미래에셋, 내달 첫 상품 출시
원금 보장형 고수익 상품이지만
만기 시점 고객 상환 재원 확보
모험자본 회수 경로 등 난제 산적

다음 달 원금 보장형 고수익 상품인 종합투자계좌(IMA) 1호 상품 출시가 예고되며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전한 투자처를 물색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은행 예금에서 증권사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무브'가 본격화할지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과 별개로, 실제 IMA 등 증권 상품의 운용 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가 적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12월 초 IMA 첫 상품을 선보이며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IMA는 고객 예탁금을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등에 투자하고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상품으로, 증권사에 은행의 고유 기능인 수신 기능이 부여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양사는 IMA 출시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등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운용그룹 내 IMA 담당 부서를 꾸려 내년 말까지 IMA 상품 규모를 4조원 수준으로 확보하고 이후 기존 상품 만기 도래 시 5조원대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IMA 본부를 신설하고 단계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규모를 키워나갈 계획이다.
IMA는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이자 수익과 원금 보장이라는 이점을 갖췄다. 두 증권사는 초기 연 4.0~4.5% 수준의 안정형 상품을 우선 공급해 시장 신뢰를 쌓은 뒤 투자형 상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은행 예금 대비 약 1%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며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상품의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다만 IMA 사업에는 금융당국의 규제에 따른 운용 부담과 유동성 확보 난제 등 여러 변수가 공존한다. 특히 모험자본 의무 공급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IMA 조달액의 25%를 중소·중견·벤처기업 등에 모험자본으로 공급해야 한다. 특히 A등급 채권 및 중견기업 투자는 공급 의무액의 30%까지만 인정된다. 이에 증권사는 수익을 내기 위해 높은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중소기업 채권 등은 경기 변화에 따른 부실 위험이 큰 이유에서다.
모험자본은 회수(엑시트)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난관이다. 중소기업이나 벤처캐피탈 지분은 장내 거래처럼 즉각 현금화하기 어렵다. 모험자본 규모가 150조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회수 체계' 설계가 성공의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이에 금융투자업계는 모험자본 회수 경로 확대를 위한 세컨더리 마켓 활성화가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 운용상의 유동성 제약도 문제다. 현행 인가 기준은 각 IMA 상품의 회차별로 유동성 위험을 개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고객 자산 분리 상품으로 회차 간 자산 이전이나 자기계정 인수가 금지된다. 이 때문에 만기 시점에 보유 자산을 시장에서 적정 가격에 매각하지 못하면 상환 재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증권사들은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기준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국내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회수 경로가 제한적인 모험자본의 특성상 만기 구조를 맞추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증권사의 자기계정 활용이 안되는 점도 상품 설계에 있어 난관"이라고 말했다.
IMA는 장기 운용 비중이 높고 손실충당금 적립 의무가 부과되는 점 때문에 단기 실적 개선엔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IMA는 원금 보장 상품으로 수탁금의 5%를 손실충당금으로 의무 적립해야 한다. 아울러 조달한 자금 중 70% 이상을 1년 이상의 장기 자산으로 운용해야 한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은행 예금 대비 높은 잠재 수익률로 자산 증대를 목표로 하는 고객 수요를 흡수할 수는 있겠지만 높은 충당금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즉각적인 이익 기여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수익성보다는 자산관리(WM) 고객 기반을 확대하는 '미끼 상품' 혹은 '외형 성장'의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