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공정 특성상 추가 등급 상승도 기대
영업 적자 구조 벗어나 흑자 기반 강화돼
석유 화학·철강 등은 등급 상향 여지 낮아
"외부 변수 민감, 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

한국과 미국 동맹의 핵심 산업으로 부상한 국내 조선업계가 신용등급 상향 사이클에 올라탔다. 한화오션의 신용등급이 A-(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국내 조선 3사가 A- 이상 투자적격 등급을 유지하거나 회복했다. 저선가 적자 물량을 털어내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구조로 전환되며 수익성과 재무 지표가 본격 개선된 영향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이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올랐다. 기업어음(CP)도 A3+에서 A2-로 상향됐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은 상향 사유를 △고선가 선박 중심 수주잔고 확대 △생산성 개선에 따른 영업이익률 상승 △영업현금흐름 회복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15년 이후 약 10년 만에 A등급을 되찾은 것이다.
조선업의 장기 공정 특성상 실적 개선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났지만 올해 들어 회복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구조적 개선이 지표에 반영되고 있어 추가 등급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나이스신용평가에서 BBB+에서 A-(안정적)으로 상향됐다. 이후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모두 동일 등급을 유지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 이후 대규모로 수주한 LNG선이 올해부터 인도되며 영업현금흐름이 정상화되고 수주잔고 회전율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저선가 잔고는 대부분 해소된 상태다. 신용평가사들은 "영업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흑자 기반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HD현대중공업은 세 회사 중 가장 높은 A+ 등급을 유지 중이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4179억원 영업이익 5573억원을 달성했으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2.4%, 영업이익 170.4% 증가했다. HD현대미포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7%, 470.5% 늘었다. 다음 달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이 마무리되면 비용 구조 안정과 수주 경쟁력 강화에 따른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조선업의 신용도 개선은 석유화학·철강 등 다른 중후장대 업종과 상반된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SK어드밴스드·효성화학 등 주요 석유화학사 등급을 하향했다. 공급과잉과 고환율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철강업에서도 포스코 현대제철이 등급을 유지 중이지만 업황 둔화로 상향 여지는 낮은 상황이다.
다만 조선업의 변동성은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후판 등 원자재 가격 변동, 인건비 상승, 블록 제작 외주비 증가 등 비용 요인이 수익성을 흔들 수 있어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금흐름과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조선업 특성상 외부 변수에 민감한 구조"라며 "등급 상향 이후에도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