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플루언서로 韓 식당 홍보하는 마케팅
50만·100만 팔로워는 원고료 부르는 게 값
지각·노쇼 등으로 현장서 곤란 겪는 사례도
"해외 손님 유입에 보람, 中 현지 확장 목표"

최근 중·일 관계 악화로 일본 방문 자제 권고와 여행사 단체 관광 상품 판매 금지 등을 내놓으며 '한일령' 기조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에는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단체관광객 무비자 등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 확대 조짐이 보이면서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홍슈(小红书)'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국내 식당을 홍보하는 '샤오홍슈 마케팅 코디네이터'라는 색다른 직업이 주목받고 있다.
샤오홍슈 마케터는 유커를 겨냥해 한국 식당, 피부과, 미용실 등 서비스업 콘텐츠를 제작·확산하는 직업군이다. 한국에서 거주 중인 중국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그들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한 콘텐츠를 제작해 국내 소비자 접점 업종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여성경제신문은 수도권에서 활동 중인 샤오홍슈 마케터 류(刘)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맡는 업무와 업계 흐름을 살펴봤다.
ㅡ'샤오홍슈 마케팅 코디네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하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린다.
"현재 모 마케팅 회사에서 중국 부서를 맡아 인플루언서를 섭외하고 유커 유입이 필요한 한국 식당과 연결해 콘텐츠 제작과 홍보를 지원하고 있다. 샤오홍슈는 중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대표 플랫폼으로 한국에 유학 중이거나 거주하는 중국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섭외를 진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요식업 분야 콘텐츠 제작을 총괄하며 중국 손님 유입을 확대하고 있다."

ㅡ중국 인플루언서는 어떤 경로로 섭외하나.
"섭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에는 한국 유학생 체험단 단톡방이 있다. 이곳에 무료로 식당을 이용하고 블로그나 인스타·샤오홍슈 등에 게시물을 올리는 조건의 공고를 올려 신청자를 모집한다. 또 다른 방식은 샤오홍슈에서 인플루언서를 직접 모니터링한 뒤 다이렉트 메시지로 광고 협업을 제안하는 경우다."
ㅡ각 콘텐츠당 중국인 인플루언서에게 지급되는 원고료는 대략 어느 수준인가.
"팔로워 수가 일정 기준 이상인 인플루언서는 원고료를 지급한다. 기본 원고료는 10만~20만원 수준이고 팔로워 5만~10만 인플루언서는 30만~40만원 정도다. 팔로워 50만·100만 규모는 대개 '부르는 게 값'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샤오홍슈 70만, 틱톡 100만 팔로워 인플루언서를 섭외해 약 400만원을 지급한 사례도 있다."
ㅡ촬영·편집 등 콘텐츠 제작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먼저 매장이 원하는 촬영 구조나 콘셉트를 회의를 통해 전달받는다. 이후 해당 콘셉트에 맞춰 스크립트를 제작해 인플루언서에게 안내한다. 인플루언서가 촬영·편집을 마쳐 완성본을 보내면 회사에서 1차·2차 컨펌을 거쳐 최종 업로드가 이뤄진다.
ㅡ샤오홍슈 기반 홍보의 실제 효과와 게시물 성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나.
"주 타깃층이 중국인 관광객으로 즉시 방문하기보단 게시물을 저장해 두었다가 여행을 계획하며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업로드 후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보통 2~3개월이 걸리며 즉각적인 효과보다 일정 시간이 지나야 손님 증가가 눈에 띈다.
회사는 인플루언서를 섭외할 때 기본적으로 게시물을 1년간 유지하는 조건을 건다. 이후 수시로 게시물이 유지되는지 체크한다. 샤오홍슈는 좋아요 수만 보이고 조회수는 게시자만 볼 수 있는 구조로 매장 측에서 상세 데이터를 요청하면 인플루언서를 통해 자료를 받아 매장에 전달하는 식이다."
ㅡ한국 식당과의 계약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주요 의뢰 지역은 어디인가.
"먼저 식당에 전화를 걸어 회사 소개와 샤오홍슈 마케팅 구조를 설명하며 1차 접촉을 진행한다. 이후 관심을 보이는 매장은 직접 방문해 미팅을 진행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건당 평균 비용은 150만~200만원 수준이며 규모가 큰 프로젝트는 800만~1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주요 의뢰 지역은 식당 측에서 원하면 어디든 가서 협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실제 의뢰가 가장 많은 곳은 서울과 부산이다. 서울에서는 특히 홍대 일대 비중이 크다."
ㅡ협업을 진행한 매장들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어떤가.
"주로 한 달 단위 체험 계약을 하고 결과를 정리해 매장에 제공한다.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2~3달 또는 1년 이상 연장하는 매장도 있다. 반대로 외진 곳처럼 중국 손님 방문이 어려운 매장은 한 달만 체험하고 종료하는 경우도 있다."

ㅡ한국에서는 유튜브·인스타그램 SNS 광고에 '광고' 또는 '협찬' 표기를 해야 하는데 샤오홍슈에도 광고 표기 의무가 있는지 궁금하다.
"샤오홍슈는 플랫폼 규정상 광고 표기를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다만 너무 대놓고 광고로 보이는 콘텐츠는 회사 측에서 지양한다. 이 때문에 모집 과정에 있어서도 한국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있는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편이다."
ㅡ업무 과정에서 겪는 주요 어려움은 무엇인가.
"외진 지역의 경우 인플루언서 출장이 어렵고 손님 유입 효과도 낮아 부담이 크다. 인플루언서가 회사 소속이 아니다 보니 종종 지각이나 노쇼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주말처럼 테이블을 비워둬야 하는 시간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매장과 회사 모두 곤란해지고 간혹 매장 측에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가장 난감한 부분으로 꼽힌다.
인플루언서와의 소통도 쉽지 않다. 주말을 포함해 시간 제약 없이 화상 미팅이 잡히는 경우가 많아 일상과 업무의 경계가 거의 없다. 사실상 하루 종일 휴대폰을 확인해야 할 때도 있다. 사람을 계속 만나고 이동이 많은 업무 특성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다."
ㅡ샤오홍슈 마케터로서 느끼는 보람과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마케팅은 홍보 중심의 일이지만 한국 식당을 알리고 해외 손님 유입을 돕는 만큼 매장 측에서 효과가 있었다는 연락을 받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현재는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중국 현지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싶다. 필요에 따라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유학생 인플루언서와의 협업도 가능하다고 본다. 중국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앞으로도 전문성을 키워 더 많은 매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