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탈석탄 강화, 원전 확대는 여전히 신중
“12차 전기본 확실한 노선 설정 필요한 시점”

미국이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 중단 원전까지 재가동하는 등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강화된 탈석탄 로드맵을 포함하고 원전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전력 수급 구조가 중대한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원전 운영사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에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연방정부 대출을 승인하며 스리마일섬(TMI) 원전 1호기의 재가동 절차에 착수했다.
1979년 노심 용융 사고로 미국 내 반핵 여론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원전이 다시 가동 수순에 오른 것은 AI 산업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이 배경으로 꼽힌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조치는 미국 제조업 확장과 AI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스텔레이션은 재가동한 스리마일섬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MS)에 20년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추진 중이다.
AI 확산으로 전력 부족 우려가 커지는 상황도 원전 재활용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AI 산업의 병목은 GPU가 아니라 전력”이라고 지적한 이후 미국에서는 폐쇄 원전 재가동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2020년 가동을 멈춘 아이오와주 두에인아널드 원전과 2022년 중단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도 내년 재가동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원전 부활’ 추세는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멈췄던 가시와자키·가리와 원전 재가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도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하며 원전 비중 확대에 나섰다.
반면 한국 정부는 제12차 전기본에 국제사회와 약속한 2040년 탈석탄 완성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기존보다 강화된 탈석탄 로드맵을 반영할 예정이다. 공론화를 거친 석탄화력 21기의 처리 방향도 포함된다.
문제는 전력 수요 증가 속도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로 국내 전력 수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올해 약 8.2TWh 수준인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38년 30TWh로 약 4배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는 1GW급 원전 약 3기 분량의 신규 전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원전 확대가 지연될 경우 전력 공급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종일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석탄화력을 줄이려면 이를 대체할 에너지원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2040년까지 매년 원전 2기 수준의 대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행 로드맵 없이 탈석탄만 추진하면 전력난 위험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의 사례는 대표적인 경고등으로 언급된다. 독일은 과속한 탈원전 정책 이후 LNG·신재생 의존도가 급증했고, 전기료 폭등으로 산업·가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이 ‘탈석탄 강화’와 ‘원전 정책 신중론’ 사이에서 전력 수급을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노후 원전까지 되살리며 전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AI·반도체 등 전력집약 산업이 국가 성장의 핵심이 된 상황에서, 한국이 어떠한 에너지 전략을 선택하느냐는 전력 안정성·산업 경쟁력·탄소중립을 동시에 좌우할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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