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핵심 키워드로 AI 트랜스포메이션
산업계 전반에서 AI 에이전트 변화 추진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을 통해 피해 예방
"AI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할 것"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삼성전자의 전략 축이 한자리에 공개됐다. 삼성전자는 AI 트랜스포메이션(AX) 시대를 맞아 AI 에이전트와 로봇 조작 기술은 물론 운영체제(OS)와 보안까지 AI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일 삼성전자는 '삼성 테크 콘퍼런스 2025(STC 2025)'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인공지능 전환을 주제로 △AI 에이전트 △로봇 AI △차세대 보안·통신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주요 분야에서 추진 중인 선행 연구와 상용화 성과를 공개했다.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삼성리서치장은 환영사를 통해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일상과 업무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핵심 동력"이라며 "삼성전자는 AI 트렌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다양한 기술 분야와 AI를 융합해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사장은 이번 콘퍼런스를 "차세대 선행 기술부터 제품 적용 기술까지 삼성전자의 혁신 여정을 공유하는 자리"로 규정하며 올해 핵심 키워드로 'AI 트랜스포메이션을' 제시했다.
그는 "대규모 데이터를 사용해 학습시킨 로봇 AI는 로봇의 자율 작업 능력을 끌어올리며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며 "오픈 소스 생태계 확장으로 개방형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가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다양한 영역에서 AI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김상하 삼성리서치 상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반 업무 혁신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그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제는 AI가 단순 답변을 넘어 사람을 대신해 액션을 수행하는 시대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AI 에이전트는 상황을 인지하고 추론을 통해 계획을 세운 뒤 외부 도구와 연동해 작업을 수행하고 피드백을 반영해 스스로 수정하는 구조를 갖는다. 일반 반응형부터 학습형까지 유형이 다양하며 업무 특성에 맞는 에이전트 조합과 에이전트 간 협업을 통해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상무는 "업무 자동화 단계에서 AI 에이전트는 특정 한 단계만이 아니라 프로세스 전반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며 "산업계 전반이 이런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활용 사례도 소개됐다. 김 상무는 △사내 문서와 웹 검색을 결합해 자료 조사 시간을 줄이고 보고서·발표 자료 초안을 자동 생성하는 딥 리서치 에이전트 △웹 페이지를 이해해 브라우저를 직접 제어하며 웹 기반 사내 업무를 대행하는 AI 에이전트 △기획 의도를 입력하면 코드 생성부터 분석·검증·리뷰까지 수행하는 코딩 에이전트 등을 소개했다. 그는 "신뢰와 거버넌스 기반의 점진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AI 에이전트를 전략적 협업 파트너로 인식하는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정현 삼성리서치 상무는 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로봇 기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자율주행 로봇과 청소 로봇처럼 이동 능력에 기반한 로봇은 이미 생활 곳곳에서 쓰이고 있지만 사람에게 더 큰 도움을 주려면 정교한 조작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조작 방식의 한계도 지적됐다. 카메라와 3D 센서로 물체를 인식하고 파지점을 계획해 모션을 생성하는 모듈러 파이프라인 방식은 한 모듈의 오류가 전체로 전파되기 쉽고 의류·케이블처럼 형태가 변하기 쉬운 물체는 인식과 파지점 예측이 어렵다. 자유도가 높은 인간형 핸드의 정밀 조작 동작을 직접 설계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센서 입력부터 로봇 모션 생성까지 하나의 AI 모델로 처리하는 엔드투엔드 조작 모델을 개발 중이다. 권 상무는 "AI 모델이 모방학습을 통해 조작 능력을 내재적으로 학습하고 있고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고도화되는 중"이라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시각-언어-행동(VLA) 모델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용호 삼성리서치 상무는 AI가 보안 분야에 가져올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통신과 금융, 개인정보를 가리지 않고 대형 보안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며 사고 건수와 영역, 피해 규모가 전반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주최한 'AI 사이버 챌린지(AIxCC)' 보안 대회에서 삼성전자가 최종 우승한 사례도 언급됐다. 삼성전자와 국내외 주요 대학이 연합해 출전한 '팀 애틀랜타(Team Atlanta)'는 소프트웨어 보안 취약점을 자동 분석해 패치를 생성하는 시스템 '아틀란티스'를 제출했다. 그는 "전 세계 유수 연구 기관과 기업 등 약 90개 팀이 참여한 가운데 아틀란티스가 더 많은 취약점을 더 빠르게 찾아내고 패치까지 수행하는 성능을 입증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AI를 활용해 삼성전자 단말기 사용자를 보호하는 보이스피싱 탐지 기술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경찰청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3만건이 넘는 실제 보이스피싱 데이터를 제공받아 자체 데이터와 결합한 온디바이스 AI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기술은 현재 갤럭시 폴드7과 갤럭시 플립7에 적용돼 있다.
해당 기능은 단말에서 통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이스피싱 가능성을 판별한다. 의심 단계에서는 피싱 주의 알림을 띄우고 보이스피싱으로 판단되면 경고 문자를 발송해 피해를 예방하도록 돕는다. 황 상무는 "통화 분석부터 판단까지 모든 과정이 단말 내부에서 이뤄져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보이스피싱을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기조연설을 맡은 짐 젤린(Jim Zemlin) 리눅스 재단 의장은 최신 오픈소스 AI 기술 동향을 공유했다. 그는 "AI 분야에 과투자와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AI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젬린 의장은 AI 모델 개발부터 추론, 에이전트 실행에 이르기까지 전 단계에서 인프라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이 오픈소스 AI를 기반으로 협업하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가치가 실현되는 지점은 결국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오픈소스가 AI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기술 세션에서는 삼성전자 연구원 60여명이 통신·헬스케어·보안·스마트싱스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용한 최신 연구 성과 40여 건을 발표했다. △보이스피싱·악성 앱 자동 탐지 △AI 기반 고전 영상 고화질 복원 △갤럭시 XR 콘텐츠 제작 △온디바이스 오디오 지우개 △무선 통신 기지국 AI 품질 최적화 등 다양한 적용 사례가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 성과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며 개방형 기술 협력과 AI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