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AI 전력 수요 945TWh 이를 것”
콘스텔레이션, 스리마일 원전 운전 재개
아마존, SMR 기업 3곳과 연속 계약 체결
최근엔 앤디비아 젠슨 황 CEO까지 합세

전 세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30년엔 일본이 1년간 소비하는 전력량을 웃도는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급증하는 AI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력 생산이 절실한 가운데 최근 원자력 발전에 대한 빅테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여성경제신문이 IEA의 최신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해 약 945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현재 일본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약 900TWh)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AI가 향후 10년을 넘어 미래 에너지 산업을 변화시킬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해석된다. AI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서의 전력 수요 급증을 촉발하는 동시에 비용 절감, 경쟁력 향상, 배출량 감축 등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IEA는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AI는 오늘날 에너지 세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이지만, 지금까지 정책 결정자와 시장은 그 광범위한 영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없었다”며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수요는 향후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인데 특히 미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AI 이용 확대가 현재처럼 이어질 경우 2021년 924TWh였던 자국 내 전력 소비가 2050년 최대 37%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 지구환경산업기술연구기구(RITE)도 2050년까지 2019년 대비 전력 소비량이 30% 늘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의 거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활용이 전력 소비를 크게 견인하면서 미국 경제는 2030년에 데이터 처리에 사용하는 전력이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화학제품 등 모든 에너지 집약적 제조업을 합친 전력 소비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보고서에서 AI의 잠재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국 정부는 △전력 생산 및 송전 인프라에 대한 투자 확대 △데이터 센터의 효율성과 유연성 개선 △정책 결정자, 기술 업계, 에너지 산업 간의 협력 강화 등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로 전 세계 빅테크들은 AI 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미 전력 수급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다. 일부 국가에서는 전력 문제로 데이터센터 신설을 가로막고 있다.
이같이 AI 데이터센터의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전력 생산이 절실한 가운데 최근 원자력 발전에 대한 빅테크들의 관심이 살아나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근 ‘원자력은 에너지가 AI 수요를 충족하는 실행 가능한 옵션’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원자력이 유일한 에너지원은 아니며 모든 소스로부터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면서도 “에너지의 가용성과 비용, 지속 가능성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 원자력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력 문제는 엔비디아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AI 공장(AI Factory)’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데이터센터는 필요한 최대 용량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일부는 인구 밀집 지역과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돼 관련 인프라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도 최근 MS의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은 1979년 3월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발전소다. 원전의 격납고가 부피가 크고 두께가 두꺼워 외부 방사능 유출이 없었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해졌다. 사고가 난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는 가동을 중단했고 1호기는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 2019년 가동을 중단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콘스텔레이션은 원자로를 되살려 MS 계약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콘스텔레이션은 차세대 원자력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SMR은 기존 원자로 대비 크기가 작고 안전성이 높으며, 건설 기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를 통해 신속하고 유연한 에너지 공급을 실현하며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미국 SMR 기업 3곳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하며 원자력 에너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결한 기업은 ‘도미니언 에너지’ ‘에너지 노스웨스트’ ‘X-에너지’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황일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각국이 재생에너지 도입 후 가격과 전력 공급에 안정성을 확보하는 가운데 있었다”면서 “그런데 갑자기 AI 데이터센터 문제가 터지면서 전력 수요가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오르고 재생에너지로는 공급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워크로드는 몇 주 동안 중단 없이 실행될 수 있는데 단 몇 초라도 정전이 발생하면 수백만 달러 규모의 훈련 작업이 손상될 수 있다”며 “전력망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SMR, 가스발전과 같은 중복 현장 발전과 백업 에너지 저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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