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담았지만 진전 없어
"국민 안전과 인권 보호" 제동
경쟁국들은 산업 발전에 총력

국가 AI데이터센터 /연합뉴스
국가 AI데이터센터 /연합뉴스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선언하며 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관련 법안들이 방치되고 있어 정책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7일 현재 국회에는 AI 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법안 27개가 계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에는 AI 기술 및 산업 분야의 규정이 모호할 경우 우선적으로 규제 적용을 면제하거나 완화하는 ‘선허용·후규제’ 원칙을 담은 ‘AI 산업 발전 특별법’과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AI 인재 육성 특별법’ 등 시급한 법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해당 법안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AI 기술의 특성을 고려해 기업들이 규제의 불확실성 없이 마음껏 기술 개발과 사업 확장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글로벌 AI 경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최소한의 운동장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다.

AI 사업자에 대한 의무나 책임을 부과하는 일부 규제 조항에 대하여 그 시행일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지난 4월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지난 8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은 여성경제신문에 "현행 AI 기본법의 체계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고려할 때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마련됐다"며 "따라서 규제 관련 조문만 시행을 유예하는 경우 인공지능 관련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도모한 법 제정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 아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제기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영국 등 주요국에서는 AI 산업의 발전을 위해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제·사회적 환경을 고려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국들이 천문학적인 투자에도 총력을 기울이는 것과 한국이 대조적인 실정이다.

산업계에서는 AI가 미래 산업의 패권을 가를 핵심 동력으로 부상한 지금이 기업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중요한 때라는 입장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없으면 결국 기술 개발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입법 지원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외치는 ‘AI 3강 달성’이라는 목표는 결국 실체 없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관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국회의 조속한 역할과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되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저작권자 © 여성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