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예비율 하락 속에서도
즉시 투입 가능한 안정 전원 
전력수급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
40년 무사고, 기술적 신뢰 인정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2호기(가운데) /연합뉴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 2호기(가운데) /연합뉴스

국내 최장수 원전인 부산 기장군 고리2호기가 2033년까지 7년간 수명을 연장해 가동을 이어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열린 제224차 회의에서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을 의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을 “전력 수급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선택”으로 평가했다.

최근 국내 전력예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잦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기존 원전의 안정적 재가동이 전력안정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리2호기는 발전용량 685메가와트(㎿)로, 약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7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을 공급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고리2호기는 이미 완비된 송전망과 부대 설비를 갖추고 있어 별도 신규 인프라 투자 없이 즉시 전력공급이 가능한 유일한 중대형 기저전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기존 설비의 재가동은 신규 발전소 건설 대비 운영비용을 5분의 1 이하로 절감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이라며 “향후 10년간 약 2조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태양광·풍력 중심의 재생에너지 확대 속에서도 전력의 ‘간헐성(間歇性)’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꼽힌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 이용률은 20% 안팎에 불과한 반면 원전은 90% 이상 가동률을 유지해 왔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달성 과정에서 원전의 역할은 ‘대체’가 아닌 ‘보완’이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예비전력 확보가 중요해지는데 원전은 그 ‘안정적 버팀목’ 역할을 한다”며 “고리2호기 재가동은 탄소 감축과 전력안정의 두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조치”라고 말했다. 고리2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40년간 단 한 건의 중대사고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됐다. 

이번 계속운전 승인 과정에서도 원안위는 구조건전성, 방사선환경, 사고관리계획 등 100여 개 세부 항목을 국제 기준에 따라 재평가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고리2호기의 수명연장은 단순한 연장이 아니라, 사실상 신규 운영허가 수준의 안전성 검증을 다시 통과한 것”이라며 “국민이 우려하는 노후 원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단기적 정책이 아닌 중장기 에너지안보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은 일시적 수급 보완이 아니라, 향후 2030년대 전력수요 급증기에 대비한 기저부하 안정화 조치”라고 밝혔다.

한수원은 수명연장 기간 동안 설비 교체와 방사선 감시체계 업그레이드 등 약 5000억원 규모의 안전투자 계획을 병행할 예정이다. 전력정책 전문가들은 “고리2호기 재가동은 전력시장 안정화에 실질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전력도매가격(SMP)이 변동성이 커지면서 산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예측 가능한 기저전원을 확보함으로써 전력가격 안정과 산업 경쟁력 유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리2호기 수명연장은 단순한 노후 원전의 연명이 아니라,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이 ‘탈원전’에서 ‘균형전원 체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안전성과 경제성을 전제로 한 원전의 계속운전은, 향후 재생에너지와의 조화를 통해 안정적 전력공급·탄소중립·산업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전략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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