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날씨 따라 변동 큰 약점
재생에너지 설비 늘면 대정전 우려도
총 30기 원전 가동해도 목표 미달 ‘막막’

정부가 재생에너지 대규모 보급을 핵심 에너지 정책으로 내세우며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기후와 날씨 변화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출렁이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설비 용량이 늘어도 실제 공급 가능한 전력은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0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2035 NDC안에 따르면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최소 53% 감축하려면 그해 발전 총량 711테라와트시(TWh) 중 재생에너지 233TWh(33%)와 원전 234TWh(33%)를 각각 충족해야 한다.
현재 가동 중단 상태인 고리 2·3호기 및 신규 건설 원전 2기(신한울 3·4호기) 등 총 30기 원전이 2035년 이전 가동될 경우 원전 발전 총량은 252.7TWh다. 그러나 최근 10년 원전 평균 가동률(77.4%)을 반영하면 원전 발전량은 207.5TWh로 목표치에 미달한다.
게다가 이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요 원전 10기가 잇따라 정기 점검과 노후화로 인해 가동을 멈출 예정이어서 전력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원전은 한 기당 수천 메가와트(M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저 부하 전원으로, 그 공백은 단기간에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원전 가동 중단 시기와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현실적 수급 시뮬레이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최근 여름철과 겨울철 피크 수요에 대비해 석탄·LNG 발전소 가동률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 변동이 큰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날 때 블랙아웃(대정전)과 같은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앞서 에너지 저장장치(ESS) 확충, 송전망 보강, 기저 부하 전원 역할을 할 원전의 균형 있는 운영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에너지 정책이 ‘탈원전–재생 확대’ 구도에 치우칠 경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는 국가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국제사회 기후 공약 이행을 내세우며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국내 산업계와 국민들이 체감하는 것은 전력 공급 불안과 전기요금 상승 우려다. 에너지 전환의 방향성은 옳더라도, 속도와 순서가 어긋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과 기업이 떠안게 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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