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국회 심사 급물살
부동산·자산 급등, 시대 변화
공제 한도 18억 되면 혜택 多

세금 (PG) /연합뉴스
세금 (PG) /연합뉴스

국회가 30년 넘게 제자리였던 상속세 공제 제도 손질에 나섰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 상향을 포함한 상속세법 개정안 심사가 본격화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논의는 지난 7월 정부 세제개편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번엔 처리하자”고 직접 지시하며 급물살을 탔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배우자가 ‘집 한 채’를 팔아야 하는 현실을 “과도하다”고 밝히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상속세 공제 제도는 1997년 도입 이후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았다. 당시 기준으로는 5억원 공제면 충분했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과 자산 구조 변화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사례가 늘면서 ‘가족 생계형 자산 이전’까지 세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택, 토지 등 부동산 자산을 물려받아 상속세를 낸 사람은 연간 4000~6000명 수준이다. 가장이 사망하면 배우자와 자녀는 상속 자산 중 10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10~5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수도권 집값이 급등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지난해 2만1193명으로 2020년(1만181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서울지역 아파트 전용 84㎡의 평균 매매가는 13억429만원이다. 상속세 공제 한도가 18억원으로 오르면 대부분 수도권 중산층은 상속세 부담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구분 현행 공제액 개정안 제안 (민주당) 개정안 제안 (민주당)
일괄공제 5억원 7억~8억원 8억원 이상 논의 가능
배우자공제 5억~10억원 최대 10억원 전액 면제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7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최대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광현 국세청장 역시 의원 시절 ‘일괄 8억·배우자 10억’안을 냈고 현재 본회의에 계류 중이다.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간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 전부터 배우자의 상속분에 대해서는 전액 면제를 주장해 왔다. “한 가정의 삶의 터전을 유지하는 문제를 조세 형평 논리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상속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가계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둔 움직임으로 보인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거주자가 배우자로부터 상속받거나 증여받는 재산에 대해서는 비과세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행 50%에서 30%로 인하하는 등 과세표준 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가 재정을 고려한 세수 확보도 관건이다. 상속증여세 수입은 지난해 15조3000억원으로 총국세(336조5000억원)의 4.5%를 차지했다. 

전문가는 상속세 공제 확대가 세 부담 완화라는 단기 효과를 넘어 세대 간 자산 이전 구조를 재편할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공제 인상 폭이 지나치면 상속세 자체의 실효성이 약화되고 부의 세습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여성경제신문에 "한국 상속세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다. 그러다 보니까 결국은 오너들이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주가가 오르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며 "따라서 세율을 낮출 필요는 있다. 상속세가 우리나라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 2~3%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국회 기재위는 조만간 관련 법안들을 심사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모처럼 본격화된 상속세 개편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결론 날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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