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일가 우호 지분 50%대로 방어벽 탄탄
3%대 지분에도 '경영권 분쟁 프레임' 기생
국내 자본시장만 단기차익 놀이터로 변질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 각 사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과 구자은 LS그룹 회장 / 각 사

호반그룹과 LS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설이 재계의 시선을 또다시 끌고 있다. 호반그룹이 LS그룹 지주사인 ㈜LS 지분을 3% 이상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3% 이상 지분을 확보하면 주주제안권,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청구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등 강력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어 LS그룹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LS 오너 일가는 LS에코에너지 지분 6.30%(약 700억 원 규모)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로 주가가 상승한 시점에 이뤄진 이번 거래는, 분쟁 국면에 대비한 ‘실탄 확보’ 조치로 해석된다. 구자열·구은희·구자균·구자은·구자용·구자철·구원경·구민기 등 오너일가 전원이 매도에 참여했으며, 확보한 자금은 LS지주 지분(현재 32.11%)의 추가 매입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LS는 자사주 소각, 교환사채(EB) 발행, LIG그룹과의 연대 등을 통해 이미 50% 가까운 방어벽을 구축했다. 반면 호반의 지분은 3% 남짓에 불과하고 팬오션 지분 0.24%를 합쳐도 실질적 경영권 도전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호반의 과거 행적은 이번 시나리오를 해석하는 핵심이다. 대우건설 인수전 당시 호반은 막판에 발을 빼며 지분 매각으로 수천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HMM(옛 현대상선) 분쟁 국면에서도 지분 취득→시세차익 실현→전량 매각의 ‘행동주의 단기 매매’ 패턴을 반복했다. 한진칼 지분 역시 18% 이상으로 늘렸지만, 경영 참여 목적은 ‘단순 투자’로 공시해 시장에 분쟁 가능성만을 흘려보냈다.

결국 시장에선 이번 LS 분쟁설 역시 ‘실질적 경영권 전투’라기보다 의도된 분쟁 프레임 조성 → 주가 부양 →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실현의 패턴으로 본다. 특히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통과될 경우 호반은 지분을 추가로 사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지분율 상승 효과를 얻는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분쟁설은 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해 주가를 띄우는 도구로 작동하고, 이후 일정 수준 주가가 오르면 잠재 매도 물량(오버행)을 실현하는 ‘차익 회수 루프’가 완성된다.

LS 지배구조 특성상 단기간에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분쟁 구도’ 자체만으로도 시장은 가격을 반영한다. 호반은 이 점을 정확히 활용해왔다. 실제로 분쟁설이 부상하자 LS 주가는 상승했고, 호반이 차익 실현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은 갖춰졌다. 재계 관계자는 “LS 입장에선 실적도 나쁘지 않고 방어는 가능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이 실물과 무관한 단기 차익 놀이터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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