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리스크·실적 둔화 변수로 부각
하반기 실적 흐름, 연임 평가의 관건

{왼쪽 위부터 가로 순서대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이홍구 KB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각 사
{왼쪽 위부터 가로 순서대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 김성현 KB증권 대표,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이홍구 KB증권 대표,  장원재 메리츠증권 대표, 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  /각 사

국내 주요 증권사 가운데 7개사의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연내 또는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만료된다 .증시 활황에 따른 전반적인 실적 회복세 속에서도 내부통제 관리와 하반기 실적이 연임 판단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 중 CEO의 임기 만료가 도래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대신증권 등 7곳이다.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3월이면 CEO 교체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가 절반을 넘는다.

미래에셋증권은 김미섭·허선호 각자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된다. 두 대표는 지난 3월 1년 연임에 성공했으며 상반기 순이익 66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3% 증가했다. 해외법인 실적이 본격화된 가운데 WM(자산관리) 부문 고객자산이 533조원, 연금자산이 47조3000억원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한국투자증권의 김성환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1조1189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1조252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 수준의 실적을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탁월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관리가 연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올해 한투증권은 세 차례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다. 불건전 영업행위로 기관경고와 과태료 44억9000만원을 부과받았고, 전자금융거래 의무 위반과 사모펀드 불완전판매 등으로 추가 제재를 받았다. 지난 8월에는 2019~2023년 사업보고서 정정 과정에서 5조원대 내부 회계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주의’ 조치를 받았다. 다만 고의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회계 심사에서 감리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의 윤병운 대표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46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대형사 중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실적 면에서는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내부통제 관련 리스크는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7월 금융당국은 NH투자증권 직원의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금지위반 혐의와 관련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회사가 상장사의 공개매수를 주관하거나 수탁기관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직원 1명이 이 정보를 이용해 해당 종목을 매매하거나 정보를 타인에게 전달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은 장원재·김종민 각자대표 중 장 대표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장 대표는 2023년 말 취임 후 첫 임기를 마치는 셈이다. 메리츠증권은 상반기 순이익 44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지난달 금감원이 수시 검사에 착수해 고액자산가 비중이 높은 거점 점포의 영업 및 내부통제 실태 등을 들여다 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은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의 임기가 올해 12월 만료된다. 김 대표는 IB 부문을, 이 대표는 리테일 부문을 각각 총괄한다. 김 대표는 지난달 출범한 KB금융의 ‘생산적 금융 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이 협의회는 그룹 차원의 생산적 금융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KB증권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PF 충당금 여파로 전년 대비 9.78% 감소한 3424억원에 그쳤다. 매출액은 6조2048억원으로 8.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427억원으로 10.88% 감소했다. 영업 체력이 약화된 점은 투톱 체제의 연임 심사에서 리스크 관리 및 수익성의 질적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할 변수로 꼽힌다.

대신증권의 오익근 대표는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상반기 순이익은 15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6% 증가했다. 오 대표는 2018년 말 취임 이후 세 차례 연임했으며 지난해 말 대신증권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로 지정되면서 사업 범위가 확대됐다.

하나증권의 강성묵 대표는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23년 1월 취임 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증권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068억원으로 전년 대비 18.6% 감소하고 영업이익도 1188억원으로 26.1% 줄며 전반적인 실적 둔화가 이어졌다. 지난해 적자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올해 들어 성장세가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이처럼 증권사별 실적 흐름과 내부통제 관리 수준에 따라 향후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하반기 실적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증시 회복과 금리 안정세가 이어지면서 대부분 증권사가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며 “임기 만료를 앞둔 대표이사들에 대한 교체 압력은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금융당국이 내부통제와 거버넌스 관리를 주요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어 단기 실적보다는 조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 큰 판단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흐름과 감독기관 평가 결과에 따라 연임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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