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계열사 임기 만료 연말 인사 촉각
실적 연속성과 세대교체 논의 동시 제기

KB금융지주가 연말 대규모 계열사 CEO 인사를 앞두고 있다. KB손해보험·KB증권 등 주요 비은행 계열사의 임기 만료가 몰리면서 구본욱 KB손보 대표와 김성현·이홍구 KB증권 각자대표의 거취가 그룹 전체 인사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세 대표 모두 올해 연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가운데 실적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을 중시하는 흐름과 세대교체 논의가 동시에 제기되면서 인사 방향에 대한 금융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는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구 사장은 2023년 말 전무에서 곧바로 사장으로 발탁된 내부 승진 CEO로 KB손보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내부에서 배출된 수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지난해 KB손보는 당기순이익 839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이는 장기인보험 중심의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와 효율 중심의 리스크관리 강화가 결합된 결과로 평가된다. 경증 유병자보험 상품인 ‘삼텐텐’ ‘오텐텐’도 시장 반응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올해 실적 흐름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7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상반기 순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3분기 이후 성장세가 뚜렷하게 회복된 셈이다. 특히 투자손익이 394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3% 이상 늘면서 실적 버팀목 역할을 했다. 금리 변동기에 초장기 국채 매입과 대체투자 비중 확대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온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본업인 보험손익이 약화된 점은 과제로 남는다. 의료비 증가와 상생금융 차원의 요율 조정 등이 겹치면서 장기·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한 영향이다. 3분기 누적 보험손익은 6559억원으로 전년보다 25% 이상 줄었다. 자동차보험만 보면 3분기에 442억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손해율도 85%를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손보가 KB금융 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안정적인 이익 기여도를 보이고 있고 내부 출신 CEO의 조직 이해도, 지주 차원의 임기 관례 등을 고려하면 연임 가능성이 우세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KB증권 김성현·이홍구 각자대표는 각각 IB·S&T와 WM·리테일 부문을 이원화해 조직을 이끌어왔고 실적 흐름도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KB증권의 당기순이익은 4967억원으로 총영업이익 1조5989억원 중 약 30%를 차지했다. 부문별로는 WM이 14%대 증가했고 IB는 30% 넘게 확대되면서 고른 성장세가 나타났다. IPO·DCM 리그테이블에서도 모두 상위권을 유지해 IB 경쟁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각자대표 체제가 4년째 이어지면서 의사결정 효율성 문제도 있는 데다 내년 초 추진될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과 리더십 재정비가 함께 묶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성현 대표는 1963년생으로 연령과 재임 기간이 길어졌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필요성을 제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실적과 리더십에 뚜렷한 흠결이 없다는 연임론과 지주 차원의 인사 기조 변화 가능성이 함께 거론되며 거취가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모두 실적만 놓고 보면 연임 근거가 충분하지만 그룹의 인사 기조가 성과·속도·세대교체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며 "증권 리더십 변화 여부는 KB금융의 비은행 재편 전략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계열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대추위 결정은 단순히 계열사 인사에 그치지 않고 내년 비은행 라인업 재구성 방향을 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증권·캐피탈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구조 조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증권사 인사도 그룹 전체 개편의 일부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일대표 체제 전환이나 내부 임원 승진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유다.
그룹 차원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재편과 시너지 강화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 만큼 보험·증권 리더십의 조정 여부는 그룹 전체 라인업 재배치와도 맞물려 향후 KB금융의 조직 구도와 사업 방향을 가늠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