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수수료 인하 공세에 은행권 맞불 이벤트
가격·속도·투명성 삼박자 경쟁, 시장 재편 가속

추석 연휴 전후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송금 대이동’이 시작됐다.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기 어려운 대신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는 수요에 올해는 고환율까지 겹치며 송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챗GPT
추석 연휴 전후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송금 대이동’이 시작됐다.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기 어려운 대신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는 수요에 올해는 고환율까지 겹치며 송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챗GPT

연휴가 시작된 지난 주말, 경기도 시흥시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출신 사이 씨(30)는 송금 앱을 열고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냈다. 올해로 한국 생활 9년 차인 그는 “환율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이번 주에 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석 연휴 전후로 국내 거주 외국인의 ‘송금 대이동’이 시작됐다. 명절에 고향에 방문하기 어려운 대신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려는 수요에 올해는 고환율까지 겹치며 송금액이 크게 늘고 있다. 핀테크 앱은 수수료 면제와 실시간 송금 서비스를 내세워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은행권은 환율 우대·무료 송금 이벤트로 맞불을 놓는 상황이다. 명절 풍경 속에서도 송금 시장의 주도권을 두고 은행과 핀테크 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수요 측면의 바탕도 두텁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2024년 말 국내 체류외국인은 약 265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8월 통계월보 공시에 따르면 체류외국인 현황은 유사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명절마다 본국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외국인 근로자·유학생·이주가족이 늘면서 개인 해외송금 수요가 계절적으로 급증한다.

핀테크는 가격과 속도를 앞세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토스는 지난 5월부터 해외송금을 본격 도입해 ‘모인’과 연동, 60개국 24시간 송금을 내세웠고 8월에는 국내 체류 외국인 고객 대상 ‘연말까지 해외송금 수수료 면제’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은행 대비 최대 90% 저렴, 속도 최대 4배'라는 메시지와 함께 외국인 전용 혜택을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전문 송금 핀테크의 저변도 확대되고 있다. 한패스는 4월 기준 누적 해외송금 거래액 10조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나인페이(E9Pay) 등 사업자들은 ‘상시 고정 수수료, 실시간 환율 확인’ 등을 내세워 이용 문턱을 낮추는 중이다. 센트비는 자사 채널에서 '최저 수수료 2500원' 등을 홍보하며 가격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유통 채널과의 제휴도 눈길을 끈다. 편의점 CU는 환전·여행 서비스에 더해 핀테크 송금 앱 ‘유트랜스퍼(Utransfer)’와 연계를 유지하고 7월엔 iM뱅크와의 제휴로 외화수령·환전 접점을 넓혔다. 퇴근길·주말 처리 수요를 흡수하려는 생활금융 패키지 전략이다.

은행권은 신뢰·네트워크 강점을 바탕으로 '맞불' 전략을 펼친다. 카카오뱅크는 해외계좌송금 ‘받기’ 수취수수료 전액 면제를 2026년 9월 30일까지 1년 연장했다. 연휴 중 이동점포 운영 등 현장 편의도 강화했다. 미국 현지 한인은행권은 추석 직전~당일 기간 한국 등 특정 국가 대상으로 ‘개인 해외송금 수수료 전액 면제’ 이벤트를 실시해 역송금 수요를 겨냥했다.

업계의 ‘진검승부’는 총비용·속도·투명성에서 갈린다. 세계은행 ‘Remittance Prices Worldwide’(RPW)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글로벌 평균 송금비용은 6.49% 수준이며 디지털 채널 평균은 4.85%, 비디지털은 7.16%로 격차가 크다. 2024년 3분기 기준 은행은 여전히 가장 비싼 유형(13.64%)으로 집계됐다.

규제 환경은 ‘포용과 건전성’의 균형을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을 통한 ‘지급증빙서류 미제출 송금’ 한도는 2023년 제도 개편으로 연간 5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확대됐다. 반면 핀테크가 영위하는 ‘소액해외송금업’은 외국환거래규정에 따라 건당 5000 달러·연간 5만 달러 한도가 적용된다. KYC·AML 등 준법 요구도 병행된다.

이아ㅗ 관련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해외송금 시장은 인터넷은행·핀테크가 가격과 속도에서 우위를 점한 상태”라며 “카드사 등 전통 금융사는 규제·망 비용 구조상 사업성이 낮다고 보고 일부 철수하는 흐름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서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 '체감 총비용’ 비교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 송금수수료뿐 아니라 적용환율(스프레드), 수취측 비용까지 합쳐야 실질 비용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금액을 송금하더라도 송금이라도 앱·은행마다 결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국가·통화별 네트워크에 따라 계좌입금·현금픽업, 중계은행 경유 여부 등 속도·비용 편차도 크다. 은행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사고·지연 시 대응 책임이 명확하다는 점을, 핀테크는 상시 저비용·고속처리와 모바일 UX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환율은 올 추석 최대 변수다. 9월 하순 이후 원화 약세로 환율이 1400원대를 재돌파하며 환율 알림·분할 송금 니즈가 커졌다. 변동성 자체가 수수료 몇천 원보다 더 큰 비용이 될 수 있어, ‘언제 보낼지’가 ‘어디서 보낼지’만큼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는 송금과 수취를 분리해 조합하고 국가·통화별 네트워크와 한도를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본지에 "송금 시 추가 서류 준비와 심사로 인한 지연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불법 '환치기' 유혹에 빠지지 말고 합법 채널을 통한 투명한 거래를 추천한다"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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