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두는 돈→자산관리·투자, 용돈의 인식 전환
비대면 통장·투자상품·증권사 이벤트 유인 효과

명절 용돈의 쓰임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명절 용돈의 쓰임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추석 용돈의 쓰임새가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자금을 쌈짓돈으로 묵혀두는 것이 아니라 자녀 명의 통장을 개설해 저축하거나 소액 금융상품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면서 명절 용돈의 의미도 달라지고 있다. 금융권도 이런 변화를 반영해 미성년자 대상 금융상품을 확대하고 가족 단위로 금융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강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권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계좌를 직접 관리하고 함께 금융 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우리아이통장'과 '우리아이적금'은 부모가 함께 자녀의 금융 생활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추석 용돈 등을 활용해 자녀의 첫 금융 습관을 형성하려는 수요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복잡한 서류 없이 부모가 본인 휴대폰으로 아이 명의 통장을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어 간편하며 부모 모두가 자녀의 계좌 내역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 '우리아이적금'은 최고 연 7%의 높은 금리를 제공해 용돈을 단순히 현금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금으로 만들어준다. 입출금 시 메시지 남기기, 사진 꾸미기 등 부모와 자녀 간의 교감을 높이는 기능도 추가됐다.

광주은행도 '아이Wa나 이벤트'를 진행하며 미성년자의 첫 금융 경험을 응원하고 있다. 오는 11월 20일까지 ‘광주 와뱅크’ 앱을 통해 미성년 자녀의 계좌와 체크카드를 비대면으로 개설하면 용돈을 지급한다. 부모가 만 19세 미만 자녀의 계좌를 신규 개설하면 5000원, 만 12세 이상 자녀의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1만원 이상 사용하면 5000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어 자녀 한 명당 최대 1만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복잡한 서류 없이 비대면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어 고객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주식 투자도 이제는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좋아하는 게임이나 영화 제작사, 즐겨 먹는 과자 회사의 주식을 직접 사보는 경험은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가장 좋은 교육이 될 수 있다. iM뱅크는 최근 자녀 명의로 해외 주식을 직접 매수할 수 있는 신개념 모바일 통장 ‘텐텐통장’을 출시했다. 통장 이름은 ‘10년에 10억 만들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단순한 저축을 넘어 자산형성의 장기 전략을 가족 단위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부모는 iM뱅크 앱에서 복잡한 증권 앱 없이도 해외 주식 계좌 개설부터 매수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 예컨대 명절에 받은 세뱃돈이나 월 용돈을 텐텐통장에 이체한 뒤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우량주를 자녀 명의로 매수하면 아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주주’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금리 혜택도 제공된다. ‘텐텐통장’은 매일 잔액 중 100만 원 이상 300만 원 이하 금액에 대해 연 0.7%포인트, 여기에 계좌 간 자동이체 실적이 있으면 추가 0.3%포인트를 더해 총 연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iM뱅크 앱의 ‘iM투자라운지’ 메뉴를 통해 iM증권에 가입하면 미국주식 온라인 수수료 1년간 0%, 환율 97% 우대, 국내주식 온라인 수수료 0.01%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증권사에서도 용돈 등 자녀 명의로 유입되는 자금을 장기 자산 형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있다.  NH투자증권 나무증권은 추석을 맞아 미성년 고객을 대상으로 ‘주식모으기로 우리 아이 투자 새로고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달 31일까지 나무 앱을 통해 신청한 만 19세 미만 계좌가 대상이다. 이벤트 기간 내 미성년 자녀 명의로 NH투자증권 최초신규 계좌개설하면 투자지원금 3만원을 지급한다. 이 기간 내 처음으로 주식모으기를 한 미성년 고객에게는 매수 체결 금액이 10만원 이상인 경우 전원 투자지원금 2만원을 지급한다.

NH투자증권은 "아동수당이나 추석 용돈 등 자녀에게 주어지는 자금을 단순 소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자산 형성을 위한 씨드머니(seed money)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며 "특히 적립식 투자 방식인 ‘주식 모으기’ 서비스를 통해 소액으로도 꾸준한 투자가 가능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금융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금융권에서도 미성년자의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는 흐름에 맞춰 가족 단위의 금융 경험을 유도하는 상품과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용돈 통장이나 어린이 적금은 한 번 만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가족과 함께 쓰면서 은행과의 접점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며“은행 입장에서도 가족 단위의 금융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꾸준히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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