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P·기업데이터 결합 맞춤형 금융 모색
제주은행-더존비즈온 상품 및 전산개발
'DJ Bank' 상표권 확보 위해 사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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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설명 ERP뱅킹: 기업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스템과 은행의 뱅킹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동해 기업 내부에서 금융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기업의 동의를 거쳐 실시간 자금 흐름과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안할 수 있으며 비대면 채널을 통해 별도 서류 없이 신속한 기업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
신한금융그룹이 ERP(전사적자원관리) 뱅킹을 차세대 전략 사업으로 내세우며 디지털 기업금융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업의 회계와 자금 흐름을 통합 관리하는 ERP 시스템에 금융을 접목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모델이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ERP뱅킹 브랜드는 ‘DJ Bank’로 정하고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제4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신청한 4개 컨소시엄이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신한이 선제적으로 인터넷은행 참여 대신 ERP 금융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지난 3월 더존비즈온은 예비인가 참여 철회를 발표했다. 신한금융은 당초 더존비즈온과 함께 인터넷은행 추진을 고려했으나 이해관계자 조율의 문제, 투입 자본 대비 효과 등을 고려해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 전환 이후 신한은 계열사 제주은행을 통해 ERP뱅킹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제주은행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국내 ERP 1위 기업 더존비즈온의 지분 참여를 의결했다. 더존비즈온은 유상증자를 통해 제주은행 지분 14.99%(566만9783주)를 약 570억원에 인수해 2대 주주에 올랐다. 양사는 ERP 고객 기반 데이터를 금융 서비스와 결합해 맞춤형 자금관리·대출 모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제주은행은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약 300만 ERP 회원사와 방대한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시간 신용평가 체계를 마련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지방은행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자본과 인허가 절차가 필요한 인터넷은행 대신 기존 계열사의 역량을 활용해 디지털 기업금융 시장을 선점하려는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의 실용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도로 풀이된다.
진 회장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에서 “ERP 뱅킹, 스테이블코인,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과제가 아니라 금융 본연의 기능을 재편하고 고객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핵심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한금융은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금융 서비스 혁신에 집중하며 지속 가능한 금융 생태계를 구축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은행은 지역 산업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점을 감안해 소호(SOHO) 특화은행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영업체계 변화뿐 아니라 금융 상품과 서비스 재개발까지 전방위적 전략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사업을 가속화해 2027년까지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은행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ERP 뱅킹은 데이터 활용이 핵심인 만큼 개인정보보호와 보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규제 동향에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ERP 시스템에는 기업의 재무 정보뿐 아니라 임직원 급여 등 민감한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금융사는 ERP 솔루션 기업과 협력 과정에서 당국의 정책 방향에 맞춰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보안 시스템 강화와 함께 고객의 데이터 활용 동의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것이 사업 확산의 중요한 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DJ Bank는 현재 사전 상표권 확보를 위해 사전 등록해놓은 상태로 브랜드 론칭은 사업 준비가 완료되고 상품이 출시되면 진행될 예정”이라며 “현재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이 열심히 상품 및 전산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인 서비스는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